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일 충북 청주 오창읍의 한 필름제조업체인 더블유스코프코리아 공장에서 유독가스인 디클로로메탄이 유출됐다. 그로 인해 36세와 28세의 청년노동자가 질식사고를 당했다. 그중 한 명은 뇌사 상태에 빠진 중대재해였다. 디클로로메탄은 뇌와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충청북도가 2년 연속 발암물질 배출 1위를 기록하게 한 화학물질이기도 하다. 올해만 해도 충주·제천·옥천에서 질식사고를 비롯해 화학물질 누출·폭발로 인한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관할지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이 어떤 물질을 어떻게, 얼마
2018년 근로복지공단의 행정소송 사건 중 2천312건이 확정됐는데, 그중 취하·조정 등을 제외하고 공단이 패소한 사건은 344건(패소율 14.3%)이다. 이 중 업무상질병 사건 패소율은 11.8%이지만 소음성 난청 사건은 패소율이 무려 51.4%로 높다. 169건 중 72건이 확정됐고, 37건에서 공단이 패소한 것이다. 재판 중 조정으로 소송을 취하한 14건을 포함할 경우 51건에서 사실상 패소해 패소율이 무려 71%에 육박한다. 단일 질병 중에 이렇게 패소율이 높은 사안은 산재보험 역사상 거의 보기 어렵다.소음성 난청 사건에서
지난 4일 오후 1시, 어느 이름 모를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던 공장에서 사망했다. 금형을 이용해 금속을 가공하는 프레스기에서 정비작업을 하던 중 무게 700톤짜리 프레스기에 상체가 깔려 머리와 상체가 짓눌려 죽음에 이른 것이다. 감히 상상조차 안 되는 무게다.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금속 기계에 눌린 그는 8시간에 1명, 하루에 3명의 노동자가 사고로 사망하는 한국에서 두부와 상체가 협착돼 생을 마감했다. 그리고 뒤늦게 고인이 우즈베키스탄 출신 고려인 동포 이주노동자, 50대 김아무개씨라는 것이 밝혀졌다.이주노동자 사망사고는 어제오늘
지난 6월 고용노동부 국민자문단 자격으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 상설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회의에는 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과 산재예방지도과장, 안전보건공단 직원 등이 참석했다. 2022년까지 산재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 목표에 따라 행정기관들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일선 근로감독관들은 사망재해 발생 사업장의 법 위반 행위를 수사하고 증거를 수집해 검찰에 송치하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넘게 지나 돌아온 형사처분 결과는 자신들 예상과 달리 처벌수위가 너무 낮아 힘이
몇 달 전 스스로 삶을 마감한 가수 설리에 이어 얼마 전 가수 구하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살이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는 유명인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워낙 흔해서 대부분 사람들이 주변에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 몇 명 정도는 알고 있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자살 위험성을 증가시키는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성인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은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노년기 우울
11월13일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산화하신 전태일 열사 49주기에 20대 청년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대구의 한 제지공장에 입사해서 아무런 안전교육도 받지 않은 상태로 현장에 투입됐고, 야간근무 중 종이를 감아올리는 기계에서 종이가 찢어져서 이음부를 표시하려다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이 청년노동자의 죽음이 허망하고 분노가 치미는 것은 산업재해예방을 위한 기본적인 안전교육이 실시되지 않았고 안전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장 산재예방을 관리·감독할 고용노동부 사업장 점검도 이뤄지지
소위 ‘밑바닥 노동, 티슈 노동자’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바로 청소년 노동자다. 왜 이렇게 불리는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일부의 이야기가 아니다. 8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20만2천명의 청소년 노동자(만 15세에서 19세 미만)가 일을 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청소년 노동자들이 안전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미만 노동자 업무 중 사고 산업재해 건수가 949건으로 확인됐다. 2016년 1천50건, 2017년 1천26건으로 3년 동안 매년 1천여 명의 청소년 노동자가 일하다 다친 것
고용노동부는 8월8일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업무상재해 인정기준’(지침)을 신설했다. 이를 바탕으로 근로복지공단은 10월1일자로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 노동부는 지침을 통해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의 실무처리 과정에서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 상이하게 판단하는 사례가 발생해 효율적인 업무처리 판단지침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지침은 범죄행위에 대해 고의·중과실과 경과실로 구분해서 판단하면서 법령 위반으로 발생한 사고는 업무상재해로 불승인하되, 불가피한 사유가 있음을 당사자가 입증한 경우에는 업무상재해로 승인한다고
기업이 상품을 생산하기 위해 기업 외부의 노동력과 자본을 결합하는 사업방식은 첨단화된 지 오래다. 건설업 다단계 하도급, 제조업 사내하청 등은 흔한 유형에 속한다. 반면 더디지만 이러한 사업방식에 제동을 거는 시도들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생산공정 도급방식의 사내하청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한 판결들에서 그 단서를 찾아볼 수 있다.법원은 몇 해 전 한 완성차 회사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모든 자동차 생산공정은 한 대의 자동차 생산을 위한 일련의 작업과정 또는 부분공정에 불과하므로, 비록 정규직 노동자의 공정 사이사이 협력
명상서적을 읽다 보면 종종 죽음에 관한 얘기들이 나온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이 서로 다르지 않고 동전의 양면처럼 한 몸이라는 것, 생명을 지닌 것들은 모두 태어남과 동시에 조금씩 죽어 가고 있다는 것, 그런데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처럼 죽음은 자신과는 무관한 일인 양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만약 당신이 당장 내일 아니면 일주일 후에 죽는다 해도 지금처럼 살 것인지 생각해 보라는 것,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것. 이것이 죽음에 관한 얘기들의 공통적인 요지다.무척 와 닿는 말이라 읽을 때마다 그렇게 살리라 다
2016년 3월14일 유성기업의 끈질기고 일상적인 노조탄압과 일터 괴롭힘으로 인해 금속노조 유성기업영동지회 고 한광호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곧바로 열사대책위와 유성범대위가 구성됐고,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성지회 조합원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열사의 한을 풀기 위해 투쟁했다. 그 과정에서 노조파괴를 묵인하고 방조했던 검·경과 고용노동부 등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투쟁은 잊지 못할 기억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열사의 죽음에 기본적인 애도나 유감을 표명하기는커녕,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변명과 회피로만 일관했다.그런데 고
2016년 2천40명, 2017년 2천209명, 2018년 2천142명. 고용노동부 통계로 본 우리나라 산업재해사망 노동자수다. 매일 6명 정도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다치거나, 병들어 죽는다는 사실에 우리는 왜 이리도 익숙해졌을까. 묵직한 익숙해짐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2018년 2천142명이라는 숫자에 ‘김용균’이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10일 한국서부발전 태안 화력발전소 석탄이송용 벨트컨베이어 밀폐함 점검구에서 컨베이어 설비 상태를 점검하던 중 벨트와 롤러 사이에 협착해 사망했다. 사고 이후 한국서부발전의 안전품질실 간부직원은
산업재해 소송을 진행하다 보면 재해조사의 부실함을 발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재해자가 작업공정에서 유해물질을 취급하거나 유해물질에 노출된 적이 있는 경우는 더욱 신중하게 재해조사서를 살펴보게 된다.파킨슨 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업무관련성을 주장하며 산재신청을 한 노동자(피재자)가 있었다. 그는 의료용 드릴 제조공장에서 생산품을 세척해 단면을 매끈하게 만드는 작업을 수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트리클로로에틸렌(TCE)을 취급했다. 이 유기용제는 산업안전보건법령 등에 규정된 유해물질로, 사람에게 두통·혼수·구토·중추 및 말초신경장해
“주치의사에게 결정을 맡기는 것은 범죄자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과 같다.”지난달 26일 69차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위원장 윤현덕) 회의에서 윤 위원장이 ‘휴업급여 부지급’ 안건 논의 중 한 말이다. 당시 회의에는 위원장 외에 의사 출신 위원 3명(정형외과 1인, 직업환경의학과 2인)과 법률가 출신 위원 3명이 참석했다. 윤 위원장은 “주치의사 의견은 보지도 않는다”고 단언하는 말도 덧붙였다.산업재해 사건에서 법원보다 실질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행정심판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가져야 할 중립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하하는 발언이다.윤
지난해 12월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하는 공장 식당에서 조리업무를 하다가 허리통증과 다리 저림 증상이 발생해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에서 산업재해를 신청한 노동자가 있었다. 필자의 소견상 추간판탈출증을 진단하는 데 별 무리가 없어 보였고 업무관련성도 높아 보였다. 근로복지공단 지사에서는 공단 안산병원으로 업무관련성 특진을 보냈다. 조리·건설 등 5대 업종에 대해 시범사업 중인 근골격계질환 업무관련성 특진이 많이 지체되고 있다고 해서 조금 걱정스럽기는 했으나 시범사업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환자를 안심시키고 기다려 보자고
국제노동기구(ILO)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1천명이 업무상사고로 사망하고 6천500명이 업무상질병으로 사망한다고 추산했다. 업무상사망의 대부분(86.3%)을 업무상질병이 차지하고 있으며,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병은 순환기계질환(31%), 업무관련성 암(26%), 호흡기계질환(17%)이 대표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전체 사망의 5~7%는 업무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역과 국가별 산업화 정도에 따라 업무상사고와 질병의 비율, 그리고 주요 업무상질병 종류의 차이는 있지만 순수 의학적 업무상질병의 세계적 규모를 어림잡아 추
2018년 근로복지공단은 11만4천687건의 산업재해 신청사건을 처리했다. 10만4천901건은 승인했고, 9천786건은 불승인했다. 승인율이 91.5%다. 이 중 1만6건의 업무상질병 사건 평균 처리기한은 166.8일(근골격계질환 108.7일, 뇌심질환 103일, 직업성 암 341일, 정신질환 179일 등)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기한 20일 규정은 사문화된 지 오래다.산재보험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신속하고 공정한 보상”(산업재해보상보험법 1조)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노동자들은 신속함과 공정함을 거의 느낄 수 없다. 산재
“단속 나왔어. 위험해, 뛰어.” 마치 영화의 추격 장면에나 나올 법한 대사지만 이건 가상이 아닌 현실이다. 바로 이주노동자 이야기다.지난해 8월22일 한 건설현장에서 한 명의 이주노동자가 추락사했다. 미얀마 국적 노동자 딴저테이씨다. 그는 법무부 산하 인천출입국·외국인청 단속반이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창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딴저테이씨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그날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힘들게 작업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첫술을 뜨던 순간 단속반이 식당에 들이닥쳤고, 들이닥친 이들은 곧바로 출입문을 걸어 잠갔다. 식당
연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특히 그 자녀의 입시와 관련된 기사들이 언론 지면을 도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부의 세습이 당연시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대학입시만은 세습되지 않는 기회평등의 보루라고 믿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믿음은 대부분 고등학생들이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진학한다는 사실을 아주 당연한 전제로 한다.그러나 뜨거운 논란 속에 철저히 소외되고 있는 이들이 있다. 바로 특성화고 학생들이다. 실제 특성화고 학생들의 존재는 산업재해사고가 나야 비로소 기사화된다. 201
평소 TV 시청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데다 대개 밤 10시면 잠자리에 드는 까닭에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던 내가 요즘 꼭 챙겨 보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SBS에서 매주 수·목요일 밤 10시에 방영하는 이다. 은 “산업 현장의 사회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 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신종 메디컬 수사물”이다.내가 의 고정 시청자가 된 이유는 솔직히 말해 도중은(박진희)·허민기(봉태규)·공일순(박지영) 등 핵심 주인공들이 나와 같은 직업환경의학전문의이기 때문이다. 직업환경의학전문의가 주인공인 의학 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