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자살사망자는 1만2천906명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을 비교하면 한국은 22.6명으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자살률 10.6명의 두 배가 넘는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살사망자는 1만2천727명이다. 경찰청 통계는 경찰의 변사사건 조사에 따른 것으로 군인 자살은 제외돼 통계청 자료와 차이가 난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
1.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놀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일명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부산에는 법인택시 회사가 100개 가까이 있다. 그중 하나인 한남교통주식회사 앞에서 택시노동자들은 2년 넘게 부당한 징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매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택시노동자가 기본 생활을 위한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납금제를 철폐하고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완전 월급제를 제도화한 전액관리제를 꼼수로 회피해 사납금제를 유지하려는 목적의 징계처분에 항의하는 것이다.사납금제는 운수노동자가 매일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운수회사에 납부하고 남는 운송수입금과 소액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제도다. 이 경우 회사
한때 유행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CSR이 성공해 진화한 결과물이 ESG일 수 있고, 반대로 CSR이 실패해 대체한 것이 ESG일 수 있다. 기업이 자기 정책을 보다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기업 안팎의 거버넌스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
무사안일 칼럼 첫 회가 나간 뒤 “일환경건강센터는 알겠는데 도대체 PL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PL은 프로페셔널 리더(Professional Leader)의 약자다. 센터는 직급체계가 없는 수평적 조직이다. 구성원들은 서로를 PL이라고 부른다. “에이~ 선수끼리 왜 이래”라고 말할 때 그 ‘선수’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 두 번째 사연은 센터 PL들의 ‘무모한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지나쳐 버린 질문, 동네식당 노동자 건강청주시 가경동에서 20년 넘게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수지(가명)씨. 외환위기 당시 퇴사해
동신화학 쟁의 보복 집단해고 사건서울 문래동에 소재한 동신화학은 평균 일당 82원이라는 ‘기아’임금을 지급했던 사업체다. 저임금에 참다못한 노동자들은 ①기본임금 50% 인상해 최저생계를 보장할 것 ②근속연수에 따른 퇴직금누진제 실시 등 5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1965년 3월19일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회사측은 냉각기간을 십분 악용해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노조파괴 공작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가 출석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조정안도 제시하지도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동신화학노조는 냉각(조정)기간 만료일인 그해 4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제도를 임기 내내 휴지로 만들었다. 박정희는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했던 ‘남북대결’을 이유로 1961년 쿠데타 직후부터 이런 위헌 상태를 만들었다.군사정권이 30년 유보한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다시 지방의원을 뽑으면서 부활했다. 90년대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하고 시민의식도 높아져 의원을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관변단체 아닌 시민단체도 90년대 와서 기지개를 켰다.시민단체가 의정을 감시하려고 각종 평가지표를 내놨는데, 이때 나온 게 의원들 출석률과 입법 발의 건수다. 둘 다 정량평
각종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라마 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정신병을 앓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나도 정신병을 앓을 수 있구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주인공인 정다은은 직장에서 자신의 험담을 듣고 사회불안증세를 겪는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업무의 특성상 감정노동도 심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와 같은 처지가 됐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얼마 전 노회찬정치학교 동문과 연말모임을 가졌다. 함께하기에 의미 있는 활동을 찾다가 혼자 보면 힘들 것
최근 공유주방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 수십 명이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체불당했다. 해당 사건은 사용자가 수십 명의 노동자에게 1억원이 넘는 임금을 미지급하고도 돈이 없으니 나라에서 대신 주는 대지급금을 받으라며 책임을 미룬 사건이다.언론보도를 통해 청년 노동자들의 고통이 알려지자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까지 내고 “30건의 해당 기업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접수해 3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25건은 신고인의 의사에 따라 취하 및 취소했다”고 밝혔다.그런데 노동부 설명과 달리 수십 명의 피해 노동자들은 담당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
한국의 출생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다. 올해 8월 출산율은 1년 전보다 12.8%나 감소하면서, 이제는 최초의 소멸국가는 한국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출생의 원인은 간단치 않다. 형제자매와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한 외동의 시대, 많은 혜택만큼 더 경쟁적인 학업과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장기간의 정규직 취업준비와 비정규직 일자리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연애와 결혼의 자유를 저당잡히고, 부모될 권리를 선택하기에 일터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실타
총선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오고 양당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제3지대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 더불어 보수신당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몸값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를 오갔던 금태섭 전 의원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지난 11월 10일 김종인 국힘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점심 회동을 가진 바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둘 말고도 다양한 버전의 ‘제3지대론자’는 넘쳐 흐른다. 이들은 각
1. 11월 13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문제라고 개선하겠다고 지난 대선에서 공약하더니 윤석열 정부는 노동부가 중심이 돼 집권 초부터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국민 여론을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물러섰던 것인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일정 부분 이런 정권의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노동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
바야흐로 K컬처 전성시대이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83개 대학 부속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 3천302명 (2021년 10월1일 기준)의 노동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국·공립대 26곳에 대한 ‘한국어 교원 현황,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4대 보험 납입 여부’를 묻고 ‘계약서’ 내용을 모두 받아 검토한 결과 한국어 교원의 노동권이 얼마나
대법원은 지난 2020년 단체협약의 ‘산재유족 특별채용조항’의 효력에 대해 판단했다(대법원 2020. 8. 27. 선고 2016다248998 전원합의체). 공개변론까지 열었다. 다수의견은 위 조항이 유효하다고 보고, 무효라고 본 하급심 판결을 파기했다. 그러나 2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남겼다.일반적으로 대법원의 반대의견은 본질적·상대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고 있다. 존중은 물론 경청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의견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존중은 적어도 인간의 삶과 생명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방문 때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열린 한일정상 좌담회에서 한미일이 “‘철학’과 가치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파격적 발언을 내놓았다. 이에 앞선 지난달 1일 국립외교원 60주년 기념사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대한민국의 평화와 번영을 뒷받침해 온 원동력”이라며 이러한 자유가 공산전체주의와 그 기회주의적 추종세력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외교노선의 모호성은 가치와 철학의 부재를 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2022년 대통령
블루 안의 화이트그들을 향한 시선은 권력이다. 담에 둘러싸인 공장이나 담 없는 사회공장에서 일하는 사람 상당수가 그렇게 느끼고 있다. SNS에서 ‘좋아요’를 받고 동영상 플랫폼에서 구독자가 많으면 돈도 버는데. 시선은 관심이고 인기며 돈 아닌가. 그건 시선에 호감이 실리고 시선을 받는 쪽에게 이익이 올 때다. 시선에 감시가 있고 시선 받는 쪽에게 불이익이 온다면 시선은 권력이 된다.익명의 세계에서 실명의 세계로 나오려면 그런 시선을 이겨 내야 한다. 주체가 안 보이는 비가시적 영역과 권리 주체가 보이는 가시적 영역이 있다. 비가시적
지난 17일 먹통이었던 행정전산망이 56시간 만에 겨우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22일 다시 문제를 일으켰다. 정부는 아직 원인도 파악하지 못했다.행정망 먹통 직후 20일 아침 신문은 일제히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흘간 행정망 먹통 디지털 재난 정부’란 제목으로, 경향신문도 같은 날 ‘예산도 늘렸는데 … 속 빈 디지털 정부’란 제목으로 각각 1면 머리기사를 썼다.더 혹독한 비판에는 조선일보가 나섰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 머리에 ‘디지털 정부 해외 홍보 중 디지털 재난 터졌다’며 정부를 비꼬았다. 동아일보도 ‘먹
디지털 전환으로 일감이 필요한 사람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개인과 기업이 시시각각 연결됐다 흩어지는 온디맨드(on-demand) 경제, 개인이 시간과 노동력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며 소득을 창출하는 긱(Gig) 경제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미국 ‘프리랜서유니온’은 2017년 발간한 보고서(Freelancing in America, 2017)에서 이미 2017년에 미국 인구의 36%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2027년에는 50.9%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한국 프리랜서 규모는 추산을 하는 기관과 유형에 따라 규모가 달라지는데, 적게는 240
5명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몇 명이고, 그들이 가장 많이 일하고 있는 업종은 어떤 곳일까? 원자료 분석 결과 음식점과 의원을 비롯해서 임금노동자수 기준 상위 20개 업종이 우리나라 5명 미만 노동자의 60%를 포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가구 표본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임금노동자 2천172만4천명 가운데 5명 미만 사업체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375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17.3%를 차지한다.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일하는 산업은 도소매업으로 73만5천명이 일하고, 음식숙박업이 64만2천명으로 뒤를 이었다.(통계청 경제활
한국이 국제노동기구(ILO)에 가입한 지 30년 만에 ILO 기본협약인 87호, 98호를 비준했던 2021년 4월. 비준서 기탁식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 정부는 앞으로 기본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현장에서 노동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되고, 자율과 책임에 기반을 둔 건강한 노사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노사와 함께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때로부터 얼마 지나지도 않았건만 요즈음 우리 사회 시계는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1998년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의 입법, 2006년 기간제법 입법으로 상징되듯 90년대 이후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