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노인이 된다.”변하지 않는 명제다. 을들의 전쟁으로 비화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100세 시대에 노후불안은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가르지 않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중병에 걸리면 모아 둔 돈을 소진하기 십상이다. 임금소득만으로 평균 매매가격 8억975만원(2월 기준, 월간 KB주택시장동향 시계열 자료)의 서울 집값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2019년 기준 연봉 6천950만원을 넘으면 임금 소득 상위 10%에 해당하지만, 이런 고소득자가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교육투자가 달라지고, 이 결과 노동시장에서 더 높은 소득과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지위를 얻습니다. 이렇게 성장한 이들은 임금격차를 줄이거나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려는 시도를 불공정한 결과의 보정이라고 생각해 반대세력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이들이 다시 양극화를 부추겨 결과적으로 기회의 불평등을 확대합니다. 악순환의 무한반복이에요.”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기회의 불평등이 양극화를 강화하고, 양극화가 다시 기회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굴레를 끊으려는 시도는 교육계에서 끊임없이 나
청년의 채용 공정 시비와 관련해 눈에 띄는 조사가 있다. 지난해 7월 블록체인 기반 여론조사를 실시한 비베이트가 내놓은 결과다. 조사에 참여한 1천327명 가운데 53%는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의 원인으로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규직화를 위한 채용절차의 공정성이 문제”라고 답했다. 어떻게 채용했느냐가 문제라는 인식이다.공채, 면접관 성향 따라 평가 다른 ‘불공정’ 게임공채에 영향 주는 ‘학벌’은 미래 성과 보장 못 해공개채용은 여러 채용절차 가운데 가장 공정하다고 여겨진다. 한날한시에 필기시험을 치르고 절차에
“공사잖아요.”최근 잇따라 일었던 채용 공정성 논란 속 청년들의 공분이 무엇에서 비롯됐을까 물었더니 김진(30·가명)씨의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2016년 한 스타트업에 일찌감치 둥지를 튼 그는 “공사를 준비하는 친구들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공모전·자격증·NCS(직무능력표준)를 준비하는데, 노력을 많이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친구들이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을 투입하는 과정이 수반되지 않아 불공정하다는 말이었다.지난해 6월 ‘인국공(인천국제
지난해 역대 최장 기간 장마, 한반도를 따라 치솟는 여러 개 본 적 없는 태풍을 경험하면서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체감했다. 북극에 발생한 이상 고온, 바뀐 제트기류 속도 같은 기상학 박사들 얘기가 아니라도 미래가 디스토피아 영화 같은 풍경이 될 것이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정부도 대응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7월 그린뉴딜 정책을 발표한 데 이어 10월에는 ‘2050년 탄소중립’ 선언을 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이 같아져 순배출량 ‘0’이 되는 상태다. 그런데 정부의 환경정책에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뉴노멀 시대로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전환 시기에 한국 사회에 내재된 구조적 문제는 심화하고 새로운 위험 또한 가중되는 양상이다. 여성·비정규직·저학력 등 노동 취약계층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고용구조 충격을 더 크게 받고 있다.정부는 ‘한국판 뉴딜(디지털뉴딜·그린뉴딜·안전망 강화)’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전환 시기에 대응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 대응에는 “노동이 안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에게 디지털·뉴노멀 시대는 위기일까 기회일까.는 디지털·뉴노멀
코스트코가 최근 슈퍼바이저·팀장 같은 관리자 직군에게 3년치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갑자기 고지했다. 시간외근로수당 체불이 법적으로 문제될까 봐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그런데 사측은 수당 지급 명목이나 규모·지급방법에 대해 정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수당지급 대상인 관리자 직군의 연장근로 기록이 없어 정확한 수당 규모도 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취업규칙·계약서 “연봉제 관리자 가산임금 미적용”노조 “관리자로 보기 어려워, 임금체불 합리화하나”8일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트코는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할 때만 해도 이렇게 길고 깊게 우리 삶에 생채기를 낼 것이라 생각한 이는 드물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하늘길을 막았고 개인이나 국가나 각자 살아남기에 급급했다. 이동하고 모이는 곳에서는 어김 없이 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여행업이나 숙박업부터 피해가 속출하더니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지침이 길어지면서 경계에 선 이들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파견·용역업체 소속 비정규 노동자들은 소리 없이 잘려 나갔다. 프리랜서·특수고용직과 같은 비임금 근로자는 고용유지지원금과 실업급여 같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파업이 4일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11개 도급업체 7개 센터에서 흩어져 일하던 900여명의 상담노동자 목소리는 원청의 직접고용 요구로 모아졌다. 파업을 중단하는 조건은 하나다. 원청과의 대화. 560명의 상담노동자는 면담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에게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공단은 정규직 노동자와 익명의 취업준비생 뒤로 숨은 채 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제2 인천국제공항사태’라는 딱지가 붙여지면서 상담사가 직접고용을 요구하는 이유에는 관심이
경상남도교육청이 방과후 자원봉사자 348명을 공무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하자 교육공무직 수험생을 중심으로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하루아침에 노력 없이 ‘과실’을 따먹으려 한다고 낙인찍힌 방과후 봉사자들은 공무직 전환 면접시험 연기, 전환계획 잠정 중단 등 폭풍우 속 시간을 견뎌야 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여론의 집중 폭격에 입을 닫았다. 경남도교육청이 최근 정규직 전환심의위원회 구성을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겠다고 발표하면서 2월28일 계약이 만료되는 방과후 봉사자는 자신의 운명을 전환심의위에 맡긴 채 숨죽이고 있다. 31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용접·취부작업을 한 김진수(63·가명)씨는 2018년 6월 작업 도중 갑자기 쓰러졌다. 김씨는 병원에서 뇌경색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이후 뇌경색이 업무상질병이라며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부산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서 불승인돼 치료비를 지원받지 못했다. 부산질병판정위는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업무시간은 45시간15분으로 만성적 과로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발병 원인은 신청인의 기존 질환, 음주·흡연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상병과 업무 사이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김씨는
19년 넘게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구내식당에서 조리원으로 일했던 A(62)씨는 일하면서 어깨·허리통증을 달고 살았다. 1천800명가량의 식사준비를 위해 매일같이 식자재가 든 컨테이너박스를 들고 옮기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퇴직 이후에도 통증이 계속돼 병원에 가자 왼쪽 어깨 근육이 파열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지난해 8월10일 산재신청을 했지만 처리 기간이 생각했던 것보다 길어졌다. 지난달 21일 근로복지공단 울산지사에서 회전근개부분파열에 따른 업무상질병으로 승인됐다. A씨는 산재승인이 나고서야 이달 12일 어깨수술
국내 최대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의 하청업체 서해인사이트 관리자가 노동자들에게 “노조가 유지됐을 경우 회사가 문을 닫게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서해인사이트는 2월 말 회사 청산·폐업을 노동자들에게 통보한 상태인데, 하청회사 폐업 이유가 원청의 노조혐오 때문은 아닌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전국 호프집에서 하이트 생맥주기계 설치·유지·보수·관리업무를 하는 서해인사이트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30일 노조를 설립했다. 약 두 달 뒤인 지난 8일 서해인사이트는 노동자들에게 “2월 말일로 법인 청산·폐업 절차를 밟겠다”고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 기억은 모두 잊기를 경고드립니다.”지난해 12월23일 당선을 확정한 직후 내놓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당선소감 중 일부다. 양 위원장이 이끄는 민주노총의 항로는 어떻게 될까. 가 지난달 노사정 관계자와 전문가 100명에게 올해 가장 주목할 인물을 물었더니 다수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뽑았다. 2019년 1위, 2020년 2위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에 3위로 밀려났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2위를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불거진 고용충
코로나19 재확산세가 해를 넘겨서도 여전히 강력하다. 3차 확산은 인구 다수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강타하면서 관리도 쉽지 않다. 감염병 재난에서 언제 빠져나갈지 가늠하기 어렵다.코로나19는 사회 약자를 할퀴었다. 양태는 다양했다. 어떤 비정규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있다. 한 번 잃은 일자리를 다시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도 미지수다. 고용 방패로 쓰이며 소리 한번 못 내고 실직한다. 또 다른 플랫폼·특수고용·필수 노동자같이 여러 이름으로 부르는 비정규직은 과로에 목숨을 잃는다. 특히 택배노동자는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늘어난 물량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생산직 오퍼레이터로 일하던 김진영(46·가명)씨는 면역계 이상으로 온몸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 루푸스로 지난해 3월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루푸스 진단을 받은 지 14년 만이고, 산업재해 급여를 신청한 지는 4년4개월 만이다.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는 기쁨은 잠시였다. 근로복지공단의 황당한 휴업급여 지급 제한 판정 때문이다. 공단은 전체 산재인정 기간 2천741일(2011년 10월29일~2019년 4월30일) 중 통원치료한 날 76일만 휴업급여 지급일로 확정했다.진영씨를 보살펴 온 친언니는 “2011년 이후 입
법원의 무게추는 ‘노동존중’으로 다가서고 있는 걸까. 올해 각급 법원에서는 노동기본권을 확충하는 판결이 이어졌다. 해묵은 과제였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가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며 합법화의 길이 열렸고,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협은 유효하다는 법원 판단으로 고용세습 논란도 종지부를 찍었다. 간접고용 노동자에게 원청 사업장은 ‘삶의 터전’으로 차별받지 않고 노동 3권을 누릴 수 있다는 판결과, 산별노조 조합원이 개별기업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있다는 판결도 주목을 받았다.전교조 7년 만에 제자리로‘노조 아님’ 통보 제도 역사 속으로1999년
노사정 모두 코로나19로 울고 또 울었던 2020년이었다. 2월 본격화한 코로나19 확산은 노동시장에 유례없는 형태의 고통을 안겼다. 강제적인 국경 폐쇄로 인적교류가 끊기며 항공·여행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대면으로 이뤄지는 서비스업에는 1년 내내 한파가 몰아쳤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상용직 노동자는 실업급여와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버텼다. 하지만 영세 자영업자는 가게 문을 닫고, 특수고용직·파견노동자 등 비정규직은 일터에서 내몰렸다. 사회안전망 곳곳에 숭숭 파인 구멍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 국민 고용보험제 도입 논의가 촉발하게 된
1월2일 공공운수노조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지부 직접고용 요구 12시간 시한부 파업5일 우체국 위탁택배 노동자 통합노조(현 택배연대노조 우체국본부) 출범9일 나순자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영남대의료원 해고자 복직 촉구 단식농성20일 유럽연합(EU) 무역분쟁해결기구에 한국 정부 상대로 의견 제출21일 한국노총 임원선거, 김동명 위원장 후보조 당선 2월3일 서울시 ‘노동자이사제 2.0’ 발표3일 삼성화재노조 출범4일 고용노동부 코로나19 휴업사업장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대상 발표12일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 227일
2020년 노동뉴스 조사에서 10위권 밖에서도 ‘중대재해’는 핵심적 단어로 떠올랐다. 지난 4월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참사가 12위에 올랐다. 노동자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한익스프레스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누나와 조카가 주요 주주로 있는 곳이다.문재인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하고, 김용균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중대재해는 막을 수 없었다. 더구나 이번 화재참사는 12년 전 노동자 40명이 사망한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