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84조)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면 재직 중 재판에 회부될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직 중이라도 수사는 가능하다. 대통령 자격이 종료되면 언제든 기소될 수 있고, 재직기간 동안 공소시효 또한 중단된다.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해병대 1사단 채수근 상병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푸틴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패권주의 세력에 맞서서 자기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정의의 위업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에 전적인,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반미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이 기회를 빌어서 확언하는 바입니다.” 그는 또 정상회담 후 공식만찬에서 “우리는 패권을 주장하고 팽창주의자의 환상을 키우는 악의 결집을 벌하고 안정적인 발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성한 투쟁
여성 정책과 무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하고, “찍지마, 성질 뻗쳐서”라고 말한 인사를 15년 만에 문체부 장관에 재기용하려는 걸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에게 감동 주는 인사를 기대하긴 글렀다.이번엔 대통령이 유일하게 좀 아는 영역인 법조계 인사를 보자. 지난 8월22일 대통령이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원장 후임에 지명하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그를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
연금에 대한 공론을 살피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연금 하나만 가지고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정 고갈의 위험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연대의 차원에서 현재 세대가 져야 하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이다. 말마따나 연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연금과 관련한 한국 사회에 내재한 다층적인 불평등의 단면은 외면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연금개혁의 논의는 단순히 재정을 계
십 수년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대 다수는 50명 미만 사업장, 중소·영세 사업장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10여년간 산재통계가 나올 때마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874명 중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만 807명이었다.2017년과 2022년 통계를 확인하면 훨씬 더 적나라하다. 2017년 사고사망자는 964명이며, 2022년은 874명이다.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77명에서 49명으로 감소(7.99%→5.6%)했으며, 1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99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협상 근거가 되는 IPCC의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을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할 것을 권고한다. 그래야만 2050년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낮출 수 있고, 인류 생존과 지구 생태계의 지속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2021년 12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사고나 자연재해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재난 예방에 힘을 쓰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들인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이나 정권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위험을 개인들에게 떠넘기기 마련이다. 조직문화와 가치, 정책의 방향에 따라 어떤 사회는 더 위험해진다.그래서 ‘책임’이 중요하다. 재난 예방과 대응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이들이 재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리나 칸(Lina M. Khan)의 박사학위 논문의 핵심은 이렇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싸게 물건을 파는 약탈적 가격 정책(Predatory Pricing)을 유지하는 대신, 독점적·우월적 지위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자신과 계약한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기업이라도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기에 플랫폼기업에 대한
일제에 맞선 독립운동, 군부독재에 맞선 민주화운동 같은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온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우리는 ‘투사’라고 부른다. 이들 대부분은 투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기보다, 어떤 사건이나 경험을 통해 그렇게 ‘되어버린’ 경우가 많다. 우리는 주로 싸움의 ‘결과’에 주목하기 때문에, 시작한 ‘이유’는 잘 모른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지금부터는 역사 속의 거창한 인물은 아니지만, 평범했던 어느 직장의 한 노동자가 투사가 돼 약 2년간 싸워온 사건을 소개하려 한다. 투사라는 단어가 투박하게 들릴 수
1. 사내하청 노동자와 20년. 그동안 나는 변호사로서 상담하고 소송대리인으로 소송했다. 처음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이었다. 2003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조합이 설립돼 활동을 시작했을 때부터다. 그 이듬해에는 울산공장에서도 비정규직노조가 조직돼 현대자동차에서 원청 현대차를 상대로 비정규직 철폐투쟁을 전개했다. 당시 이 나라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투쟁에는 정말 별일이 다 있었다. 노조위원장에 대한 식칼 테러까지 자행했을 정도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사내하청 노조 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탄압은 극심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라는 어원을 가진 잼버리, 전 세계 청소년들과 지도자들이 참가해 민족, 문화 그리고 정치적인 이념을 초월해 우애를 다지는 청소년 국제행사 잼버리가 지난 8월1일부터 12일까지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렸다. 그러나 정부의 준비 부족으로 엉망진창이 됐다. 4만명의 참가자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모두에게 불쾌하고 우울한 일이 돼 버렸다.주요 외신들은 한국 언론을 인용해 이번 행사를 “국가적 망신”이라고 표현했지만 동시에 한국 시민들이 전 세계 잼버리 대원들에게 대신 사과하고 친절을 베풀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제거하려는 정권의 처사로 시끄럽다. 육사의 설립 목적이 자유민주주의 수호라 그렇게 한다는 주장이다. 그 근거라며 헌법을 거론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에 대한민국 체제를 자유민주주의로 규정한 조항은 없다.헌법이 강조하는 국가질서는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다. 많은 이들이 여기서 말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로 오해하는데, 잘못된 것이다.헌법 영문판을 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the basic free and democra
두 거대 정당이 철 지난 ‘이념 놀이’에 흠뻑 빠진 사이에 청년 실업은 바닥을 치고, ‘묻지마’ 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지친 교사들은 잇따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다. 그 틈에 낀 언론은 정파로 나뉘어 ‘자기 편 이겨라’는 응원단장 같은 기사만 쏟아낸다.후쿠시마 핵 오염수 배출로 어느 때보다 한·일 국민 신경이 날카로운 이때 우리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별장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열었지만 화려한 미사여구 외에 구체적인 대안은 없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지난달 28일 1면과 3면에 걸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을 인터뷰해 일본에
미군정기의 권력구조와 정치상황, 노동운동, 노동법의 전제하에 당시의 노동조직인 전평과 대한노총을 중요하게 고려해서 평가한다면 미군정기의 노동관계는 다음의 세 가지로 평가할 수 있다.첫째, 미군정기의 노동관계는 미군정의 ‘전평 궤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군정의 전평에 대한 태도를 노동조합의 ‘정치성’을 배제하고 ‘노동조합주의 그 자체의 실현’에 목적을 둔다는 일부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자유를 향한 민족해방투쟁과 긴밀하게 결합돼 노동운동이 전개돼 왔고 미래의 국가정치체제가 형성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인구동향에서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다. 나는 환호성을 질렀다. 여성들의 ‘출산 파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나는 결혼은 안 해도 아이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아이를 좋아한다. 그러나 이 생각을 유보하게 된 건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사회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다.이달 14일은 서울교통공사 직원이었던 남성이 직장동료를 살해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이 1년 되는 날이다. 남성이 여성만을 타깃으로 한 여성혐오 범죄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비롯해
정부·여당 인사 중 국민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선두에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있다. 윤석열 정부를 검찰독재라 공격하는 야당과 최전선에서 싸우며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는 그를 여러 보수언론에서는 차기 대선후보로 점친다.그러나 정치이슈와 별개로 다른 관점에서 이미 그는 정치인으로서 등판을 준비 중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한 장관이 정부·여당의 유력 대선후보로 성장할 무렵에는 그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 문제인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인구정책을 책임 있게 제시했다는 점을 치적으로 내세울 것이다. 그런 한 장관의 정책 방향의
전세 계약을 했다. 과거 경험에 비춰 피할 조건 몇 가지만 정했다. 부모님 집에 짐을 맡기고 살지 않고 독립하려면 원룸은 좁다. 반지하에서 기관지와 피부 문제로 고생했었다. 1층은 치안 문제를 여러 번 겪었다. 나보다 5살 많은 집에 살았을 때는 누수와 냉난방 문제가 있었다. 매월 내야 할 금액은 예기치 못한 실업의 상태에서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한다.처음엔 월세를 구하려고 했다. 전세와 전세자금대출은 무자본 갭투자의 동력이다. 임대인은 이자도 없이 전세보증금이라는 큰 금액을 사용할 수 있는 이익을 누린다. 임대인이 사용하는
고 양회동 열사께서 분신 자결한지 100일이 훨씬 지났습니다. 50세의 철근공. 두 아이의 아버지. 평범한 가장 고 양회동 열사께서는 올해 세계노동절, 무리한 수사에 절규하며 불꽃으로 산화하셨습니다. 이 사태를 거론할 때마다 법률가로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고 양회동 열사께서 자결하신 장소는 다름 아닌 수사기관, 춘천지방검찰청 강릉지청 앞 주차장이었습니다. 사법기관 앞에서 한 명의 피의자가 분신 자결로 억울함을 호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국가의 사법시스템이 붕괴된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 국면에
1. 고용노동부는 4일 “근로시간면제자에게 특별수당을 지급한 사업장 37곳, 근로시간면제 시간을 추가로 제공한 사업장 80곳” 등 법 위반 의심 사업장 200곳을 확인하고 이들 사업장에 대한 기획 근로감독을 이달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노동부는 지방노동관서를 통해 사용자에게 조사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1천명 이상 유노조 사업장 521곳 중 지난해 연말 기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적용하는 사업장 480곳의 실태조사를 진행해 왔다. 이번에 그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사용자가 법정한도를 초과해
결혼을 앞둔 여성을 만나면 축하를 보내면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내 평범한 결혼생활을 비관해서도 아니고, 비혼이 좋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은 세대에게 결혼이란 자신의 ‘젠더’를 자각하는 기회이지 싶다.연애결혼이 보편적인 시대에 여성이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일은 지극히 사적인 선택같이 여겨진다. 그런데 가부장제란 일일연속극처럼 인격적 모독을 일삼는 남편·시부모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마치 공기와 같은 일상이다. 우리 구체적 삶에서 남녀 간 사랑과 양보, 부모·자식 간 보살핌 같이 지극히 개인적 얼굴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