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탄생과 죽음을 맞이하는 공간 병원. 그만큼 숱한 사연들이 있겠지만 성남시의료원처럼 설립하면서 길고 긴 사연을 가진 병원은 드물다. ‘전국 최초 주민 발의 공공병원’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성남시의료원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하려면 인하병원이 문을 닫았던 1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노동자보다 해고자라는 이름으로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인하병원 정리해고 노동자를 빼고는 결코 성남시의료원 설립을 얘기할 수 없다.김경자(54·사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인하병원 해고자다. 그는 지난 11일 성남시의료원 앞에서 기자회견
“우리는 빵을 원하지만 장미도 원합니다. 아무도 거저 장미를 주지 않습니다. 구걸을 멈추고 단결할 때 장미를 갖습니다.”켄 로치 감독의 2000년 작품 에서 노동운동가 샘(에이드리언 브로디)의 대사 중 한 대목이다.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답게 살 권리를 뜻한다. 여성노동자, 비정규 노동자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면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 노동을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이만큼 대변하는 말이 또 있을까.권리행사는 존재를 인정받는 데서 출발한다. 비단 국가에서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경북대에서 빵과
“무언가를 요구할 때도 최대한 예쁘고 아름답게 하고 싶어요. 게다가 할 수 있다면 귀엽게. (웃음).”김도윤(39·사진) 화섬식품노조 타투유니온지회장이 지회 활동을 설명하며 한 말이다. “문화예술인들이 만든 노조니까 그만큼 아름답게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를 덧붙였지만, 이유는 또 있었다. 불온한 것처럼 여겨지는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 “타투는 문화이고 예술”이라는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 내겠다는 것, 이를 통해 타투이스트들의 ‘일반직업화’를 이루는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지난 9일 ‘타투할 자유와 권리를 위한
지난해 11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던 고 문중원 기수의 죽음으로 마사회와 기수 간 불합리한 계약구조가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달 21일 부산경남경마기수노조는 설립신고증을 받았다. 기수들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노동자성이 있다고 인정받은 것이다.마사회 기수와 비슷한 처지지만 드러나지 않은 노동이 있다. 경륜선수 이야기다.한국경륜선수노조는 3월31일 설립신고를 했다. 경륜선수는 국민체육진흥공단과 개인사업자 계약을 맺는다. 한국마사회·조교사·기수로 이어지는 경마장처럼 복잡한 계약관계가 아닌데도, 여태 설립신고증을 받지
전교조 대구지부가 3일로 20일째 대구 수성구 대구시교육청 현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5월 조성일 대구지부장(53·사진)에 이어 지난달 27일 이연주 지부 사무처장을 직위해제했다. 이연주 사무처장은 올해 노조전임자가 됐다. 함흥차사마냥 대구지부 전임자가 되기만 하면 해직되고 만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부 간부가 전임활동을 하며 학교에 출근하지 않은 날짜를 무단결근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징계하고 있다.지난 2일 농성장에서 만난 조성일 지부장은 “신종 노조탄압”이라며 “대구시교육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상교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고용위기를 넘어 기존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은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항공·관광서비스를 넘어 제조업으로 충격이 확산하면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은 4차 산업혁명을 앞당기면서 노동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된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을 내세우며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정작 코로나19로 가장 피해를 입고 있는 취약계층을 보호할 고용안전망은 제대로 작동하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자동차산업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셧다운과 록다운이 이뤄지면서 전 세계 유수 자동차 업체들도 생산·판매 하락, 수출 절벽, 유동성 위기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이상수(55·사진)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장은 지금이 오히려 현대차가 도약할 기회라고 얘기한다. 노동운동에서 얘기하기를 꺼리던 ‘생산성 향상’ 같은 파격적인 제안도 내놓았다.지난해 말 ‘사회적 조합주의’를 내걸고 당선한 이 지부장은 그간 임금인상에 집중하는 노동운동 방향에서 탈피하고, 협
지난해 직장폐쇄와 조합원 무더기 징계로 ‘노조탄압’ 의혹이 불거진 동물용의약품 제약회사 한국조에티스 노사갈등이 1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김용일(46·사진) 화섬식품노조 한국조에티스지회장이 해고됐고, 부지회장은 15일부로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다. 180일 가까이 서울 강남구 한국조에티스 본사 앞에서 점심시간 집회를 열고 있는 김 지회장을 만난 날도 조합원들이 사무실 출입을 통제당하는 소동이 벌어졌다.지난 15일 오후 한국조에티스 본사 건물 지하 카페에서 김 지회장을 인터뷰했는데, 간단한 질문을 몇 가지 던지던 중 점심
저비용 항공사(LCC)인 이스타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영난이 발생했다며 인력감축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코로나19로 여행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 3월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한 상태다. 이스타항공은 1천600여명 중 45%를 구조조정하려 했으나 현재 구조조정 인원을 22%로 줄이고 전 직원 임금을 30%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임금을 제일 많이 받는 조종사들이 고통분담을 할 테니, 다른 직군들도 다 같이 가자는 말입니다.”가 지난 1일 오후 만난 박이삼(50·사진)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줬던 국회의원으로 평가받고 싶어요. 내 편 들어줄 사람이 없는 사람, 정치가 내 머리털 하나 바꿀 없다고 체념하는 사람, 그렇게 소외받는 사람들 곁에 찾아가겠어요. 정치는 약자의 무기여야 합니다. 정치가 내 일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고 싶습니다. 좀 더 쉽게 나의 언어로 말하는 정치를 하고 싶습니다.”가 지난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류호정(28·사진) 정의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만났다. 그는 정의당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됐다.류호정 당선자에게는 20대·청년·최연소·여성·노동
“사회적 대화를 활성화해서 우리 사회 양극화 문제를 잘 풀어내고, 사회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습니다. 엘란데르 전 스웨덴 총리가 추진했던 ‘목요 클럽’이 대표적 모델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총선 공약에서 김포형 사회적 대화 모델을 약속했습니다. 국회의원으로서도 노사갈등 해소를 위한 제안과 해법을 제시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할 것입니다.”가 22일 오전 경기도 김포 풍무동에서 김주영(59·사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를 만났다. 김주영 당선자는 전력노조·공공노련 위원장과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으로
“변화의 결과를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습니다. 그 결과란 노동자·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지역과 노동현장에 단단히 뿌리내리는 정당을 조직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고 노회찬 의원이 존경받는 이유는 말을 잘해서가 아니라 민주화 이후 최초로 진보정당을 세우고 키워 냈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을 강하게 만들고 성과를 내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가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정의당 중앙당사에서 이은주(51·사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27년간 서울지하철(서울교통공사) 역무원으로 근무하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만 반짝 이슈가 됐을 뿐 실제적으로 추진은 되지 않고 있죠. 이런 상황이 또다시 반복될까 우려스럽고, 이번만큼은 보건의료 분야 취약점 개선대책으로 제시된 부분이 실행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지 80일이 넘은 시점. 나순자(55·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사회적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공론화하고 있는 의제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병원과
승합차 기반 호출서비스 타다 베이직 서비스가 11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베이직 서비스는 고객이 타다앱을 통해 호출하면 원하는 장소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로, 콜택시와 다름없다. 타다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80~90%를 차지한다. 1만명이 넘는 타다 드라이버는 일자리를 잃게 된다. 다수가 프리랜서 신분이라 마땅한 보호책도 없다. ‘혁신’이라는 가면을 쓴 플랫폼기업 VCNC(대표 박재욱)는 드라이버를 용역업체나 인력소개업체를 통해 공급받았다. 그 덕에 원청은 고용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다. 타다가 떠난 자리에 “타다는 혁신인가, 법·제
“국회의원이 자기 특권을 갖고 사리사욕에 쓰지 않아야 합니다. 국회의원 평균자산이 40억원 수준에, 특수직군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들이 노동자와 서민을 어떻게 알까요. 노동자와 서민을 이해하는 민생정치를 할 사람이 국회로 많이 들어가야 합니다. 국회의원도 잘못하면 국민소환을 해야 해요. 국회를 개혁하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에서 송미량(43·사진)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송미량 후보는 현재 노동당 부대표와 경남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다. 송 후보는 2010년,
“기후국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을 위해 사생결단으로 나서겠습니다. 예전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그렇게 무서웠다고 하더군요. 사생결단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죽고 있으니까요. 지금 공항노동자를 비롯해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습니다. 빠르게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같이 돌파해야 합니다.”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에서 고은영(35·사진)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고은영 후보는 현재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3위에 드는 기
“민중당이 제기하는 불공정자산 몰수 공약은 재벌들의 곳간을 열어 서민들에게 나눠 주는 자산재분배 정책입니다. 많은 관심과 지지를 부탁합니다.”경북 포항 남구 형산강교차로 2층 건물 외벽에 ‘1% 특권층 불공정자산 몰수, 불평등 해소, 기득권 타파’라고 쓰인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박승억(50·사진) 민중당 후보 선거사무소다. 유세차량에는 “1 대 99 불평등을 뒤집자”는 문구를 새겼다.박승억 후보는 4년 전 20대 총선에 민중연합당 후보로 나서 15%를 득표하고 낙선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지난 7일 오전 선거사무소에서 만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미래세대를 위해 정치 세대교체를 이루겠습니다. 10대가 정치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미래당의 중요한 책임입니다. 국회의원 특권도 내려놓도록 할 것입니다. 국회 담장을 없애 잔디밭을 국민에게 개방하겠습니다. 국회 안에 있는 사람은 모릅니다. 외부에서 문제의식이 있는 사람이 들어가야 국회가 바뀔 수 있습니다.”가 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진비즈니스센터에서 김소희(36·사진) 미래당 비례대표 후보를 만났다. 미래당은 ‘청년들이 운영하는 정당’을 표방하며 2017년 창당했다. 당시 미래당 창당을
4·15 총선 선거운동이 시작되고 첫 주말인 지난 5일 오후. 선거차량에서 울리는 로고송으로 시끄러워야 할 대구 거리는 조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깊은 상처를 입은 터라 공기조차 무거운 듯했다. 대구 달서구 대구수목원은 도시의 숨구멍이다. 꽃이며 나무며 계절을 뽐낸다. 수목원을 찾는 시민들의 표정에서도 웃음이 인다. 수목원 입구에서 여러 정당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그곳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치! 특권타파! 불평등 해소’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한민정(47·사진) 정의당 후보를 만났다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한번 추진해 볼랍니다.”그에게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얘기를 들은 게 벌써 3년 전이다. 2017년 지나가듯 들었던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요술처럼 의제화되더니, 올해 4·15 총선에서는 ‘핫 아이템’이 됐다.그랬던 그가 이번엔 “농민 이동세탁소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좀 엉뚱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는 말과 함께.3년 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아이디어를 처음 제출한 주인공이자, 이제 농민세탁소 만들기에 시동을 걸고 있는 문길주(48·사진)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을 지난 2일 오전 서울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