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오고 양당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제3지대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 더불어 보수신당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몸값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를 오갔던 금태섭 전 의원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지난 11월 10일 김종인 국힘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점심 회동을 가진 바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둘 말고도 다양한 버전의 ‘제3지대론자’는 넘쳐 흐른다. 이들은 각
1. 11월 13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문제라고 개선하겠다고 지난 대선에서 공약하더니 윤석열 정부는 노동부가 중심이 돼 집권 초부터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국민 여론을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물러섰던 것인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일정 부분 이런 정권의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노동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
바야흐로 K컬처 전성시대이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83개 대학 부속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 3천302명 (2021년 10월1일 기준)의 노동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국·공립대 26곳에 대한 ‘한국어 교원 현황,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4대 보험 납입 여부’를 묻고 ‘계약서’ 내용을 모두 받아 검토한 결과 한국어 교원의 노동권이 얼마나
대법원은 지난 2020년 단체협약의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해 판단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다수의견은 위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고, 무효라고 본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나 2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남겼다.일반적으로 대법원의 반대의견은 본질적·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존중은 물론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의견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존중은 적어도 인간의 삶과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방문 때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정상 좌담회에서 한미일이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파격적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앞선 지난달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사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 온 원동력”이라며 이러한 자유가 공산전체주의와 그 기회주의적 추종세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외교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2년 대통령
블루 안의 화이트그들을 향한 시선은 권력이다. 담에 둘러싸인 공장이나 담 없는 사회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고 동영상 플랫폼에서 구독자가 많으면 돈도 버는데. 시선은 관심이고 인기며 돈 아닌가. 그건 시선에 호감이 실리고 시선을 받는 쪽에게 이익이 올 때다. 시선에 감시가 있고 시선 받는 쪽에게 불이익이 온다면 시선은 권력이 된다.익명의 세계에서 실명의 세계로 나오려면 그런 시선을 이겨 내야 한다. 주체가 안 보이는 비가시적 영역과 권리 주체가 보이는 가시적 영역이 있다. 비가시적
지난 17일 먹통이었던 행정전산망이 56시간 만에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22일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는 아직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다.행정망 먹통 직후 20일 아침 신문은 일제히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흘간 행정망 먹통 디지털 재난 정부’란 제목으로, 경향신문도 같은 날 ‘예산도 늘렸는데 … 속 빈 디지털 정부’란 제목으로 각각 1면 머리기사를 썼다.더 혹독한 비판에는 조선일보가 나섰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 머리에 ‘디지털 정부 해외 홍보 중 디지털 재난 터졌다’며 정부를 비꼬았다. 동아일보도 ‘먹
디지털 전환으로 일감이 필요한 사람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개인과 기업이 시시각각 연결됐다 흩어지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 개인이 시간과 노동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소득을 창출하는 긱(Gig) 경제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미국 ‘프리랜서유니온’은 2017년 발간한 보고서(Freelancing in America, 2017)에서 이미 2017년에 미국 인구의 36%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2027년에는 50.9%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한국 프리랜서 규모는 추산을 하는 기관과 유형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데, 적게는 240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몇 명이고, 그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업종은 어떤 곳일까? 원자료 분석 결과 음식점과 의원을 비롯해서 임금노동자수 기준 상위 20개 업종이 우리나라 5명 미만 노동자의 60%를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가구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임금노동자 2천172만4천명 가운데 5명 미만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375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3%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산업은 도소매업으로 73만5천명이 일하고, 음식숙박업이 64만2천명으로 뒤를 이었다.(통계청 경제활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지 30년 만에 ILO 기본협약인 87호, 98호를 비준했던 2021년 4월. 비준서 기탁식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 정부는 앞으로 기본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건강한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사와 함께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때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요즈음 우리 사회 시계는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1998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입법, 2006년 기간제법 입법으로 상징되듯 90년대 이후 우
지난 여름 창원 소재 현대비앤지스틸에서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300~400킬로그램 무게의 철판에 깔려 사망했다. 1년 사이 벌써 3명째 사망사고였다. 숨진 노동자는 기계에 부착된 철판의 연결부위가 헐거워진 것을 수리하다 변을 당했다. 애초 연결부위의 구멍크기도 맞지 않고 마모돼 있어 제대로 된 수리도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작업자수는 적고 빠르게 수리를 완료해야 기계를 가동할 수 있었으므로 급한 대로 땜질식 수리를 하다 기어이 사고가 났다. 노동조합은 그간 수차례 노후화한 설비 교체와 수리 작업자의 충원을 요구했지만, 회사는 돈이
교육이나 행사에 참여하면 소속을 적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요새는 소속 칸에 “없음”이라고 적는다. 뭐라도 적어야 하나 뻘쭘하기도 하고, 소속을 적어야 주최측에서 대상자를 파악하고 행사 준비에 편할 텐데 하는 생각도 들지만, 딱히 적을 게 없어서 그냥 없다고 적는다.그전에는 일하는 곳을 적었다. 다니는 회사가 곧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를 증명하는 수단이고 정체성이다. 내가 어디에 주로 머무는지, 어디에서 어떤 음식을 먹는지, 자주 가는 곳, 자주 이용하는 교통수단, 생활방식, 주변 인간관계와 같은 일상은 회사를 중심으로 짜인다.지금
1. “오랜 기간 어렵게 이뤄 낸 것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렸다.” 20일 오전 기자회견장에서 들었다. KBS에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 등 편성 폐지를 추진하거나 삭제했고, 의 앵커를 교체했다. 전격적으로 단행된 이 같은 사태에 언론노조 KBS본부를 자문해 온 터라 우리 사무실의 변호사·노무사들과 함께 나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부당노동행위 등 법적 대응을 밝혔다. 내 발표에 앞서 강성원 KBS본부장은 모두발언에서 이 같은 말을 했다.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오랫동안 힘겹게 투쟁
필자가 요양보호사 상담을 했을 때 일이다. 요양보호사가 이전에 맡았던 어르신은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성희롱 발언을 매일같이 했다. 처음에는 참아도 봤지만 이대로는 안될 것 같아 센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그러나 센터장은 “그 어르신은 원래 그런 분이라 어쩔 수 없으니 요양보호사가 적당히 대처해야 한다”고 했다. 시간이 갈수록 어르신의 성희롱은 더욱 심해져 결국 해당 센터를 그만뒀다.그는 그 일로 충격을 받았지만 다른 어르신을 담당하면서 요양보호사 일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모르는 번호로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자신에게
유네스코가 지정한 직지(直指)의 도시 충북 청주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2017년 꼭 이맘때 매일노동뉴스를 퇴사했으니, 6년 만에 다시 글 쓰는 심정이 남다르다. 모두에게 안부를 전한다.오늘 시작하는 칼럼의 명칭은 ‘무사안일’이다. 국어사전은 “큰 탈이 없이 편안하고 한가로움. 또는 그런 상태만을 유지하려는 태도”라고 풀이한다. 하지만 여기서만큼은 이렇게 읽혔으면 좋겠다. “무사하고 안전한 일터를 위하여” 얼렁뚱땅 지은 이름 같아도 ‘페이스북 친구’ 한정 칼럼명 공모 당선작이다. 그러니 앞으로 술자리 건배사로도 당당히 외쳐보자.
남북한이 국제연합(UN)에 동시 가입한 직후인 1991년 12월 노태우 정권은 ILO(국제노동기구)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 후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문재인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나라는 모두 32개의 ILO 협약을 비준했다.노태우 정권은 근로감독 협약 81호·고용정책 협약 122호·선원건강검진 협약 73호 등 3개를 비준했다. 김영삼 정권은 직원훈련 협약 142호·동등보수 협약 100호·노동행정 협약 150호·노동통계 협약 160호 등 4개를 비준했다.김대중 정권은 차별금지 협약 111호·최저연령 협약 138호·3자협
1.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부터 정부와 재계가 함께 쓰는 신작 공상소설이 시중에 떠돈다. 그것도 아주 재미없는 내용으로. 먼저 이들은 개정 노조법 2·3조의 ‘실질적 지배력’이 모호한 개념으로서 교섭에 응해야 할 사용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등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또 이들은 사용자는 불법파업에 사실상 손해배상청구가 불가능하고, 수백, 수천 개의 하청업체를 가진 재벌·대기업 원청은 1년 내내 교섭과 파업으로 몸살을 앓아 결국 기업경영과 국가경제가 파탄난다고
5·16 군사쿠데타의 실질5·16 군사쿠데타는 정치·사회적 불안 내지 체제 위기 대안으로서 ‘혁명적’이라는 평가보다는 4·19 이후 혁명적·민주주의적 실험이 오히려 5·16 군사쿠데타로 ‘좌절’ 내지 ‘저지’됐다는 평가가 타당하다. 이는 5·16 군사쿠데타 세력이 취한 주요한 조치로 확인된다. 부정부패 척결이나 사회정화를 그들이 단행한 개혁조치 배경으로 주장하지만 실질은 5·16 군사쿠데타 반대세력과 진보세력을 권력에서 배제하는 것이었다. 박 정권은 억압과 통제를 기본으로 하되 대내외적으로 반공이데올로기를 표방해 ‘반공주의적 개발
공기업 한국전력 자회사 한전KDN과 같은 공기업 한국마사회가 보유한 YTN 지분 30.95%를 지난달 23일 유진그룹에 넘겼다. 이렇게 26년 동안 공적 소유를 이어온 보도전문채널 YTN이 하루아침에 민간회사로 넘어갔다. 유진그룹은 건설자재와 금융·엔터테인먼트 등 50여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8위 기업이다.한겨레는 매각 나흘 뒤 “언론 민영화가 이렇게 쉽다고?”라는 기사에서 “공영 언론 민영화에 사회적 숙의 과정이 빠졌다”고 비판하는 야당과 언론노조 목소리를 담았다. 언론노조 YTN지부는 공기업 지분 매각에 불법이 의심된다며 국회
안전이 중요한 시대다. 사회이슈마다 안전이 빠지지 않는다. 그만큼 안전은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잡았다. 산업재해에 대한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안전과 관련한 법도 꾸준히 재·개정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적용되는 대표적인 안전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훨씬 다양한 법을 적용받고 있다.정유공장을 예로 들어보자. 정유공장은 대표적인 화학물 취급 공장이며, 원유를 정제해 가스·액체류·고체류 제품을 생산한다. 생산공정에 따라 위험물안전관리법(위험물관리법), 고압가스 안전관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