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희 근로복지공단 이사장님. 지난해 10월8일 언론인터뷰를 통해 공단을 노동복지 허브로 만들겠다는 말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공단의 본연의 업무인 산재노동자를 위한 제도개선에 대한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고, 오히려 산재노동자들의 아픔과 고통은 더해만 가는 것 같아 몇 가지 묻고 싶습니다.많은 사람들이 지적하고 있는 신속한 산재처리 과정 문제입니다. 대체 산재신청과 판정을 받기 위해서 1년이 넘게 걸리는 지금의 현실이 정상적인가요. 이 문제는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도 아닙니다. 산재신청에 나서기까지 노동자들의 고통, 무급을 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자 서구 언론들은 바이러스를 위대한 균형자(the great equalizer)라고 불렀다. 부자나 유명인에서부터 수상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가리지 않고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야 말로 빈부와 권력의 격차조차 무시하는 궁극의 평등유발자, 이퀄라이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마어마한 불균형자(the great unequalizer)임이 드러났다. 바이러스는 대상을 가리지 않을지 몰라도 감염의 결과는 소외된 이들에게 치명적이었으며, 노출 위험도 힘없는 이들에게 더 높았다.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생계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올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연일 노동자들의 죽음에 대한 소식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산재 사망사고의 대부분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제외되는 5명 미만 사업장과 1년간 유예되는 50명 미만 사업장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우리나라 규모별·산업별 사업체 현황을 보면 50명 미만 사업장은 전체 410만개 중 405만여개로 98.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2019년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업무상사고 사망만인율(노동자 1만명당 발생하는 업무
여성에게 화장실이 남성과는 다른 의미의 공간이라는 것을 기존과 다르게 ‘감각화’하게 된 것은 10여년 전 기억 때문이다.당시는 연구소 서울 사무실이 구로역 근방에 있었다. 열띤 회의를 마치면 매우 늦은 시간까지, 때로는 새벽까지 밀린 이야기를 나누느라 뒤풀이도 일처럼 할 때였다. 사무실 인근 구로역 가까이 가격도 싸고, 맛 좋기로 입소문 난 족발집이 있었는데 여성 활동가들은 그곳에 방문하기를 꺼렸다. ‘족발을 싫어하나?’라고만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화장실이 문제였다.‘잠깐 용변을 보는 공간이 집처럼 편안할 수 없는데, 너무 깔끔
사례1 : 호주 빅토리아 주정부는 2015년 7월1일 미결수 유치장에서 흡연하는 행위를 전격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미결수들의 불만이 쌓여서 시행을 하루 앞둔 6월30일에는 유치장 내에서 대규모 폭동이 발생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전격적으로 흡연을 금지할 경우 계속 감옥에서 사는 기결수와는 달리 갑자기 감옥에 갇히는 미결수의 특성상 폭력적인 행동을 할 위험이 있다고 봤다. 그리고 미결수에게 적응할 시간을 줬더라면 그 위험을 방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그럼에도 전격적으로 흡연을 금지해 직원들을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시켰으므로 사용
지난달 24일부터 근로복지공단은 보유하고 있는 산재판결문을 누구나 온라인으로 조회할 수 있는 ‘산재판례정보 웹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공단이 보유한 공공데이터를 국민에게 개방함으로써 국민의 권리구제 및 사회적 비용절감에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근로복지공단 이사장의 언급과 함께 공단이 축적하고 있던 하급심 판결문을 포함한 2만9천여건의 산재판결문을 공개한 것이다. 매년 신규로 생성되는 판결문까지 업데이트해 공개한다는 계획을 함께 밝혔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보여주고 있는 전향적인 개선의 중요한 사례이며 적극 환영한다.직
2월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청문회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보험사기꾼들이 제출한다는 요추부염좌 진단으로 의원들의 질책을 받았다. 사실 요추부염좌는 노동자들이 가장 많이 다치는 사고성 재해지만, 최정우 회장이 그런 사고를 당했을 리는 만무하다. 포스코는 2016년 이후로 한 해 평균 4명이 중대재해로 사망했다. 이러한 사고성 재해와 별도로 2010년에서 2019년까지 포스코 노동자들의 사고성 재해는 175건, 질병 산재는 43건에 불과하다. 특히 직업성 암으로 산재를 신청한 사건은 5건에 불과하고, 그중 3건이 승인된 바
특례임금제도를 아시나요?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할 때에는 근로기준법상 평균임금과 산재보험법상 특례임금을 비교해 노동자에게 유리한 임금을 지급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2019년 말에 나왔다.지난해부터 금속노조에서도 이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재해자 각 개인이 근로복지공단에 평균임금 정정 신청을 진행했다. 해당 사업장 평균임금으로 지급됐던 휴업급여·장해급여에 대한 이의신청이 확산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단은 재해자들에게 이러한 제도를 알려 주거나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신청을 한 당사들에게만
포털 검색창에 ‘면담’을 입력하니 “서로 마주하고 이야기함”이라고 뜻풀이를 해 준다. 초등학생백과사전 사회 용어사전에서는 이에 더해 “정보를 얻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알고 싶은 내용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 면담은 궁금한 점이 있으면 질문을 통해서 쉽고 빠르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친절히 설명한다. 그러나 정부·지방자치단체와 같은 행정기관과 어렵사리 성사된 ‘면담’에서 필요한 정보를 들을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럴 때마다 일반 용어사전이 아닌 정부기관용 특별판 뜻풀이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게다가 질
노동자 A는 회사와의 갈등으로 공황장애가 발병해 산재신청을 했다. A는 입원 기간 이외 통원한 기간에 대해서만 휴업급여를 받았다. 현재도 병원에 다니지만 산재승인과 함께 요양치료 종결 처분을 받았다.노동자 B는 감정노동 스트레스로 발생한 공황장애에 대해 산재신청을 했다. 산재승인을 받았고, 치료했던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비용에 대해 요양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비지정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것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했다. 노동자 C는 수년간 지속된 회사의 노동조합 탄압에 대한 스트레스로 대학병원에서 양극성정동장애와 적응장
‘구의역 김군’ 판결을 다시 보자. 20세 김군은 스크린도어 정비업체인 은성피에스디 소속이었다. 2016년 5월28일 2인1조 작업이 필요했으나 혼자서 구의역 승강장 9-4지점 선로 내에서 수리 작업을 하던 중 역사 내부로 진입하는 열차와 충돌해 두개골 골절을 동반한 두부 손상으로 사망했다. 해당 업무는 본래 서울메트로의 일이지만 오세훈 시장 시절 ‘공기업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외주화해 하청업체가 떠맡게 된 것이었다. 김군의 사망으로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원청 서울메트로 대표이사 이정원씨도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기소돼 벌금 1천만원을
지난 25일 집권당의 대표가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야협의를 통해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했다고 한다. 여러 부처에 산재한 관련 기능을 통합·조정하는 준비를 위해서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산업안전보건본부로 격상하고 확대개편하기로 정부와 의견을 모았다고도 했다.산업안전보건청에 대한 논의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 행정조직의 운영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20년 전부터 있어 왔다. 비교적 최근인 2018년 노동부 장관 자문기구인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설치를 중장기 과제로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일터에서 사고와 직업병을 예방하고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등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다 현장 적용이 가능한 살아 있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장별 재해예방에 필요한 교육을 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방안으로 민간업체에 교육을 위탁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사업장 안전보건교육이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더욱이 고용노동부의 2017년 고시 2017-15호에 따라서 사업장 정기안전교육과 관련해서 현장교육을 3조(교육방법)에 추가하면서 작업 전
지난해 9월22일 10만명의 국민동의청원으로 발의한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과 국회의원이 발의한 5건의 법률안을 통합해 법사위 대안으로 제안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이달 8일 임시국회 마지막 날 가결됐다.하지만 법 제정까지 집권 여당과 정부가 얼마나 무능하고 지리멸렬했는지를, 그리고 보수 야당의 기만적인 파렴치함을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지난해 정기국회가 끝나도록 10번 이상의 헛된 약속을 남발한 이낙연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조차 상정하지 못한 채 궁색한 변명을 되풀이했다.
법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의 권력관계가 법률에 고스란히 반영돼 있기에 법이 강자에게 약하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하루 평균 산업재해 사망자는 6명이고 그중에서도 하루아침에 목숨을 잃는 사고 사망자만 2.34명으로 현실은 심각하다. 그러나 최근 5년간 처벌 통계를 보면 실형선고 비율은 2.93%이고 나머지는 집행유예나 벌금 등인데, 그 벌금액조차도 평균 500만원이 채 안 된다. 이렇게 강자에게 약한 현실을 깨고 법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자는 것이다.경영자단체나 일부 국회의원은
열대 몬순 나라에서 온 그에게 코리아의 겨울밤은 춥고 길었을 것이다. 영하 18.6도까지 떨어진 혹한의 추위에도 그가 밤을 보낼 곳은 비닐하우스밖에 없었다. 지난 20일 캄보디아 출신 이주노동자 속헹은 전기장판도 작동하지 않은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의정부와 포천 등에서 머물며 농장에서 채소재배 일을 하던 그는 취업비자 만료를 앞두고 내년 1월10일 프놈펜행 항공기를 예약해 놓았다고 전해졌다.언론보도만으로는 정확한 사인을 확인할 길은 없으나 간경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 가능성에 대해서 보
대법원은 올해 4월29일 산재보험 역사상 획기적인 판결을 했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이른바 제주의료원 산업재해 사건이다. 업무상 유해요소에 노출돼 선천성 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한 여성노동자에게 산재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행정소송에만 거의 6년 가까운 시간이 소요됐지만, 관련한 입법 논의와 토론은 거의 없다. 지난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모두 5개이며, 21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은 3개다. 고용노동부는 ‘자녀 건강손상에 대한 산재보상 방안 및 자녀 유족수급권 보장방안’ 연구용
최근 포스코 광양공장·포항공장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중대재해로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해당 사업장들은 이미 이전부터 사망사고를 비롯한 공장 내 빈번한 사고로 고용노동부의 감독을 수 차례 받아 왔다.노동부는 사업장에서 사망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를 근절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특별근로감독 혹은 그에 준하는 감독을 대대적으로 실시한다. 그리고 감독을 마치면 해당 사업장에 대해서 “법 위반에 수백 건에 대해서 사법처리하고, 과태료 수억 원을 부과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한다. 그
2017년 10월, 문재인 대통령과 당시 국민총리였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고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약속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중 하나는 2019년 1월16일 전부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입법예고안을 발표한 후 전부개정안은 1년이나 국회에서 머물러 있다가 ‘아들의 죽음을 다른 노동자에게 겪게 할 수 없다’며 투쟁에 나섰던 김미숙 어머님과 노동계의 요구로 겨우 통과했다.그러다 보니 개정 과정에서 이미 누더기가 돼 버린
10만명이 넘는 노동자·국민의 청원을 담아 국회로 넘어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표류 중이다.과잉입법과 처벌에 대한 소위 법전문가들의 우려를 담아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신중론이 득세하고 있다. 구멍가게 주인들만 처벌될 것이라는 예측은 법안의 허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그것을 빌미 삼아 실제로는 대기업 사장들을 지켜 주고자 함인지, 혹은 그들에게는 관대하기 짝이 없는 사법관행에 대한 자조(自嘲)인지 모를 지경이다.도대체 완벽한 법률이 언제 있었던가, 그런 법률이란 있기라도 한 것인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수많은 비판 속에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