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중요한 시대다. 사회이슈마다 안전이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은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산업재해에 대한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안전과 관련한 법도 꾸준히 재·개정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대표적인 안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훨씬 다양한 법을 적용받고 있다.정유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정유공장은 대표적인 화학물 취급 공장이며, 원유를 정제해 가스·액체류·고체류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공정에 따라 위험물안전관리법(위험물관리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
“하청업체 직원이 떼쓰는 것까지 다 받아 주라카믄 사업을 우째 합니까? 거는 민노총이랑 쪼매 다른 줄 알았드만 거기 일도 아니면서 왜 한목소리인교?” 평소 직원들의 연차휴가, 일용직이나 파견업체 소속 노동자 활용 문제를 상담해 온 어느 제조업체 인사관리 담당자가 전화로 불만을 표시했다.지난 7일 경남도의회 정례회에서 유형준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의원이 5분 자유발언대에 나섰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간부 활동의 이력으로 비례대표 의원이 된 그는 지난해 대우조선 해양 하청 노동자들이 열악한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사측이 하청
11월13일은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고 외치며 자신의 생명을 내어준 지 53년이 되는 날이었다. 이날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인 남재영 목사님이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공포를 촉구하는 단식기도’를 시작했다. 곡기를 끊으며 기도를 시작한 동화면세점 앞은 경찰로 가득했다. 그들은 기도회를 위해 물품을 내리는 것을 가로막았고 추운 날 맨바닥에서 노숙하는 성직자가 몸을 덮으려 했던 비닐을 빼앗았다. 경찰은 기도회에 참석하려면 가방을 열어 보여줘야 한다고 강요했다. 가방 열기를 거부한
입동을 지나 한 해가 다시 저물어 간다. 산적한 일들을 가늠하자면 아침에 깨어나 몸을 일으키기조차 두렵다. 겨우 일으킨 몸과 마음은 거리에 나서 겨울바람을 마주하기 전부터 시리고도 둔탁하다. 어렵고 어지러운 때, 달력에 빼곡하게 적힌 일정들 사이에 드물게도 반가운 시간이 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말하고, 알고 있다 여기는 것을 되묻고, 토론하고, 함께 답을 찾아가는 일에 오래도록 게을렀다. 일주일에 하루, 짧게나마 묻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열어 두고 보내는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매주 수요일 오후, 지역 활동가들과 ‘현장
그녀는 2019년부터 현대해상의 자회사 현대C&R 콜센터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2020년부터 코로나19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콜센터로 업무가 집중되고 노동강도는 더욱 높아졌다.콜센터 노동자들이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비대면 상담을 받아 온 그 길고 어두웠던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자, 금융권은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4년을 넘게 회사를 다녔지만 그녀는 몰랐다. 현대해상이 해마다 경영성과급을 모회사 정규직 및 자회사 사무직 노동자에게만 지급해 왔다는 사실을. 올해에도 현대해상은
‘굳이 사회나 공동체 걱정은 하고 싶지도 않아.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든걸.’ 이따금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또래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면 듣게 되는 말들이다. 2023년을 살고 있는 청년 입장에서 미래에 대한 별다른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학창 시절 내내 경쟁하고, 취업하느라 경쟁하고, 직장에서도 경쟁하느라 지쳤다. 이 나라에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는 먹고사느라, 내 몸 하나 쉴 집 하나 챙기기 바쁘다. 사회에 대한 걱정은 사치라고 생각한다. 사회공동체에 관한 논의는 ‘먹고살기즘’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 문제 해
1.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는 걸 포털뉴스에서 읽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수준의 기사였다. 재계 관계자를 인용해서 보도했는데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이 나라는 노조 파업으로 기업이 망하고 국민경제가 절단 나는 일만 남는 거였다. 그야말로 노란봉투법으로 대한민국은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거였다. 재벌이 소유한 경제지만이 아니었다. 몇몇 진보언론을 제외하고는 온통 그런 식으로 보도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두고 쓴 것으로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시끄럽게 여론
그날의 비극은 사측의 무분별한 정리해고에서 시작됐다. 2002년 한진중공업은 1조6천억원의 매출과 2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그러나 사측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650명 노동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이에 노조는 크게 반발했고 파업으로 대응했다. 파업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다며 사측은 노조간부들을 상대로 약 7억원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를 신청했다. 당시 금속노조 한진중공업 지회장이던 김주익도 손배·가압류 대상에 포함됐다. 김주익은 곧바로 크레인에 올라 고공농성을 펼쳤다. 한진중공업은 7억원에서 150억원으로
지난 주말 서울 서대문 네거리와 여의도 광장에서 두 개의 노동자대회가 있었다. 하나는 민주노총이 주최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노총이 주최한 것이다. 노동자들은 왜 날씨도 쌀쌀한 이 때에 노동자대회를 갖는가? 53년 전 11월13일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서울 청계천 평화시장 앞길에서 분신 항거한 전태일 동지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필자는 전태일 정신이 지금 노동운동 속에서 올곧게 계승되고 있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53년 전 전태일 동지의 죽음을 접하고 그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투쟁했던, 투쟁
“그동안 사각지대로 생각했다”프리랜서 인터뷰에 참가했던 청년유니온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랜서를 사각지대 존재로 표현하면서 프리랜서의 자부심이나 긍정적 측면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아닌가를 성찰했다. 인터뷰에 참가한 프리랜서들이 직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프리랜서를 지칭하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는 그의 지적에 공감했다.일하는 시민을 비천하게 보는가, 이데올로기에 휩싸여 특권을 부여하는가, 동료시민으로 존중하는가에 따라 노동을 향한 언어가 달라진다. 프리랜서를 사각지대로 보는 것은 노동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변호사는 사건의 승패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의뢰인에게 유·불리를 설명해 줘야 한다는 게 내 신념 중 하나다. 그러다 보면 화를 내는 의뢰인이 가끔 있다.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저놈들이 나쁜데 왜 제가 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판사님이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럼 나는 또 설명을 한다. “법은 항상 착한 사람 편인 게 아니고요, 판사는 선이 아니라 법에 따라 판단합니다.”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심판한다(대한민국헌법 103조). ‘헌법과 법률’은 일단은 ‘현실에 있는 법’, 즉 ‘실정법’을 의미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정법 외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제라도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다. 비정규직의 노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손해배상 청구로 노조를 탄압하는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극한의 투쟁을 해야 했고,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손배·가압류에 맞서 자신의 목숨을 걸었던 배달호 열사, 김주익·최강서 열사가 있다.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 이후 세상을 등진 노동자들이 있다. 진짜 사장이 책임지라고 요구하며 단식도 하고, 오체투지도 하고, 고공농성도 하고, 철창 안에 자신을 가뒀던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드디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이 지면을 빌어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금속노조 LG케어솔루션지회는 LG전자 제품을 대여(렌털)한 고객들의 가정을 방문해 점검서비스를 하는 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이 2020년 5월 설립한 노동조합이다.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때문에 기본급과 퇴직금도 없고, 자차를 이용해서 일하지만 차량 유지비나 유류비 지원 한 푼 없는 열악한 환경을 조금이나
2023년 하반기를 마주하는 지금, 다양한 영역에서 애쓰는 활동가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현재 민주노총 임원선거가 진행 중이다. 선전물에 반윤석열 전선의 선봉대가 되겠다는 슬로건이 많이 보인다.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각자의 현장과 위치에서 정말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지난 모든 시간이 그랬다.운동 그리고 활동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과 현장의 시민들과 호흡하며 문제를 발굴하고 제기하며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도하게 정치화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흥분으로만 가득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려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헌법과 민법 위배 소지가 클 뿐 아니라, 그간 애써 쌓아 온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부총리가 마치 노사관계 전문가처럼 말하는 장면은 해방 이후 70년 동안 반복돼 왔다.윤석열 대통령도 최근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 적용되는 중대재해처벌법 때문에 기업들이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당은 대통령에 발
우리 사회가 빠르게 분열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 그대로 집단이나 단체, 사상 따위가 갈라져 나뉘고 있다. 스스로 분열하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분열은 외부의 충격과 영향을 받아 분열되는 상황이다. 정치·세대·젠더·지역·공동체·노동 등 분열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정치 분열은 정치적 사상과 환경 등에 따라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고, 세대와 젠더는 지난 대선 이후 더 빠르게 분열될 것으로 이미 예견된 바 있다. 노동은 노동조합이 그나마 지키고 있지만, 최근에는 노동조합마저 분열시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분열이 잘못된 가
1995년께부터 시작된 직접활선 공법은 이른바 ‘사람 잡는 죽음의 공법’이라 불렸다. 얼마나 많은 동료 배전노동자들이 감전으로 팔다리가 절단되거나 사망했는가. 수많은 사고에도 한국전력은 모든 원인을 작업자 과실로 돌렸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이선공법 폐지하라, 직접활선 폐지하라’며 투쟁했다. 그 결과 2017년 직접활선 공법은 폐지됐다.그러나 우리 배전노동자들은 20년간 직접활선 공법으로 누적된 전자파로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 잡는 죽음의 공법이 우리 노동자들에게 남긴 것은 백혈병과 갑상선암·뇌척수암·비세포림프종 같은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가 지난 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같은 날 노조 간부 11명이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서울지회장인 나도 단식 8일째다. 우리는 ‘해고 없는 소속기관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간 하청업체 소속의 상담사들을 공단의 소속기관으로 전환하겠다고 2년 전 약속했다. 상담사들은 공단이 만드는 새로운 기관의 정규직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나도 1천600여명 중 전환된 상담사는 한 명도 없다. 공단은 올해 10월 노·사·전문가 협의체에서 약속과 다른 안을 냈다. 안에 따르면 2
우리나라 헌법 6조1항은 “헌법에 의해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돼 있다. 그동안 무심하게 지나치던 이 조항이 내게 완전히 다른 무게를 갖게 된 것은 지난 2021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에 이르러서였다. 그 해에 우리나라는 ILO 기본협약 중 87·98·29호 협약을 비준했고, 기탁일로부터 1년이 지난 2022년 4월20일께 효력이 발생하였다. 그런데 어떤 효력인가? 헌법 6조1항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제 비준된 위 ILO 기본협약은 국
단풍이 물들어 가는 늦가을, 조만간 단풍이 지듯이 이 계절 또한 지나가리라.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나오면 길가에는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주말인데도 정동길은 오고 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러한 서울의 중심 한가운데를 산책을 하며 즐겁고 여유로운 상념에 잠기고자 하나, 이미 내 머릿속은 다른 상념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이곳은 우리나라 근대 역사의 중심지이지만, 내 일터이기도 하기에 그렇다.법은 과연 정의로운 것일까? 대체로 아니라고 답변할 것이다. 그렇지만 법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는 정의의 실현일 것이다. 이러한 법을 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