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가구는 늘고, 늙어가는 속도는 빨라지는 등 인구와 가구 구조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구 내 비시장 노동을 대신하는 가사서비스도 활성화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사서비스 결제금액은 2017년 기준 7조5천억원에서 2019년에는 2017년보다 214%가 증가했다고 한다(2022 서울연구원). 가사서비스에 대한 결제금액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간 일부 계층에서만 이용됐던 가사서비스가 사회구조적 변화와 맞물려 보편적 서비스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가사서비스 수요를 맞추기 위한 공급 역시 증가
헌법 11조1항은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국가에게 이를 보장하고 실현할 의무를 부과한다. 또한 위 헌법 정신에 따라 마련된 근로기준법은 1953년 제정시부터 6조에서 균등대우원칙을 마련했다. 이렇게 근로 영역에서 차별금지 원칙이 법률에 의해 반복돼 확인되고 있는데도 법원이 차별을 인정한 사례는 극히 드문 이유는 뭘까.대법원은 지난 21일 근로기준법 6조의 판단기준을 담은 첫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했다. 이 사건의 원고들은 각 지역의
미국 헌법에는 정당과 관련한 규정이 없으며, 연방 법률에도 정당 관련 규정은 없다. 미국은 1939년 제정된 ‘악성정치활동금지법’(An Act to Prevent Pernicious Political Activities)을 통해 연방정부 행정부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을 취급한다. 이 법은 당시 법안을 제안한 상원의원 칼 해치(Carl Hatch)의 이름을 따 해치법(Hatch Act)으로도 불리며, 가장 최근의 개정은 2012년 이뤄졌다.이 법은 엽관제의 부패와 폐해를 바로잡아 정치를 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 법에서 말하는 정치행위의
이승만 정권 시기의 노동운동과 노동법 평가에서 이승만 정권기에 일어난 1950년 한국전쟁의 의미를 빼놓을 수 없다. 이 문제는 이승만 정권에게 ‘한국전쟁’이란 어떤 정치적 의미인가의 문제인데 두 가지의 의미를 함축한다고 생각한다.위기에 직면한 이승만 정권이 꺼낸 카드하나는 이승만과 친일·보수지배 권력의 ‘위기’로서의 정치적 의미이다. 한국전쟁시 이승만 정권은 한국전쟁에 대응할 주체적 힘이 전혀 없었다. 전쟁시 위험을 그대로 국민에게 방치한 채 자기만 서울을 탈출했다. 이후 반공이데올로기를 앞세워 ‘보도연맹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8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이 이균용 판사를 대법원장에 지명하자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장애인인권디딤돌상을 수상했고, 노동자 권리를 보호하고 사회적 약자 인권 신장에 앞장선 신망 있는 법관”이라고 했다.이 칭찬을 팩트체크한 언론은 한국일보였다. 그 결과 칭찬은 ‘엉터리’였다. 한국일보는 9월13일 8면에 “대통령실 이 후보자, 노동권 보호 강조, 실제론 산재 근로자 승소율 평균에 그쳐”라는 기사를 썼다.한국일보는 대법원 판결문 제공 시스템 등에서 이 후보자가 2015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서울고법 행정2부장 판사로 처리했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한국노총 법률원 지역상담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비롯해 일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 밥벌이의 고단함을 토로했다. 처음 접해보는 다양한 노동분쟁 사안에 효과적인 답변을 못 해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그럴 때마다 내가 항상 전화를 걸어 자문하는 사람이 손민숙 한국노총 경기상담소장이었다. 차분하게 쟁점 사항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조언함은 물론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격려하던 그는 한국노총 상담 활동가들의 든든한 멘토였다.그런 그가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났다. 생의
지난달, 미국 재무부가 ‘노동조합과 중산층(Labor Unions and the Middle Class)’이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는 1950년대 이래로 노동조합이 미국 경제발전에 기여한 영향을 소득, 사회복지, 불평등, 생산성 등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살피고 있다.보고서에 따르면 노조 조합원은 비조합원에 비해 평균적으로 10~15% 임금을 더 받고 있다. 또한 사회보험이 취약한 미국에서는 노조가 쟁취하는 부가급여 혜택이 의료보험 등을 보충하는 역할도 한다.보고서는 이러한 조합원의 소득 증가가 조합원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출근이 꼭 필요할까? 이 회의는 꼭 해야 할까? 코로나19는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했다.코로나19가 던진 또 하나의 의문은 항공운수사업이 필수공익사업에 해당하느냐다.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시 노동조합은 필수유지업무 인원유지비율을 준수해야 하고, 회사는 사업과 무관한 자로 대체근로 투입이 가능하다. 노동위원회는 항공운수사업에서 국제선 80%, 제주선 70%, 국내선 50%의 필수유지업무 인원유지비율을 결정하고 있다. 대체근로 투입까지 고려하면 이는 사실상 쟁의행위를 금지해 노동 3권을 침해하는 것이
“① 모든 도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니며, 기본적 인권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 - 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 제5조(도민의 권리 및 협력)“이 조례는 대한민국헌법 제31조, 유엔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교육기본법 제12조, 제13조, 초·중등교육법 제18조의4, 유아교육법 제21조의2 제1항의 규정에 따라 학생인권을 보장함으로써 모든 학생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충청남도 학생인권 조례 제1조(목적)‘충청남도 인권 기본 조례’와 ‘
1.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잠정합의했다. 이 칼럼이 게재된 18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나왔을 테지만 내 관심은 가결 여부에 있지 않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기본급 11만1천원 인상과 기술직(생산직) 800명 추가 신규채용, 이에 더해 2022년 경영실적 성과급 300%+800만원, 2023년 하반기 사업목표 달성 격려금 100% 등 지급하기로 했고, 국내 공장을 중장기 미래사업 핵심 제조기지로 전환하기 위한 ‘노사 미래 동반 성장을 위한 특별협약’을 체결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선 내년 상반기까
지난 7월 서울의 서이초등학교에서 사회초년생의 신입 교사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신입 교사의 죽음은 ‘교권 붕괴’‘공교육의 죽음’이라 불리며 대한민국의 심각한 교권 침해 실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사회적 참사로, 많은 국민들이 비통하고 애통해한 사건이다.그런데 8월 말경 “9월4일 교육부의 징계 예고에 대한 학생, 학부모, 일반시민의 의견 수렴”이라는 설문조사를 통해, 교육부가 9월4일 서이초 신입 교사의 49제에 참석하기 위해 연가·병가를 사용하는 교사들을 해임·징계하겠다 발표한
그게 바다 괴물이었구나고교 시절 늑대처럼 서로 물고 뜯는 자연상태를 넘어서기 위해 국가를 만들었다고 배웠다. 홉스라는 학자는 국가를 리바이어던에 비유했다. 리바이어던이 뭔지 사회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것 같은데 가물가물했다. 나중에야 바다 괴물이란 걸 알았다. 질서와 평화를 준다는 국가를 왜 괴물에 비유했을까.그걸 깨우친 곳은 교실이 아닌 현실이었다. 초등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손을 가슴에 얹고 태극기를 향해 충성을 맹세했다. 반공 궐기대회에 동원된 우리는 “무찌르자 공산당, 찢어 죽이자 김일성”을 외쳤다. 독재가 뭔지 모르고 추앙하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헌법 84조)고 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제외하면 재직 중 재판에 회부될 일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재직 중이라도 수사는 가능하다. 대통령 자격이 종료되면 언제든 기소될 수 있고, 재직기간 동안 공소시효 또한 중단된다.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군 내성천에서 해병대 1사단 채수근 상병이 집중호우로 인한 실종자를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대민지원 홍보를 위해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3일 푸틴과의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패권주의 세력에 맞서서 자기 주권적 권리와 안전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정의의 위업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시종일관 러시아 정부가 취하는 모든 조치에 전적인,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명해 왔고, 앞으로도 언제나 반미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임을 이 기회를 빌어서 확언하는 바입니다.” 그는 또 정상회담 후 공식만찬에서 “우리는 패권을 주장하고 팽창주의자의 환상을 키우는 악의 결집을 벌하고 안정적인 발전 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성한 투쟁
여성 정책과 무관한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하고, “찍지마, 성질 뻗쳐서”라고 말한 인사를 15년 만에 문체부 장관에 재기용하려는 걸 보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에게 감동 주는 인사를 기대하긴 글렀다.이번엔 대통령이 유일하게 좀 아는 영역인 법조계 인사를 보자. 지난 8월22일 대통령이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원장 후임에 지명하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브리핑에서 그를 “32년간 오로지 재판과 연구에만 매진해 온 정통 법관이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원칙과 정의, 상식에 기반해 사
연금에 대한 공론을 살피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습관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연금 하나만 가지고 한국 사회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재정 고갈의 위험과 미래세대를 위한 사회적 연대의 차원에서 현재 세대가 져야 하는 보험료 인상에 대한 이야기는 어려운 과제다. 하지만 적어도 정치권과 전문가 집단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모양이다. 말마따나 연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연금과 관련한 한국 사회에 내재한 다층적인 불평등의 단면은 외면해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연금개혁의 논의는 단순히 재정을 계
십 수년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대 다수는 50명 미만 사업장, 중소·영세 사업장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10여년간 산재통계가 나올 때마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874명 중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만 807명이었다.2017년과 2022년 통계를 확인하면 훨씬 더 적나라하다. 2017년 사고사망자는 964명이며, 2022년은 874명이다.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77명에서 49명으로 감소(7.99%→5.6%)했으며, 1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99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의 협상 근거가 되는 IPCC의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주된 원인을 “인간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할 것을 권고한다. 그래야만 2050년 이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낮출 수 있고, 인류 생존과 지구 생태계의 지속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나라는 2021년 12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사고나 자연재해는 어디에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사람의 생명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재난 예방에 힘을 쓰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많은 비용을 들인다. 그런데 사람들의 생명보다 기업의 이윤이나 정권의 안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위험을 개인들에게 떠넘기기 마련이다. 조직문화와 가치, 정책의 방향에 따라 어떤 사회는 더 위험해진다.그래서 ‘책임’이 중요하다. 재난 예방과 대응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이들이 재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리나 칸(Lina M. Khan)의 박사학위 논문의 핵심은 이렇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싸게 물건을 파는 약탈적 가격 정책(Predatory Pricing)을 유지하는 대신, 독점적·우월적 지위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자신과 계약한 생산자와 노동자에게 그 비용을 전가하므로,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높이는 기업이라도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기에 플랫폼기업에 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