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은 국제자유노련(ICFTU)과 국제노동기구(ILO)가 정한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태국 인형공장 화재로 발생한 노동자 188명의 안타까운 죽음을 추모하는 날이자,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거나 다친 전 세계 노동자를 기억하는 날이다.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한국은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해에만 85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졌다. 생계를 위해 일터로 향했을 이들은 떨어지거나, 끼이거나, 깔리거나, 부딪혀 사망했다. 화재나 폭발·익사·질식사고를 당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반복적인 산업재해 사망과 시민 재해를 실질적으로 줄이기 위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랫동안 지속돼 왔다. 노동자 건강권운동 영역에서 2006년 영국의 기업살인법이 소개되고, 해마다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고발도 하고, 법 제정 요구도 했다. 민주노총은 2011년부터 ‘하청산재 원청의 책임과 처벌강화’를 핵심 요구로 정하고 벌써 10년째 산재사망 처벌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2012년에는 법률·건강권 단체와 연구팀을 만들어 산재사망 처벌강화 특별법안을 준비해서 당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심상정 민주노동당(현
1899년 우리나라에서 철도가 개통한 뒤 철도노동자 2천456명이 산재로 숨졌다. 매년 21명이 숨진 셈이다. 통계에는 비정규직이나 자회사·협력업체 노동자를 포함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지면서도 정작 철도·지하철 노동자는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들이 궤도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의견을 보내왔다. 지난해 10월 밀양역 인근에서 일하던 선로보수 작업자들이 열차에 치였다. 25년 가까이 철도에 몸담았던 베테랑 직원은 유명을
헌법 32조4항 전단은 ‘여성 노동의 특별한 보호’를, 헌법 36조2항은 ‘국가의 모성 보호를 위한 노력’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근로기준법 70조(야간근로와 휴일근로의 제한)2항은 “사용자는 임산부와 18세 미만자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 및 휴일에 근로시키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법 65조(사용 금지)1항은 “사용자는 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아니한 여성과 18세 미만자를 도덕상 또는 보건상 유해·위험한 사업에 사용하지 못한다”이고, 2항은 “사용자는 임산부가 아닌 18세 이상의 여성을 1항에 따른
‘노동복지’란 말은 듣는 이에게 크게 두 가지 뜻으로 들린다. ‘노동자를 위한 복지’라는 말과 ‘일자리 그 자체’ 둘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될수록 후자로 이해한 사람들의 상담 전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차라리 무급휴직이 낫지”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일자리를 장기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의 말을 듣게 된다. 얼마 전 한 50대 후반 남성은 내게 하소연했다.“안 그래도 일용직 일자리 얻기가 힘든데 요새 더 힘들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하러 갔어요. 처음에 엄마가 내 부양의무자라서 안 된다고 하
지난 12일 고용노동부가 ‘콜센터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지침’을 시행하며 전국 1천358개 콜센터 긴급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이에 따르면 먼저 전국 콜센터 실태를 신속히 파악하고, 사업장 규모별로 자체 점검, 사업장 방문, 전담 근로감독관 지정 등으로 구분해 지도·점검과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한다. 한편으로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에서 위탁·운영하는 콜센터 156곳은 해당부처 등이 관리를 강화하고, 금융기관·통신회사·홈쇼핑 등 콜센터를 많이 활용하는 업체에는 소관부처와 협의해 감염병 예방관리를 강화한다.그러나 노동부는 50명 미만
최근 직장내 괴롭힘을 당한 근로자를 대리해 사건을 진행하다 생긴 일이다. 고용노동부 관할 고용노동지청의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연락이 왔다. 결론적으로는 사용자와 합의해 보라는 취지였지만, 그 대화 내용에서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됐다.“직장내 괴롭힘 조항 자체가 현실적인 실효성이 없잖아요. 검찰에 넘길 수 있는 건도 아니고. 법 자체가 실효성이 크게 없거든요.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게 되면 보통 ‘법이 이거 밖에 안 되냐’고 말하는 분들이 많아요”라는 얘기였다.근로기준법 76조의2와 같은 법 76조의3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
지난해 산업재해 신청은 14만7천678건이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17년과 비교해 3만4천건 넘게 증가했다. 산재보험급여를 받는 수급자는 같은 기간 3만7천여명 늘어난 32만184명이었다. 산재보험제도 도입 이후 가장 많은 노동자들이 보상을 받았다.근로복지공단은 산재신청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걸림돌로 지적됐던 ‘사업주 확인제도’를 폐지했다. 신청서식도 간소화해 45개의 기재항목을 27개로 과감히 줄인 바 있다. 산재노동자가 산재신청을 한 뒤 처리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도록 휴대전화 메시지 같은 알림서비스를 전면 개편
오랫동안 소음성 난청은 보상을 받기 어려운 직업병이었다. 다른 신체부위 장해에 대해서는 치료를 받고 난 후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이 내려진 날로부터 3년 이내에 청구하면 됐는데 유독 소음성 난청은 “진단일”이 아닌 “사업장을 떠난 날”을 기준으로 삼았던 것이다. 소음성 난청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될 즈음이면 이미 사업장을 떠난 지 3년이 넘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했다.이런 모순에 대해 대법원은 2014년 9월 소음성 난청 역시 진단일을 기준으로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후로도 1년 동안 산업재
심리학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가 100명 넘게 줄어든 것을 발표하면서 행정기관 관리·감독이 사망사고 감소의 핵심 요인이라고 진단하고 올해에도 지난해와 같은 기조로 확대·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사고사망의 큰 감소에 고무됐는지 다른 해와는 달리 연초에 통계와 대책을 발표했다.문제는 과학적인 진단과 분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 결과 꿰맞추기식 설익은 대책을 내놓았다. 특히 사망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외부환경 분석이 빠져 있다. 어떤 현상을 분석
지난해 11월29일 부산경남경마공원 문중원 경마기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05년 개장 이후 일곱 번째 죽음이다. 말관리사 282명, 경마기수 35명 등 320여명이 일하는 한 사업장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죽었다. 한국마사회에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있음이 그간 죽어 간 노동자들의 유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고통도 없고 편히 숨 쉴 곳엘 가기 위해…”(이명화 기수, 2005년 사망당시 26세), “경마장 기수들이 최고 힘들고 불쌍해. 도대체 부산에서 몇 번의 자살 시도냐”(박진희 기수, 2010년 사망당시 28세)
지난 11일 서울시교육청은 기간제교사에게 보직·담임 업무 떠넘기기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제교사가 기피업무·과중업무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7년 기간제교사노조가 실시한 “시급히 해결돼야 할 차별”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기피업무·과중업무 분장이 두 번째로 지목됐다.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보직교사(학교에 있는 각 부서의 총괄 책임을 맡은 부장교사)를 맡고 있는 기간제교사가 52명이다. 이는 전체 보직교사수에 비하면 소수지만 이 중 절반이 기피업무인 생활지도부를 맡고 있는 게 문제다.생활지도부는 사안이 발생하
새벽 5시20분 부산히 움직이는 청소기구, 물건을 나르는 수레바퀴 소리에 잠이 깬다. 가장 먼저 눈 비비고 일어나 농성장에 마련된 고공농성 현황판에 213이라는 숫자를 갈아 끼우고 그 옆에 세로 현수막에 ‘단식농성 21일째’ 날짜를 붙인다. 그리고 두 개의 몸벽보에 “단식농성 21일차” “단식농성 17일차” 종이를 붙인다. 그리고 동조단식자를 위해 몇 개의 몸벽보를 정리하고 낮은 책상과 의자를 정리한 뒤 현관 밖으로 나오니 아직도 어둠이 진하다. 건물 외벽에는 “영남대의료원 개원 40주년, 의대 교수 1인당 논문 실적 3위”라는 초
경기도 평택시가 올해 5월 여는 민원상담콜센터 운영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시는 지난 28일 콜센터 구축사업 최종보고회를 진행하고 올해 3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34개월 동안 민간위탁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안을 평택시의회 임시회에 제출할 예정이다.콜센터의 경우 문재인 정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대상 중 2단계 ‘용역’에 해당하는지, 3단계 ‘민간위탁’에 해당되는지 논란이 있었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콜센터 상담사들을 3단계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분류했고 이마저도 지난해 2월27일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1월22일은 당시 노태우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을 뚫고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가 결성된 지 만 30년이 되는 날이다. 강산이 세 번씩이나 바뀐다는 세월이니 결코 짧지 않는 세월이다. 그만큼 전노협에 대한 기억도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엷어져 가고 있다. 그러나 난 아직도 온몸으로 생생하게 전노협을 기억한다. 화석에 새겨진 기억처럼.1988~89년 노동자들은 “악법 철폐! 건설 전노협!”이라는 구호를 외쳤다. 40여년 동안 자본과 권력과 결탁해 유일노총 지위를 누리며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관제·어용조직이었던 한국노총을 노동자들은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가 1월21일 치러진다. 김만재-허권(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와 김동명-이동호 후보조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월부터 한국노총을 이끌게 될 임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 보내왔다. 선거 과정에서 소통과 토론이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지면에 싣는다.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가 한창이다. 노동조합에서 선거는 과거를 평가하고 미래를 계획하는 조직 내 민주주의의 축제지만, 한국노총의 이번 임원선거는 사뭇 분위기가 비장하다. 창립 이후 줄곧 유지해 오던 1노총 지위를 잃은 직후 조직 안
한국노총 27대 임원선거가 1월21일 치러진다. 김만재-허권(위원장-사무총장) 후보조와 김동명-이동호 후보조가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2월부터 한국노총을 이끌게 될 임원들에게 바라는 점을 현장 조합원이 보내왔다. 선거 과정에서 소통과 토론이 활발해지길 기대하며 지면에 싣는다. 한국노총 지역상담소에 배치돼 근무하면서 가끔 자신에게 이런 물음을 던질 때가 있다. 나는 한국노총 사무총국 간부인가, 아니면 사무총국 언저리에 있는 변방의 간부인가? 상대적 자괴감일 수 있는 이런 물음은 전국 각 지역에서 상담업무를 하는 나 같은 사람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속담이 있다. 전부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을 두고 세간에서 하는 말이다. 시행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개정법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개정 내용의 엉성함과 정부 설명과 너무나 다른 사실에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작업중지명령에 관한 규정만 하더라도 작업중지명령 취지와 원리에 반하는 개정 내용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종전 법에서는 △중대재해 발생 여부 △시정조치명령 이행 여부 △법령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작업중지·사용중지·시정조치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전부개정법에서는 작업중지명령 발
“양들이 사람을 잡아먹고 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자본주의 탄생기, 당시 영국을 날카롭게 비판한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토머스 모어는 양모생산을 위해 공유지를 사용하는 농민을 몰아내고 구빈원에 몰아넣은 지주를 비판하며, 짧은 노동과 긴 여가를 누리는 새로운 사회를 제안한다. 이로부터 ‘유토피아’는 자본주의 너머 새로운 사회를 희망한 이들이 가진 오랜 열망이었다. ‘디지털 공유지’에 새로운 인클로저가 벌어지는 지금, 유토피아라는 상상이 다시금 우리에게 절실하다.빅데이터가 사람을 잡아먹기 시작한다오늘날 자
금융노조 26대 임원선거가 19일 치러진다. 유주선 후보조(기호 1번)와 박홍배 후보조(기호 2번)가 경합하고 있다. 내년이면 노조가 창립한 지 60년이 된다. 새로운 집행부는 디지털 시대로 불리는 고용 전환기에 노조를 이끌게 된다. 노조 임원선거에 눈길이 쏠린다. 각 후보 진영에서 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후보를 지지하는 조합원들의 글을 보내왔다. 유권자들과 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면에 게재한다. “독단경영의 심장을 찌르러 한창규가 갑니다.” 금융노조 임원선거에 기호 1번 수석부위원장으로 입후보한 한창규. 그가 201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