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누구나 존중받고 윤리적인 대우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본 권리도 공동체의 특성에 의해 달라진다.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라 누군가는 기득권을 독점하는가 하면 누군가는 불평등 아래 빈곤과 제약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소유보다는 나눔을, 경쟁보다는 상생을”이러한 극명하고도 노골적인 양극화가 새삼 확인된 곳은 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베트남 하이퐁시의 라이쑤언(Raixuan)이라는 시골 마을에서였다. 라이쑤언은 한국으로 온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이 많은 곳이며,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지역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산주의
꼭 2년 전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41만6천명 중 상시·지속업무 및 국민의 생명·안전과 관계된 업무를 하고 있는 20만5천명을 2020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2년이 흘렀고 18만5천명이 전환 결정되고, 이 중 15만7천명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런데 간단한 개요와 달리 그 과정에선 크고 작은 도전이 많았으며 지금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남은 기간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정부와 노동조합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짚어 본다.담대한
지난 1일부터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적용을 받는 사업장들이 크게 늘어났다.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된 노동자에게 주 52시간 상한제를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금융권 노동자들이 밀집해 일하고 있는 서울 여의도역 주변 풍경도 달라졌다. 아침 7시 대 조기 출근이 일반적이던 금융권 노동자들의 출근시간이 오전 8시 중후반 대로 바뀌었고, 저녁 6시 이후에는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는 긴 줄이 생겨날 정도다.그러나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장시간 노동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김치·와인 일감 몰아주기로 검찰에 고발된 태광그룹 주변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무리하게 정황증거만으로 검찰에 고발조치해 억울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의 만연한 성과주의”라는 맹비난도 서슴지 않고 행정소송 같은 전면대응 이야기도 흘러나온다.오너 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몰아준 금액이 2년반 동안 150억원에 가깝고 사익편취에 관련된 계열사가 19개다. 김치의 양이 500톤이 넘고, 가격은 시중가의 3배에 달했으며, 식품위생법 기준마저 위반했다. 이 모든 일련의 행위에서 이득을 취한 인물은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일가다. 수많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 실시간 호출서비스 타다는 차량 호출부터 이동과 하차까지 전 과정이 카카오택시 같은 콜택시 서비스와 다를 것이 없다. 다만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규제를 피할 뿐이다. 타다는 24시간 상시 불법 여객운송 서비스로 서울과 수도권 택시시장을 잠식했다. 타다에 대한 원망과 질책, 좌절과 분노는 결국 서울개인택시 조합원 분신사망으로 이어졌다.택시노동계는 타다의 불법성과 문제점을 관계부처 면담과 고발로, 또 집회로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택시산업은 각종 규제를 받는다. 택시는 면허제
문재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와서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고 간 지 어느덧 2년이 지났다. 공사는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쟁채용 등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또 낙찰률을 무기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인건비를 적용하는 공사의 횡포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공사는 자회사와 용역업체 소속 노동자 최하위 등급인 7급의 기본급이 공무원 8급4호봉 수준으로 지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공사는 인건비 예산을 공무원 8급4호봉 수준으로 지급하지 않는다. 공사는 인건비 예산을 고시금액에 낙찰률과 조정계수를 곱해 책정한다. 이를테면
당혹한 눈빛이 역력했다. 노조 없는 곳에 노조가 생겼으니 당연했다. 노조를 상대하는 일이 주요 업무인 노무담당자는 노조가 생기는 것을 막지 못했으니 위로부터 많이 깨졌을 것이다. 특히 노무업무에만 집중하는 담당자 없던 하청업체는 그냥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군림하다가 노조가 생기면 당혹스러워 한다. 급하게 노무 경험자를 채용하거나 노무사를 데려오기도 한다.노무담당자는 늘 노조를 만나는 일선에 있고 노조 또한 노무담당자를 자주 만난다. 노무담당자가 어떤 마인드로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요즘은 노무 전문
최근 부산에서 레미콘 믹서트럭을 운전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건설노조에 가입하고 노동조합활동을 시작했다. 레미콘 노동자들의 바람은 단순했다. ‘일요일에는 쉬고 싶다. 하루 8시간 노동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회사(레미콘 제조사)들이 덤핑경쟁만 하지 말고 운송비나 제대로 올려 줬으면 좋겠다’는 요구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으로 단단히 뭉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건설노조 문을 두드린 것이다.부산지역 레미콘 노동자들이 건설노조에 가입한 것을 두고 사측에서는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업을 운영할
나는 직업환경의학 의사다. 얼마 전 5인 규모 사업장에서 비철금속 조립·용접 공정에 종사하는 한 40대 근로자를 만나 건강 상담을 한 적이 있다. 그는 4~5년 전부터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지만 혈압이 조절되지 않았다. 질산과 염산·크롬산을 취급하는데 눈이 따끔거리지만 물어볼 곳도 없고 불안하기만 해 혈압조차 올라간다. 1회용 마스크를 착용해 보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상담을 통해 화학물질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이해하게 됐다. 사업주가 보호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법이 정한 화학물질 취급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일명 김용균법)이 통과되고, 고용노동부는 “법의 보호대상 확대”라는 말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냈다. 누가 어떤 법의 보호를 받는지는 그 법의 존재이유, 실효성과 직결되는 가장 기초적이자 중요한 문제다. 산업안전보건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정말 확대됐을까? 확대됐다면 얼마나 확대됐을까? 아쉽게도 혹은 이상하게도 지금 답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산업안전보건법 3조1항은 “이 법은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 다만, 유해·위험의 정도, 사업의 종류·규모 및 사업의 소재지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도급 관련 규제가 겉으로는 많이 강화된 듯이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두고 빗대어 하는 말이다. 입법예고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 개정안도 음식 가짓수가 많을 뿐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밥과 국이 잔칫상에서 보이지 않는다.정부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명분으로 내건 하청(수급인) 노동자 보호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도급인(원청) 사업주의 안전보건 실천도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첫째, 건설업을 제외한 업종(제조업·전기통신업 등)에서 유지·보수
두 혁명이 삶을 관통한다. '산업혁명'과 '권리혁명'이다. 전자는 시민을 4차 산업혁명 적응자와 부적응자로 나누려 한다. 후자는 그런 구분을 넘어 모든 시민 권리를 옹호한다. 전자는 21세기 산업화고 후자는 21세기 민주화다. 전자는 2030년까지 삼성이 시스템반도체에만 133조원을 투자하듯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만드는 혁명이다. 후자는 돈에 대한 탐욕을 넘어 권리 자각을 통해 일어나는 혁명이다. 전자는 부자들이 첨단기술을 소유하고 세상을 지배하는 혁명이다. 후자는 보통 시민들이 기술권력에 밀리지 않고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대한 노동계와 지역사회의 저항이 심상치 않다. 매각이 예정대로 진행되는 한 갈등은 계속될 듯하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업계 1위와 2위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효과 내지 국가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같은 일을 노동계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기회라고 홍보한다.노동계가 제기하는 문제의 핵심은 재벌특혜와 고용불안에 있다. 세금이 10조원 넘게 들어간 공적 기업의 경영권을 사적 이윤추구를 생명으로 삼는 재벌에게 헐값으로 넘긴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무엇보
2007년 6월3일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가좌역 경의선 용산-문산 간 복선전철 공사현장이 무너져 내렸다. 흙막이 벽체가 붕괴된 자리에 거대한 웅덩이가 생겼고 그 위로 선로가 위태하게 구름다리처럼 흔들렸다. 서울역으로 향하는 열차 한 대가 통과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었다. 사고가 조금만 일찍 일어났다면 수많은 생명을 앗아 간 또 하나의 대형 참사로 남을 뻔했다. 열차 운행은 전면 중단됐고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599개 열차의 운행이 중지됐다.모든 사고에는 전조현상이 있다. 이 구간을 운행하던 기관사들은 평소와는 다른 진동을 느끼고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앞두고 언론에서는 온통 ‘빅딜이냐’ ‘스몰딜이냐’ ‘굿 이너프 딜이냐’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행단계를 두고 왈가왈부하고 있습니다. 평화프로세스의 대전제는 이미 1년 전에 밝혀졌습니다. 북미 간의 평화프로세스가 가동되려면 6·12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도 나와 있듯이 ‘신뢰회복’에 기초한 새로운 관계설립 노력에 기반을 둬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관계 발전은 4·27 판문점선언 1조1항에 나와 있듯이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가장 우선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발전의 원칙
지난 22일 장기요양과 관련된 중요한 두 가지 행사가 있었다. 한쪽에서는 노동·시민·사회가 장기요양 공공성 확대를 위한 재정확충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국회토론회를 열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보건복지부가 장기요양제도 전반을 심의하는 장기요양위원회를 개최했다. 비슷한 시간대, 두 공간에서 모두 공통적으로 지적된 부분은 ‘제도개혁의 느려진 시계’였다.국회토론회에서는 돌봄 제도화에는 성공했으나 사회화까지 나아가기에는 미흡한 현실을 진단했다. (개인)민간 중심 공급체계 때문에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공공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해결
해태제과 여성 노동자들은 1979년 하루 8시간 노동 쟁취 투쟁을 벌였다. 당시 이들은 보통 하루 12시간씩 주 6일, 거기에 더해 격주 한 번씩 18시간 연달아 일하는 ‘곱빼기 노동’을 하고 있었다. 뒤늦게 노동법상 기본 노동시간이 8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 이들의 구호는 "하루 8시간 노동 쟁취"가 됐다.끔찍한 수준의 장시간 노동을 폐지하고자 싸웠던 이들의 구호가 "하루 8시간 노동"이었던 점에 주목한다. 노동자의 몸과 마음은 고무줄이 아니기 때문에 한 주간, 한 달간, 심지어 3개월이나 6개월 평균으로 노동시간을 얘
지난 5일 폐회한 3월 임시국회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토대로 한 더불어민주당의 탄력근로제 안에 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단위기간 1년 확대를, 또 다른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선택적근로제 확대 등 추가 유연화 제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국회 담장 밖에서 민주노총 반대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국회 안에서는 여야 간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막을 내린 것이다.지난해 2월 ‘노동시간단축’에서 올해 3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까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기법 개정안 입
2018년 12월11일 새벽 3시, 스물넷 꽃다운 청년 비정규 노동자 김용균씨는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여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회사는 2인1조 작업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 안전규정을 지켰다면 청년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사람중심의 예산안이 되도록 국정철학을 담아 설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기업인 한국서부발전 예산안에는 위험에 내몰린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안전에 대한 예산은 없었다. 2인1조 규정을 지킬 수 있을 만큼의 예산도 배정
지난해 9월 건설현장에서의 단속으로 사망한 딴저테이씨 사건으로 이주노동자 단속의 위험성이 드러났고, 국가인권위원회 차원에서도 직권조사가 이뤄졌다. 인권위는 법무부에 출입국·외국인청 조사과장과 직원 징계, 보호명령서 지침 마련 등 단속 절차를 준수할 것과 단속반 인권교육, 피해자와 유가족 권리구제 지원까지 명시하는 권고를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할 뿐 딴저테이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의 면담 요청도 거부한 채 외면하고 있다. 정책 개선의 의지 역시 발견되지 않는다. 상하반기 나눠 진행하던 단속을 올해는 연중으로, 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