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체결된 단체협약을 무효로 할 수 없겠냐.” 기아차 아무개에게서 전화 연락이 왔다면서 전달받은 질문이다. 나는 무슨 말인가 했다. 체결 권한을 가진 위원장이 사용자와 체결한 단협인데, 거기에 금속노조 기아차지부는 조합원 찬반투표까지 거쳐 한 것일 텐데 무효라니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인가 싶었다. 어쨌거나 한동안 뜸했는데 뭔가 시끄러운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기아차 노조간부가 입찰업체들과 짜고 조합원 티셔츠값을 부풀려 뒷돈을 챙겨서 구속됐다는데요. 현장에서는 이것 말고도 이런저런 말들이 떠돌고 있다네요.” 사무국장이 전해
본지 2023년 11월6일자 9면 “[서울 중구청 환경미화원] 계약서엔 36명 실제론 28명 … 노무비 남기는 ‘사람장사’?” 기사에서 공공연대노조를 민주일반노조로 바로잡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위한 종합예술단 봄날의 공연에 우연히 참석했다. 영등포 산업선교회의 공연장은 소박했지만, ‘돈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은 죽지 않아야 한다’는 노랫말은 울림이 있었다. 위로와 연대가 필요한 현장을 찾고자 각계 시민이 매주 연습으로 만든 하모니는 아름다웠다. 영등포구 시민을 비롯해 머리가 허연 어르신 관객도 인상적이었다. 문득 우리 정당은 시민에게 어떤 경험과 세계를 제공하나 싶어 복잡한 상념이 스쳤다.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당은 시민의 생활세계를 구축한다. 정당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일수록 당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
일제에 의해 이식된 자본주의 덕분에 조선에서 노동자운동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1920년 4월 조선노동공제회, 그해 5월 노동대회, 1922년 조선노동연맹회, 1924년 조선노농총동맹, 1925년 조선공산당, 1927년 조선노동총동맹이 결성됐다.1930년대 일제는 군국주의로 내달렸고, 국민총동원에 기반한 전시경제체제를 수립했다. 1937년 중일전쟁이 발발하자 노동문제는 본격적으로 조선총독부의 국가보안(state security) 문제로 취급됐다. 민족해방과 노동해방을 동시에 지향했던 조선의 노동운동은 공산주의로 간주됐다. 노동문제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은 2023년 2월21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60일 이상 계류됐다. 5월24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환경노동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이상의 찬성으로 본회의 직회부 요구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26일
노랗게 물든 가을 위로 사람이 조르륵 앉아 일한다. 옛 궁궐 추녀마루 끝자락에 붙은 어처구니를 닮았다. 귀신을 쫓기 위해 올린 것이라는데, 이제는 거기 CCTV가 그 비슷한 노릇을 한다. 잘 보이라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건 여전히 사람 몫이다.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흔히 쓰인다. 너무 뜻밖이어서 기가 막히는 상황을 이른다. 국정감사 한창이었던 저
남전노조 쟁의1953년 2월부터 신현수·김경호 등이 노조 조직에 착수했으나 남전 사장 박만서가 노조결성을 반대하고 조직준비에 가담한 종업원들을 박해하고 신현수 등을 파면하자 남전노조준비위원회는 1955년 2월19일 남전노조를 결성했다. 노조는 부당하게 해고당한 노조임원 4명에 대한 해고철회와 부당노동행위 중지를 요구한다.남전노조 쟁의는 사용자가 노조결성에 반대하고 노조를 결성하려는 근로자를 해고한 것으로부터 시작했다. 사용자의 지속적인 노조설립 방해공작과 부당노동행위로 쟁의가 확산했다. 따라서 남전노조 쟁의는 사용자의 노조설립 방해
윤석열 정부는 김승희 전 대통령실 비서관의 딸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지자 7시간 만에 경질했다며 봐주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비리 논란이 불거진 공직자 처리 방식 가운데 가장 손쉬운 게 경질이다. 그러나 이는 하수 중에도 최하수다. 잘라 버리면 모든 게 끝나는 줄 알지만, 모래에 머리 처박은 타조 꼴이다.최근 한국과학창의재단과 그곳 직원이었던 과학 유튜버 ‘궤도’(본명 김재혁)가 논란의 중심에 선 공직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당사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가장 훌륭한 모범을 보여줬다. 구독자 93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궤도는
프레스 기계를 담당하는 노동자가 기계에 손등이 벗겨져 산재신청을 하러 왔다. 소재 철판 등에 압력을 가해 가공하는 프레스 기계에는 정상적이라면 인체 감지 센서를 달아야 한다. 작업자의 신체가 감지되면 기계의 가동이 중단되는 방식으로 작업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다.재해 노동자는 “안전 센서를 작동시키면 작업량이 크게 줄어 보통은 꺼 놓는다”고 했다. 위험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회사에서 생산량을 쪼는데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이처럼 일터에서는 작업의 효율성이 노동자의 안전에 우선한다. 노동자 개인이 조심해서 해결될 수 없는
지난 10월27일, 미국 연방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새로운 ‘공동 사용자 판단 기준’ 시행령을 공포했다. 이에 대해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미국노총을 비롯한 노조운동은 환영 입장을,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 프랜차이즈 등 사업주단체는 비판 성명을 내놓았다. 이렇게 상반된 반응들을 이해하기 위해 미국 연방노동관계법에 관해 잠시 살펴보자.루즈벨트 대통령의 유명한 ‘뉴딜 정책’ 일환으로 1935년 제정된 연방노동관계법은, 사용자가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를 비롯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를 주로 규율하고 있다. 즉, 연방노
최근 몇 차례에 걸쳐 민주노총 전략조직화 사업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자리에 참석해 중요한 의견을 경청할 기회가 있었다. 한 번은 민주노총에서 열린 ‘전략조직화 20년 평가와 전망 연구보고 토론회’였고, 다른 한 번은 플랫폼C에서 개최한 ‘신자유주의 시대, 민주노총의 조직화 성과와 사회운동적 의미’란 제목의 강연이었다. 젊은 활동가들이 많이 참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전략조직화 사업 자체가 애초 위치와 목적대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여러 활동가와 연구자의 분석과 평가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는 사실 하나가
대법원은 2019년 택시회사가 최저임금 미달을 회피하기 위해 실근로시간이 종전과 변함없는데도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무효(대법원 2019. 5. 10. 선고 2015도676)라고 판결했다. 민주택시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임금청구 소송을 제기해 대부분 승소하고 있다.그러자 이제는 택시회사들이 택시협동조합이나 새로운 택시회사에 택시 면허권과 차량을 양도양수하고 폐업하는 방식으로 노동자, 특히 최저임금 청구소송을 한 민주노총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실제로 택시회사 A가 택시회사 B와 계약서 명칭도 자산
직무가치에 따라 기본급이 결정되는 직무급은 결과물을 도출하는 데 동일한 기여를 하면 동일한 임금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의 임금체계로 분류된다. 우리나라는 1989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내 동일노동 동일임금 조항이 도입됐으나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에 가깝다.법 조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연공급제를 꼽고 있다. 이 때문에 성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대다수 논의는 직무급제 도입으로 귀결되곤 하며, 그간 정부도 연공급 해체의 명분으로 활용해 왔다. 그러나
나는 노동과 관련된 콘텐츠를 영상으로 제작해 공유하고 있는데 단연 압도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는 주제는 바로 ‘권고사직’이다. 127개의 영상 중 권고사직과 관련된 3개의 영상이 차지하는 조회 비중은 18.3%(3만 건)에 달했다. 대단한 통계는 아니겠지만, 권고사직을 겪는 노동자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만연화된 현상이라 조심스럽게 해석해 본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내 주변에서도 다르지 않았다.얼마 전 친한 동생 A에게서 급한 연락을 받았다. 동생은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이탈리아의 제과 브랜드를 국내에 유통하는 업체에서 일한다. 팀
1. 최근 답변서를 작성했다. 대법원에 제출하기 위해서였다. 피고 사측이 제출한 상고이유서에 대한 답변이었다. 상고이유서에는 소멸시효 항변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내 답변은 회사의 약속을 믿고서 기다렸더니 이제 와서 소멸시효 기간이 도과했다고 사측이 항변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현대차그룹사의 통상임금 사건이었다. 기아·현대차·현대제철 등 다른 그룹사업장들과 마찬가지로 현대트랜시스에서도 통상임금 문제에 관해서 노사합의를 했다. 기아·현대차·현대제철 등 다른 그룹사업장들과는 노동
고3 때인 1967년, 지금은 제3차 중동전쟁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6일 전쟁’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기습공격으로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 요르단의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빼앗았다. 이스라엘은 위대한 나라였다. 한쪽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린 이스라엘 모세 다얀 장군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언론은 그를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부끄럽게도 친미반공교육의 모범학생이었던 필자는 이스라엘편이었다. 바로 한해 전인 1966년 존슨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통킹만 자작극(false flag)을 만들어
첫 우리 노동 성격분석 게임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17년 이후 탄생한 노조와 프리랜서를 비롯한 다양한 노동을 인터뷰했다. 센터 교육위원회는 노동운동의 주류가 아닌 노동자들 교육한 뒤 평가했다. 구체적 노동 현실을 모르면서 ‘안다는 착각’으로 가르치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면서 새로운 노동과 노조를 더 잘 알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했다.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불안정 노동에 대한 조사와 연구들은 대부분 현황 파악에 그치거나 제도화를 위한 분석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될 것인지를 초점에 둔 조사나 분석은 드물다. 센터 교육
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한 직후인 지난해 4월께 여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회 금지 장소를 열거하고 있는 집시법 11조 각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수많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켜켜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국내 주재의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 위헌(2000헌바67·83), ‘국회의사당’ 부분 헌법불합치(2013헌바322 등 병합), ‘국무총리 공관’ 부분 헌법불합치(2015헌가28), ‘각급 법원’
김승희 대통령실 전 의전비서관 딸의 학교폭력 문제로 또 윤석열 정부 인사가 말썽이다. 대통령실은 의혹 7시간 만에 김 전 비서관을 경질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 와중에 김 전 비서관 딸이 지난 7월 사건 이전인 올 1학기 초에 또다른 피해 학생에도 폭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지난 23일자 여러 신문에 나왔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발 보도였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크게 보도했다.조선일보는 이를 지면에 싣지도 않았다. 그러나 같은 보수신문인 중앙과 동아일보는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3일자
2022년 기준 한국의 게임 이용률은 74.1%, 게임산업 규모는 현재 20조를 넘어 계속 성장하고 있다. 1천170개의 게임업체에 종사자수는 4만5천262명으로 꽤 큰 규모의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업계에 종사하고, 수많은 청년들이 게임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꿈꾼다. 그런데 이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 업계 종사자에 대한 게임이용자의 사이버 불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가 매우 후진적이라는 제보와 증언들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게임회사의 직원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온라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