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해마다 국감 시즌만 오면 기자들은 일제히 의원실 문을 두드린다. 평소 구하기 어려운 정부의 각종 통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세 정권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숫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해 내놨다. 임 의원에 따르면 연평균 비정규직 증가폭은 이명박 정부 때 4만5천500명, 박근혜 정부 땐 13만2천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땐 연 18만명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비정규직 비율은 문재인 정부 말인 2022년
이승만 정권의 붕괴한국전쟁을 거친 후 이승만 정권이 붕괴한 원인은 무엇일까.첫째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자 미국은 원조 제공 방식을 무상증여에서 유상차관으로 전환했다. 원조 감소에 대응해 이승만 정권은 조세부담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초래했다.둘째 3·4월 항쟁에서 시위 학생들의 인식적 한계(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이승만 정권의 부도덕성과 부패에 대한 분노 차원)가 존재했다. 학생, 기층 대중의 조직화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승만 정권의 폭압성에 맞서 전국적 항쟁·물리적
‘최애의 아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 있다. 만화책으로 발간했다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한국 덕후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BTS의 RM이 SNS에 이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인증 사진을 올린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아이돌은 우상 혹은 대체로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을 지칭한다. 무리스럽게도 나는 한때 불교계 아이돌을 자처했는데 노동계의 아이돌은 꿈도 꾸고 있지 않다. 노동계의 아이돌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전태일’이라는 상징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노동운동의 아이돌인 전태일 열사를 다시
최근 경기도의회로부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았다.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토론회였기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일자리 확대와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과 관련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참가를 결정했다. 노동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지역 내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산업혁신으로 일자리 몇 만 개 확대’ 등 장밋빛 미래 전망만 난무해서는 지역의 노동 현실이 결코 바뀔 수 없다. 근로조건의 개선점을 찾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일자리 확대와
21대 국회에는 공인노무사들의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3건(류호정 정의당 의원안,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3건 모두 노동관계법령 위반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단계에서 공인노무사가 진술 대행 및 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이런 개정안 배경에는 대법원이 2022년 1월13일 선고한 2015도6329 판결과 이에 대한 한국공인노무사회의 반발 및 적극적인 입법 요구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인노무사가 착수금 또는 성공보수
1. “조합원이 언제든지 노동조합의 결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조합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국민과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이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더 나아가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해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과 전체 근로자의 신뢰를 높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3쪽) 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의 목적을 밝히고 있었다. 어제 출근했더니 내 책상에 책자가 놓여 있어 펼쳐 봤더니 이렇게
작고 왜소했지만 다부져 보였다. 악수한 손은 따뜻했다. 몇 년 전 필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었던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다. 사무총장이던 그분은 어느새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으로 불린다. 이정식 장관은 30여년간 한국노총에서 정책본부장·사무처장·중앙연구원장 등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또한 노사정 전문위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력만 보면 노동 정체성을 가진 노동전문가가 확실하다.노동전문가로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의 첫 노동부 장관이 됐다.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중 최대 이변이자 잘된 인사로
일하는 부산 시민을 만나다 보면 종종 “부산이니까”라는 말을 듣게 된다.“부산이니까 서울보다 일자리가 적죠” “부산이니까 이 업계에서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더 이상 일 못 해요” “부산이니까 근로조건이 안 좋은 부분은 감수해야죠” “부산이니까 처음 일하는 사람은 낮은 임금을 받아요” “부산이니까 보수적이고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를 가지고 있죠” 등 듣다 보면 그야말로 “부산이니까” 외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생각해 보면 나도 이런 이유를 대고 한동안 부산을 떠났던 것 같다. 서울에 있다가 부산에 왔다고 하면 종종 “계속 서울에 있
지난달 26일, 방영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이 사업장 앞 집회 도중 분신했다. 이달 6일 오전 6시께 끝내 운명했다. 고인은 회사의 불법행위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된 이후 소송을 통해 복직한 뒤에도 227일간 투쟁해 왔다. 여전히 그대로인 회사에 법을 지키라며 투쟁했다.그의 요구는 첫째,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과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실질적 사납금제인 기준운송수입금 및 이를 미납하는 경우 택시기사에게 배상책임을 지운 불법 근로계약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 둘째, 정당한 노조활동을 폭력으로 방해
아, 소리를 보는구나‘소보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뭐하는 곳인가 싶었다.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청각 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라고 한다. 몇 달 전, 대안학교측에서 취직해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는 현장방문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행사를 주선한 사단법인 희망씨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노조에 가입해 있는 공장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난 11일 방문이 이뤄졌다. 자동차 부품공장이었다.‘소리를 본다’는 표현이 좋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보다 소리를 본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에서 농인의
5차 중동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 도화선이 됐다. 하마스 제거를 위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지상군이 들어갈 테니 살고 싶으면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전체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가운데 110만명에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하마스를 제거해야 할 ‘순전한 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보복전쟁을 지지하면서 항모전단을 급파하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동시에 이스라엘에 보내 군사행동을 조율하고 있다.미-이스라
헌법재판소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제외가 평등원칙 위배인지 여부를 판단하며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하나의 기준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헌법의 명령을 받아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이다. 근로기준법은 그 목적에서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예컨대 ‘휴식’은 근로자로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근로시간 및 연차휴가 미적용으로 '쉼'을 보장받지 못한다. 가산수당은 그 수
요즘 서울에서 한창 뜨는 동네 ‘익선동’은 화려한 외관 뒤로 여전히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산다. 나는 몇 년 전 익선동에 5평짜리 원룸을 얻어 1년쯤 살았는데 월세가 70만원에, 관리비도 12만원이나 나왔다. 잠만 자는 원룸에서 한 달에 12만원이나 관리할 비용이 드는 이유를 몰랐다. 그저 주인이 달라는 대로 주면서도 사용 내역은 몰랐다.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소규모 주택의 정액 관리비 내역을 세분화해 알리도록 규정한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 사항 세부기준’ 개정안을 시행했다. 서민들에겐 엄청난 희소식인데 지면에 보도한
고용노동부가 지난 10일 발표한 ‘고용행정 통계 본 2023년 9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전년동월 대비 35만9천명 증가했으나 외국인 증가분 13만7천명을 제외할 경우 내국인의 증가는 22만1천명에 그쳤다. 특히 제조업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가 11만9천명 증가했지만 내국인만 놓고 보면 오히려 1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외국인의 고용보험 가입 증가는 기존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편입되면서 가입자가 증가하는 것과 함께 최근 들어 정부가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대폭 확대한 데서 나타나는
지난해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총파업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보복조치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지 벌써 10개월이 돼 간다. 2018년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개정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에 대한 적정한 운임의 보장을 통해 과로, 과속, 과적 운행을 방지하는 등 교통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운임으로서, 화물자동차 안전운송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표하는 운임”을 화물차주 겸 기사인 화물 특수고용노동자에게 보장하는 제도다.안전운임제 도입 당시
홍콩특별행정구 정부의 범죄인 송환조례 입법 시도로 촉발된 대중 항쟁이 한창이던 2019년 12월, 몇몇 활동가들과 함께 홍콩직공회연맹(직공맹) 사무실에 방문했었다. 입법회 선거에서 민주파가 거둔 압도적 승리와 대규모 집회 직후라 아직까지는 두근거리는 마음과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할 때였다.낡고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로 들어간 우리는 곧바로 직공맹 위원장을 만날 수 있었는데, 당시까지 4년째 20만 조직을 이끌고 있는 응만이(吳敏兒)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때 나는 두 가지 사실에 크게 놀랐는데, 하나는 동아시아 노동
기독교 주기도문에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라는 구절이 있다. 만약 노동의 수호신이 존재한다면 나는 신에게 이렇게 기도하고 싶다.“노동자를 나쁜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부당해고에서 구하소서”재능이나 실력 따위를 일정한 절차에 따라 검사하고 평가하는 일을 ‘시험(試驗)’이라고 한다. 자본이 득세한 2023년 대한민국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은 자본과 기업에게 스스로의 쓸모와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수험자 신세다. 특히 기간제 노동자들은 매년 계약기간 연장이나 정규직 전환과 같이 스스로의 생존과 직결된
1. “정년연장 없는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은 국민연금 개악이며 허상이다. 진정 국민연금을 개혁하려면 법정 정년부터 연장하라.” 국민연금 받는 나이를 올려 재정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는 정부 연금개혁안이 나온 가운데 한국노총은 ‘국민연금 수급개시연령과 연계한 정년연장을 위한 고령자고용법 및 관련 법률 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발의 국회 신속 처리 촉구’ 기자회견을 지난 5일 열었다. 한국노총은 “지난 연금개혁 때 수급개시연령을 늦춰 연금 받을 때까지 5년간 소득 없이 살아야 한다”며 “정년연장 없는 국민연금 수급연령 상향은 개악이며
은행의 콜센터 용역을 맡은 회사가 바뀌었다. 은행에서 올린 입찰공고에는 입찰에 참여하는 회사들은 제안서에 고용승계 방안을 마련하라고 규정해 상담사들은 고용이 승계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일부 상담사는 고용이 거절됐다. 고용이 거절된 이들은 다른 동료들을 위해 은행의 부당한 지시 등에 이의를 제기했던 노동자들이었다. 고용 거절에 대해 은행에 이의를 제기했지만, 은행은 기존 용역회사와 새로운 용역회사가 고용을 거절한 것이라며 본인들의 책임은 없다고 발뺌했다. 지방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지만 고용승계에 대한 기대가 없다며 기각됐다.
민주화 이후 관 주도의 일방 정책과정을 극복하고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자 행정부 위원회나 자문기구가 늘었다. 2022년 6월 기준 중앙정부 자문위원회만 636개이고, 17개 광역자치단체로 범위를 넓히면 3천여개에 가깝다. 문제는 한국에서 ‘집단’이나 ‘조직’이 자신의 이익과 열정을 증진하고자 ‘갈등’하고 문제를 논하는 공간으로서 ‘시민사회’ 의미가 취약하다 보니, 위원회·자문위 구성도 조직과 집단의 참여가 크게 늘진 못했다. 2021년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 국정감사에 의하면 지방자치단체 자문기구 위원 중 노동단체가 자치하는 비율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