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발전재단은 한국노총이 제안하고 경총과 정부가 동의하면서 2007년 4월 만들어졌다.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 6조는 ‘국가는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공동으로 설립한 노사발전재단이 노사 주도의 자율적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재단은 노사정 삼자주의로 설립된 기관이자,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이다. ‘노사발전재단’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가 상호 발전하자는 의미가 크다.노사발전재단이 만들어질 당시 사회적 대화 주체들은 노사가
1. 윤석열 정부가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참여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다음달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50명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1월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뒤인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50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유예기간을 더 연장하자는 논의는 노동자 생명·안전에 대한 위험을 가속화하고 있다.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마저 의문시되고 있는 가운데 국회가 ‘적용유예 연장’을 거론한 것은 노동자를 기만한 것이다.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50명 이상 사업장에서도 턱없이 낮은 검찰의 기소율이나 재판부의 양형은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엔 실효성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법적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에 내년 1월27일 실시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다시 유예하는 건 노동자를 궁지에 내모는
건설노조와 언론노조 그리고 여러 무수한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리하고 2018년 노동교육센터 ‘늘봄’을 설립해 노동교육 활동에 헌신해 온 김민아 공인노무사.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노노모) 전 사무국장인 김민아 노무사가 지난 12월7일 44세의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12월9일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도식이 있었고, 12월10일 고양의 일산공감수목장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했습니다.맑고, 밝은 목소리에 누구에게나 에너지를 주는 작은 거인, 김민아 노무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법원은 끝내 참담한 죽음의 책임을 원청에 묻지 않았다. 용균이 엄마가 주저앉아 소리쳤다. 울었다. 곧 눈물 닦고 입술을 꽉 물었다. 언제나처럼 전화기에 적어 둔 글을 기자들 앞에서 읽었다. 미리 준비해 둔 것이었다. 쉬운 말로 어려운 얘기를 익숙하게 풀어냈다. 종종 고개 들어 카메라 바라보는 눈에 물 고여 붉었다. 아들의 5주기, 엄마는 법 앞에 울었
2023년이 어느덧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2023년엔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한국 사회의 노동권을 둘러싼 일들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그중에서 지난주에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은 당연한 것을 인정받지 못한, 앞으로의 과제를 남겨 준 사건이기에 많은 비판과 논평 속에 한마디를 더 얹어 두고자 한다.대법원은 지난 7일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5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중
로스 다우서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 국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썼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올해 3분기에는 0.7명”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게 된다” “2060년 말까지 인구가 3천500만명 아래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 2021년
그깟 손가락 그림그 손가락 모양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다. 이들은 11월26일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손가락 논란도 모른다. 그런데 관련 게임업체 이해관계자와 페미 논쟁에 예민한 사람들은 그것이 지금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격하다. “관심 없다”며 손가락을 둘러싼 호들갑을 단번에 패대기치는 쿨한 이도 적지 않다.남성을 조롱한 여성이 사용한 손가락 모양은 취하기 쉬운 동작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그림자놀이, 광고, 사물을 집는 그림, 크기를 표현한 동작을 찍은 사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누구든 그런 모양을 취할 수 있
다치지 않고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대부분 방호장치 설치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굉장히 많은 산업재해 언론보도에서 방호장치 문제를 가장 많이 제기하고 있는 데다,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했더라도 관리가 안 돼 오작동으로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방호장치 하나 설치한다 해도 재해예방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설비 개조·개선은 안전보건조치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을 채우려면 안전작업지침과 안전작업절차서-표준작업절차서(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가 필요
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배워 역사전문가처럼 활약하다가 여러 논란 끝에 시들해진 설아무개 스타강사. 그가 한창 잘나가던 때에 내가 일하던 신문사에서 그에게 강연을 요청하니 “저, 한 시간에 2천만원 이하론 안 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단다. 속으로 ‘이 사람 돈독이 올랐군’하며 접었다고 한다.그가 TV에 나오면 늘 불안했다. 역사 속 사건은 대부분 복잡한 여러 원인에서 출발하는데, 너무 단순화시켜 위험했다. 입시학원 일타강사 출신인 그에겐 단순화가 큰 무기였으리라. TV 매체도 복잡한 걸 싫어한다. 그래서 T
‘정상’의 이름을 가장하고 있던 전통적 경제, 사회, 문화, 노동의 해체를 경험하며 사회·경제·문화적 약자로서 청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청년을 사회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또는 브랜드로 상징하거나 기존의 사회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규정하며 열정을 요구하거나 해석의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담론이다. 이런 호명은 지금 ‘MZ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당사자 참여전략’ 그리고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슬로건은 청년단체에 청년문제의 해결은 청년의 삶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원주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북쪽으로는 뱅이둑물이 굽이돌아 들어온다. 반대편 남쪽에서는 이제는 폐역이 된 중앙선 반곡역 위쪽을 거쳐 온 뒷골 물이 흐른다. 공단 본부 서편에서 두 물줄기가 하나로 만난다. 공단 왼편에 붙어 있는 두물수변공원이란 이름도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 건강보험공단 터가 소란하다.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품고 있는 물줄기가, 공단 물줄기에 하나가 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11월1일 시작된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과 단식이 이미 한 달을 넘어섰다.공단과 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단식 35일째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지부장이 결국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디 지부장의 건강이 많이 상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35일 동안 곡기를 끊은 채 싸우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 마음의 절실함을 조금은 알 수 있다. 헤드셋을 놓고 파업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힘이 없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건강보험공단에 더 잘 들리게 하고자 농성을 하고 곡기를 끊었다. 이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건강보험공단은 노
법률원에 들어와 8년 넘는 기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노동조합을 자문하며 때로는 사건을 진행하며 여러 통로로 만나 왔다. 그 과정에서 개인으로 혹은 노동조합과 집단으로 만나기도 했다. 가능하면 법률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나의 의견이 사용자 앞에서 쓸 무기가 된다면 했다. 다만 법률 규정에 얽매여 투쟁이 뒤로 밀리는 일은 늘 경계했다.올해 초로 기억한다.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4명이 한꺼번에 보직해임된 사건을 맡게 됐다. 당시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은 내내 귀에 맴돌았다. 보직해임된 이유는 평가 점수가
칼럼 중 ‘홍명교의 가까이 또는 멀리’를 다시 한번 읽다 문득 깨달았다. 이 글도 나처럼 4주 간격이잖아!운 좋게 지면을 얻으며 감사한 경험이 많았다. 활자의 힘을 실감했다. 보람도 있지만 그만큼 버거워졌다. 그래서 4주보다 길게 마감 간격을 늘려 달라 몇 번 읍소했으나 매번 교섭에 실패했다. 편집국장님은 1~2주 간격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절대 불가”라고 했다. 근데 지금 보니 4주 간격 기고자가 제법 있다. 뭔가 묘하게 속은 느낌이다.혹시 나는 노조를 경험하지 못해 교섭에 매번 실패할까. 일상의 사소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자살사망자는 1만2천906명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을 비교하면 한국은 22.6명으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자살률 10.6명의 두 배가 넘는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살사망자는 1만2천727명이다. 경찰청 통계는 경찰의 변사사건 조사에 따른 것으로 군인 자살은 제외돼 통계청 자료와 차이가 난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
1.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놀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일명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규탄하고 촉구할 것이 많아 길에 나선 사람들 구호 따라 입김이 뽀얗다. 맞춰 입기라도 한 것인지 검은색, 또 길고 두터운 패딩점퍼 차림 사람들이 팻말 든 손가락을 파고드는 한기를 어쩌지 못해 자꾸 꼼지락거린다. 그 중 누군가 곡기 끊고 말라가는 사람도 있어 추운 티를 내지 못한다. 동료가 건넨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철 따라 바람 따라 낙엽 구른다.길에 나서 말하기 고된 철이다. 설 곳 좁아 더욱 그렇다. 한때 울긋불긋 농성 천막 줄줄이 많았던 고용노동청 앞자리에, 또 기자회견 줄을 선 대통령실 앞에 질서유지선이 길
부산에는 법인택시 회사가 100개 가까이 있다. 그중 하나인 한남교통주식회사 앞에서 택시노동자들은 2년 넘게 부당한 징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매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택시노동자가 기본 생활을 위한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납금제를 철폐하고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완전 월급제를 제도화한 전액관리제를 꼼수로 회피해 사납금제를 유지하려는 목적의 징계처분에 항의하는 것이다.사납금제는 운수노동자가 매일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운수회사에 납부하고 남는 운송수입금과 소액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제도다. 이 경우 회사
한때 유행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CSR이 성공해 진화한 결과물이 ESG일 수 있고, 반대로 CSR이 실패해 대체한 것이 ESG일 수 있다. 기업이 자기 정책을 보다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기업 안팎의 거버넌스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