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때인 1967년, 지금은 제3차 중동전쟁이라고 부르는 이른바 ‘6일 전쟁’이 있었다. 이스라엘은 기습공격으로 이집트의 시나이반도와 가자지구, 요르단의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 시리아의 골란고원을 빼앗았다. 이스라엘은 위대한 나라였다. 한쪽 눈을 검은 안대로 가린 이스라엘 모세 다얀 장군이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었다. 언론은 그를 영웅으로 추켜세웠다. 부끄럽게도 친미반공교육의 모범학생이었던 필자는 이스라엘편이었다. 바로 한해 전인 1966년 존슨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통킹만 자작극(false flag)을 만들어
첫 우리 노동 성격분석 게임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17년 이후 탄생한 노조와 프리랜서를 비롯한 다양한 노동을 인터뷰했다. 센터 교육위원회는 노동운동의 주류가 아닌 노동자들 교육한 뒤 평가했다. 구체적 노동 현실을 모르면서 ‘안다는 착각’으로 가르치려는 것은 아닌지 성찰하면서 새로운 노동과 노조를 더 잘 알기 위해 인터뷰를 시작했다.플랫폼 노동을 비롯한 불안정 노동에 대한 조사와 연구들은 대부분 현황 파악에 그치거나 제도화를 위한 분석들이다. 이들이 어떻게 스스로 권리의 주체가 될 것인지를 초점에 둔 조사나 분석은 드물다. 센터 교육
현 대통령이 당선되고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한 직후인 지난해 4월께 여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의 집회를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집회 금지 장소를 열거하고 있는 집시법 11조 각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수많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이 켜켜이 쌓여 있는 상태에서 [‘국내 주재의 외국의 외교기관’ 부분 위헌(2000헌바67·83), ‘국회의사당’ 부분 헌법불합치(2013헌바322 등 병합), ‘국무총리 공관’ 부분 헌법불합치(2015헌가28), ‘각급 법원’
김승희 대통령실 전 의전비서관 딸의 학교폭력 문제로 또 윤석열 정부 인사가 말썽이다. 대통령실은 의혹 7시간 만에 김 전 비서관을 경질해 꼬리 자르기를 시도했지만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이 와중에 김 전 비서관 딸이 지난 7월 사건 이전인 올 1학기 초에 또다른 피해 학생에도 폭력을 가했다는 보도가 지난 23일자 여러 신문에 나왔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발 보도였는데,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크게 보도했다.조선일보는 이를 지면에 싣지도 않았다. 그러나 같은 보수신문인 중앙과 동아일보는 비중있게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3일자
2022년 기준 한국의 게임 이용률은 74.1%, 게임산업 규모는 현재 20조를 넘어 계속 성장하고 있다. 1천170개의 게임업체에 종사자수는 4만5천262명으로 꽤 큰 규모의 산업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업계에 종사하고, 수많은 청년들이 게임업계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꿈꾼다. 그런데 이 눈부신 성장의 이면에 업계 종사자에 대한 게임이용자의 사이버 불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호가 매우 후진적이라는 제보와 증언들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게임회사의 직원이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온라인상
“재해자는 2인1조로 작업하지 않고 혼자 작업했다.” 산업재해 사고 언론기사 단골 멘트다. 이 멘트는 ‘구의역 김군 중대재해사고’로 알려진 2016년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를 시작으로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고 김용균 중대재해,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 2022년 SPL 평택공장 반죽 배합기 끼임 사망사고, 2023년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 엘리베이터 수리기사 추락사고 등 대중적으로 알려진 굵직한 산재 사건 보도에서도 나왔다. 웬만한 산재사고 기사에선 2인1조 작업 유무를 따지는 내용
통계청이 24일 발표한 경제활동인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서 지난 8월 기준 우리나라의 비정규 노동자 비중은 37.0%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원자료는 11월말 공개 예정으로 노동계의 비정규직 분석 결과는 아직 시간을 더 기다려봐야 한다.하지만 통계청과 노동계의 비정규직 판단 기준은 임시일용직을 비정규직으로 볼 것인가 여부와 기간제의 범위에서 주로 차이가 발생하는데, 2007년 비정규직 관련법 시행 이후 2018년까지는 임시일용직 비중이 감소하면서 노동계 추산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왔
처음 ‘전국 비정규 노동자대회’가 열리던 2003년 10월26일, 근로복지공단의 비정규직이던 이용석 열사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분신으로 투쟁하던 시대는 끝났다”며 노동자를 질책했지만, 비정규직의 아픔과 고통을 공유하고 있던 노동자들은 거리로 뛰쳐나가 싸웠고, 공단 담장을 뛰어넘어가 항의했다. 그 투쟁 이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졌고 공단 비정규 노동자들은 일정한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그리고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내놓는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지난해 5월 즈음에 기사를 통해 접한 사고였다. 발레 무용수가 우울증을 견디다 못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의 기사들을 온라인에서 봤다. 재능이 뛰어나서 장래를 촉망받는 무용수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무슨 사정이 있었을까 잠시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노조를 통해 상담 요청이 들어왔다. 상담자는 위 무용수의 어머님이셨다. 마음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어머님께서는 허망함을 비롯한 여러 감정이 섞인 채였다. 그래도 비교적 담담하게 이야기를 시작하셨다.망인은 어려서부터 무용에 두각을
1. 지난 20일 재판을 앞두고 바빴다. 최근 문제가 된 임금피크제에 관한 사건과 이전에 한참 문제가 됐던 통상임금에 관한 사건이 이날 오전과 오후로, 서울남부지법과 서울고법에 재판이 잡혀 있었다. 따지고 보면 이들 사건 모두 노사합의가 문제였다. 정년을 앞둔 고령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과반수노조가 노사합의(동의)해 주고, 상여금을 제외한 몇몇 수당만 포함하는 통상임금에 관해 노사합의(협약)했다. 그 합의를 이용해 사용자가 노동자권리를 침해하도록 한 것이 문제였다. 노동자를 위해서 노조가 사용자를 상대로 합의(협
이달 25일은 변혁운동가이자 노동운동가인 김금수 선생(1936~2022)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주년 되는 날이다. 그의 일생은 동년배의 누구나 그러했듯이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과 발달을 관통하는 삶이었다. 따라서 그의 삶은 자본주의가 초래한 반인간적 상태인 착취와 억압에 대항하는 도전과 항거의 연속으로 “인간조건”을 향한 역정일 수밖에 없었다.1936년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난 김금수는 ‘1차 산업혁명’부터 ‘2차 산업혁명’을 거쳐 지금의 ‘3차 산업혁명으로의 이행기’에 이르기까지 한국 자본주의 발전사를 온몸으로 겪으면서 살과 뼈가
얼마 전 약 1년 동안 수행한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됐다. 회사가 만 60세에 달한 원고의 임금을 삭감하면서 합리적인 이유나 대상 조치를 하지 않았고, 그러한 회사의 조치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 위반이라 주장한 사건이었다. 승소가 유력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변론 종결 후 판결선고 직전, 갑자기 법원이 “원고는 이 사건 청구를 포기한다.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한다”는 원고패소 취지의 화해권고결정을 했다. 당혹감·불안감·분노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이는 상황에서 이의신청했고, 판결을 기다렸다.
바야흐로 국정감사의 계절이다. 해마다 국감 시즌만 오면 기자들은 일제히 의원실 문을 두드린다. 평소 구하기 어려운 정부의 각종 통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다.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까지 세 정권을 거치면서 비정규직 숫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조사해 내놨다. 임 의원에 따르면 연평균 비정규직 증가폭은 이명박 정부 때 4만5천500명, 박근혜 정부 땐 13만2천명이었는데 문재인 정부 땐 연 18만명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근로자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었다. 비정규직 비율은 문재인 정부 말인 2022년
이승만 정권의 붕괴한국전쟁을 거친 후 이승만 정권이 붕괴한 원인은 무엇일까.첫째 미국의 국제수지가 적자로 돌아서자 미국은 원조 제공 방식을 무상증여에서 유상차관으로 전환했다. 원조 감소에 대응해 이승만 정권은 조세부담으로 이를 해결하려 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모순과 갈등을 초래했다.둘째 3·4월 항쟁에서 시위 학생들의 인식적 한계(이승만 정권의 붕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이승만 정권의 부도덕성과 부패에 대한 분노 차원)가 존재했다. 학생, 기층 대중의 조직화에는 한계가 있었지만, 이승만 정권의 폭압성에 맞서 전국적 항쟁·물리적
‘최애의 아이’라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 있다. 만화책으로 발간했다가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한국 덕후들에게도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BTS의 RM이 SNS에 이 애니메이션을 본다는 인증 사진을 올린 이후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해졌다. 아이돌은 우상 혹은 대체로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젊은 연예인을 지칭한다. 무리스럽게도 나는 한때 불교계 아이돌을 자처했는데 노동계의 아이돌은 꿈도 꾸고 있지 않다. 노동계의 아이돌로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전태일’이라는 상징이 있기 때문이다.최근 노동운동의 아이돌인 전태일 열사를 다시
최근 경기도의회로부터 일자리 문제와 관련한 토론회 참석 요청을 받았다. 지역경제 발전과 일자리 확대를 위한 토론회였기에 처음에는 망설였다. 일자리 확대와 경제 발전을 위한 산업정책과 관련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그러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참가를 결정했다. 노동상담 사례를 기반으로 지역 내 노동자들의 노동 현실을 알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산업혁신으로 일자리 몇 만 개 확대’ 등 장밋빛 미래 전망만 난무해서는 지역의 노동 현실이 결코 바뀔 수 없다. 근로조건의 개선점을 찾아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일자리 확대와
21대 국회에는 공인노무사들의 직무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인노무사법 개정안 3건(류호정 정의당 의원안,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안)이 발의돼 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3건 모두 노동관계법령 위반 고소·고발 사건의 수사단계에서 공인노무사가 진술 대행 및 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이런 개정안 배경에는 대법원이 2022년 1월13일 선고한 2015도6329 판결과 이에 대한 한국공인노무사회의 반발 및 적극적인 입법 요구가 있다. 위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인노무사가 착수금 또는 성공보수
1. “조합원이 언제든지 노동조합의 결산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해 조합원의 알권리를 강화하고, 국민과 노동조합에 가입하려는 근로자가 어느 노동조합이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더 나아가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해 노동조합에 대한 조합원과 전체 근로자의 신뢰를 높이고, 합리적인 노사관계 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고용노동부,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 3쪽) 노동부는 노동조합 회계공시 제도의 목적을 밝히고 있었다. 어제 출근했더니 내 책상에 책자가 놓여 있어 펼쳐 봤더니 이렇게
작고 왜소했지만 다부져 보였다. 악수한 손은 따뜻했다. 몇 년 전 필자가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이었던 그분을 처음 만났을 때 느낌이다. 사무총장이던 그분은 어느새 고용노동부 장관 이정식으로 불린다. 이정식 장관은 30여년간 한국노총에서 정책본부장·사무처장·중앙연구원장 등의 주요 보직을 맡았다. 또한 노사정 전문위원,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역임했다. 경력만 보면 노동 정체성을 가진 노동전문가가 확실하다.노동전문가로 인정받아 윤석열 정부의 첫 노동부 장관이 됐다. 언론들은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중 최대 이변이자 잘된 인사로
일하는 부산 시민을 만나다 보면 종종 “부산이니까”라는 말을 듣게 된다.“부산이니까 서울보다 일자리가 적죠” “부산이니까 이 업계에서 한번 미운털이 박히면 더 이상 일 못 해요” “부산이니까 근로조건이 안 좋은 부분은 감수해야죠” “부산이니까 처음 일하는 사람은 낮은 임금을 받아요” “부산이니까 보수적이고 가족적인 조직 분위기를 가지고 있죠” 등 듣다 보면 그야말로 “부산이니까” 외면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생각해 보면 나도 이런 이유를 대고 한동안 부산을 떠났던 것 같다. 서울에 있다가 부산에 왔다고 하면 종종 “계속 서울에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