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자는 2인1조로 작업하지 않고 혼자 작업했다.” 산업재해 사고 언론기사 단골 멘트다. 이 멘트는 ‘구의역 김군 중대재해사고’로 알려진 2016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중대재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022년 SPL 평택공장 반죽 배합기 끼임 사망사고, 2023년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추락사고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굵직한 산재 사건 보도에서도 나왔다. 웬만한 산재사고 기사에선 2인1조 작업 유무를 따지는 내용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의 비정규 노동자 비중은 37.0%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원자료는 11월말 공개 예정으로 노동계의 비정규직 분석 결과는 아직 시간을 더 기다려봐야 한다.하지만 통계청과 노동계의 비정규직 판단 기준은 임시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가 여부와 기간제의 범위에서 주로 차이가 발생하는데, 2007년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 이후 2018년까지는 임시일용직 비중이 감소하면서 노동계 추산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왔
처음 ‘전국 비정규 노동자대회’가 열리던 2003년 10월26일, 근로복지공단의 비정규직이던 이용석 열사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으로 투쟁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노동자를 질책했지만, 비정규직의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싸웠고, 공단 담장을 뛰어넘어가 항의했다. 그 투쟁 이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공단 비정규 노동자들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는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지난해 5월 즈음에 기사를 통해 접한 사고였다. 발레 무용수가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온라인에서 봤다. 재능이 뛰어나서 장래를 촉망받는 무용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잠시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노조를 통해 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상담자는 위 무용수의 어머님이셨다.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머님께서는 허망함을 비롯한 여러 감정이 섞인 채였다. 그래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셨다.망인은 어려서부터 무용에 두각을
1. 지난 20일 재판을 앞두고 바빴다. 최근 문제가 된 임금피크제에 관한 사건과 이전에 한참 문제가 됐던 통상임금에 관한 사건이 이날 오전과 오후로,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법에 재판이 잡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들 사건 모두 노사합의가 문제였다. 정년을 앞둔 고령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과반수노조가 노사합의(동의)해 주고, 상여금을 제외한 몇몇 수당만 포함하는 통상임금에 관해 노사합의(협약)했다. 그 합의를 이용해 사용자가 노동자권리를 침해하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 노동자를 위해서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합의(협
이달 25일은 변혁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인 김금수 선생(1936~2022)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년 되는 날이다. 그의 일생은 동년배의 누구나 그러했듯이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과 발달을 관통하는 삶이었다. 따라서 그의 삶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반인간적 상태인 착취와 억압에 대항하는 도전과 항거의 연속으로 “인간조건”을 향한 역정일 수밖에 없었다.1936년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김금수는 ‘1차 산업혁명’부터 ‘2차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의 ‘3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자본주의 발전사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과 뼈가
얼마 전 약 1년 동안 수행한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회사가 만 60세에 달한 원고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합리적인 이유나 대상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러한 회사의 조치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 주장한 사건이었다. 승소가 유력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변론 종결 후 판결선고 직전, 갑자기 법원이 “원고는 이 사건 청구를 포기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원고패소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했다. 당혹감·불안감·분노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는 상황에서 이의신청했고, 판결을 기다렸다.
바야흐로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해마다 국감 시즌만 오면 기자들은 일제히 의원실 문을 두드린다. 평소 구하기 어려운 정부의 각종 통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세 정권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숫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해 내놨다. 임 의원에 따르면 연평균 비정규직 증가폭은 이명박 정부 때 4만5천500명, 박근혜 정부 땐 13만2천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땐 연 18만명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비정규직 비율은 문재인 정부 말인 2022년
이승만 정권의 붕괴한국전쟁을 거친 후 이승만 정권이 붕괴한 원인은 무엇일까.첫째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자 미국은 원조 제공 방식을 무상증여에서 유상차관으로 전환했다. 원조 감소에 대응해 이승만 정권은 조세부담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초래했다.둘째 3·4월 항쟁에서 시위 학생들의 인식적 한계(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이승만 정권의 부도덕성과 부패에 대한 분노 차원)가 존재했다. 학생, 기층 대중의 조직화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승만 정권의 폭압성에 맞서 전국적 항쟁·물리적
‘최애의 아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 있다. 만화책으로 발간했다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한국 덕후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BTS의 RM이 SNS에 이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인증 사진을 올린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아이돌은 우상 혹은 대체로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을 지칭한다. 무리스럽게도 나는 한때 불교계 아이돌을 자처했는데 노동계의 아이돌은 꿈도 꾸고 있지 않다. 노동계의 아이돌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전태일’이라는 상징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노동운동의 아이돌인 전태일 열사를 다시
최근 경기도의회로부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았다.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토론회였기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일자리 확대와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과 관련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참가를 결정했다. 노동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지역 내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산업혁신으로 일자리 몇 만 개 확대’ 등 장밋빛 미래 전망만 난무해서는 지역의 노동 현실이 결코 바뀔 수 없다. 근로조건의 개선점을 찾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일자리 확대와
21대 국회에는 공인노무사들의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3건(류호정 정의당 의원안,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3건 모두 노동관계법령 위반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단계에서 공인노무사가 진술 대행 및 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이런 개정안 배경에는 대법원이 2022년 1월13일 선고한 2015도6329 판결과 이에 대한 한국공인노무사회의 반발 및 적극적인 입법 요구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인노무사가 착수금 또는 성공보수
1. “조합원이 언제든지 노동조합의 결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조합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국민과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이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더 나아가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해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과 전체 근로자의 신뢰를 높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3쪽) 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의 목적을 밝히고 있었다. 어제 출근했더니 내 책상에 책자가 놓여 있어 펼쳐 봤더니 이렇게
작고 왜소했지만 다부져 보였다. 악수한 손은 따뜻했다. 몇 년 전 필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었던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다. 사무총장이던 그분은 어느새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으로 불린다. 이정식 장관은 30여년간 한국노총에서 정책본부장·사무처장·중앙연구원장 등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또한 노사정 전문위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력만 보면 노동 정체성을 가진 노동전문가가 확실하다.노동전문가로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의 첫 노동부 장관이 됐다.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중 최대 이변이자 잘된 인사로
일하는 부산 시민을 만나다 보면 종종 “부산이니까”라는 말을 듣게 된다.“부산이니까 서울보다 일자리가 적죠” “부산이니까 이 업계에서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더 이상 일 못 해요” “부산이니까 근로조건이 안 좋은 부분은 감수해야죠” “부산이니까 처음 일하는 사람은 낮은 임금을 받아요” “부산이니까 보수적이고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를 가지고 있죠” 등 듣다 보면 그야말로 “부산이니까” 외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생각해 보면 나도 이런 이유를 대고 한동안 부산을 떠났던 것 같다. 서울에 있다가 부산에 왔다고 하면 종종 “계속 서울에 있
지난달 26일, 방영환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해성운수분회장이 사업장 앞 집회 도중 분신했다. 이달 6일 오전 6시께 끝내 운명했다. 고인은 회사의 불법행위에 저항했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된 이후 소송을 통해 복직한 뒤에도 227일간 투쟁해 왔다. 여전히 그대로인 회사에 법을 지키라며 투쟁했다.그의 요구는 첫째,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발전법)과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실질적 사납금제인 기준운송수입금 및 이를 미납하는 경우 택시기사에게 배상책임을 지운 불법 근로계약을 폐지해야 한다는 것. 둘째, 정당한 노조활동을 폭력으로 방해
아, 소리를 보는구나‘소보사’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뭐하는 곳인가 싶었다.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라는 청각 장애 학생들을 위한 대안학교라고 한다. 몇 달 전, 대안학교측에서 취직해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을 만날 수 있는 현장방문 프로그램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행사를 주선한 사단법인 희망씨 관계자는 장애인들이 노조에 가입해 있는 공장을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난 11일 방문이 이뤄졌다. 자동차 부품공장이었다.‘소리를 본다’는 표현이 좋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보다 소리를 본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에서 농인의
5차 중동전쟁의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7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이 도화선이 됐다. 하마스 제거를 위한 지상군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지상군이 들어갈 테니 살고 싶으면 떠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전체 가자지구 주민 230만명 가운데 110만명에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하마스를 제거해야 할 ‘순전한 악’이라고 규정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보복전쟁을 지지하면서 항모전단을 급파하고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을 동시에 이스라엘에 보내 군사행동을 조율하고 있다.미-이스라
헌법재판소는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제외가 평등원칙 위배인지 여부를 판단하며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하나의 기준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은 헌법의 명령을 받아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하고 있는 법이다. 근로기준법은 그 목적에서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향상시키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예컨대 ‘휴식’은 근로자로서의 생활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5명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는 근로시간 및 연차휴가 미적용으로 '쉼'을 보장받지 못한다. 가산수당은 그 수
요즘 서울에서 한창 뜨는 동네 ‘익선동’은 화려한 외관 뒤로 여전히 가난한 서민들이 모여 산다. 나는 몇 년 전 익선동에 5평짜리 원룸을 얻어 1년쯤 살았는데 월세가 70만원에, 관리비도 12만원이나 나왔다. 잠만 자는 원룸에서 한 달에 12만원이나 관리할 비용이 드는 이유를 몰랐다. 그저 주인이 달라는 대로 주면서도 사용 내역은 몰랐다.국토교통부가 지난달 21일부터 소규모 주택의 정액 관리비 내역을 세분화해 알리도록 규정한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 사항 세부기준’ 개정안을 시행했다. 서민들에겐 엄청난 희소식인데 지면에 보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