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군부 정권의 성격신군부 정권은 정권찬탈을 목적으로 공수부대를 국가폭력으로 동원, 광주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5·18 살인극을 벌였다. 5·18 광주항쟁은 시위진압 과정에서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한 과잉진압의 결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신군부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정권찬탈)을 달성하기 위해 광주시민을 희생시킨 계획적인 살인극이었다.‘사람사냥’을 한 공수부대원들의 만행이 광주시민들을 분노로 들끓게 했다.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에 애국가가 울려 퍼진 뒤 비무장 광주시민에게 헬기 기총사격을 가한 것은 무장시위대에 대한 자위권 차원
국가보훈부가 최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내년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발표하자 언론의 반응은 엇갈렸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12월26일 4면에 “‘과(過)’도 있는데 … 이승만 추앙하는 윤 정부”라며 정부를 비판했고, 한국일보는 같은 날 8면에 “‘이달의 독립운동가’에 이승만 논란”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같은 날 1면에 “‘이달의 독립운동가’ 이제 와서야 선정된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승만이 진즉에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돼야 했고 주장했다.이승만만큼 논란의 인물도 드물다. 조갑제는 자기 책 ‘고문과
갑진년 새해 첫 상담은 해고예고도 없이 잘린 어느 50대 노동자 이야기다. 노동자는 사업주를 고용노동지청에 신고했지만 노동지청은 아무 조치도 없이 사건을 끝냈다고 한다. 그는 분통을 터뜨리며 “해고예고 수당을 좀 받아 달라” 애원했다. 사건 종의 사유가 뭐냐 물었더니 “피진정인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서”라고 쓰여 있더란다.신병을 확보하고 사실관계를 조사해 피해 노동자의 권리를 구제해야 할 노동지청 근로감독관이 가해자가 어디 있는지 몰라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니. 귀를 의심했다. 이처럼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임금체불 피해 노동자들은 하나
얼마 전까지 청년 활동가들끼리 글쓰기 계모임을 했다. 각자의 활동을 ‘글’이라는 언어로 쌓아가자는 취지였다. 보증금을 내고 글을 쓰지 않으면 벌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강제요인을 둬 꾸준히 글을 써 보고자 했다. 내가 참여한 이유는 글 쓰는 연습을 하고 싶어서였다. 하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활동을 글이라는 언어로 정리해 나가는 게 왜 중요한지, 다른 참가자들의 글을 보면서 이 모임의 취지를 이해하게 됐다.동시에 우리 센터에서 매년 진행하는 비정규노동 수기공모전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해 보게 됐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지난해에 13번째
나는 플랫폼 노동을 비롯해 변화하는 일하는 방식을 연구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일터의 특징 중 하나는 물리적인 공간과 보이지 않는 기술이 뒤얽혀 있고, 그 결과 일하는 방식과 규범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앱을 활용해 일하는 플랫폼 노동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앞으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칼럼의 첫 번째 글인 만큼 일터의 변화가 제기하는 몇 가지 주제를 소개하고자 한다.인공지능(AI)·로봇·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이 일터에 도입되면서 ‘알고리즘은 새로운 보스인가’ ‘로봇은 새로운 동료인
지난달 28일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2023년의 공식 업무가 끝나는 날을 하루 앞둔 발표였다.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은 정부의 외국인·이주민 정책의 원칙과 방향, 중장기 전략체계를 담는 ‘최상위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외국인처우법)에 따라 법무부 장관이 5년마다 수립하고,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기본계획에 대한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도록 돼 있다.2008년 1차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래,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3
“○○병원에서 22개월을 일했는데 퇴직금을 받지 못했어요.” 처음 시작은 퇴직금을 못 받았다는 거였다.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서를 작성하기 위해 일하는 환경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문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365 안심병동사업’에 따라 거제시 한 병원 간병서비스에 투입되는 노동자의 이야기다 .경상남도 서민의료복지 특수 시책사업이다. 하나의 병실에 4명의 간병인이 24시간 간병서비스를 제공한다. 간병비는 무료이거나 하루 1만원, 또는 2만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환자를 위해 일하는 간병인은 돈을 떼이고 있다.“우리 병원이 3
2024년 우리 산업과 경제지형도를 바꿀 가장 큰 동인을 지목하면 두 가지 후보가 유력할 것이다. 하나는 chat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급격한 부상으로 상징되는 디지털전환의 가속화다. 다른 하나는 점점 더 뚜렷해지는 기후위기와 생태위기에 대응해 산업과 경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다. 지금 세계는 디지털전환과 생태전환이라고 하는 이중전환(Twin Transformation)의 길목 앞에서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면서도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디지털전환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
결혼을 앞두고 불안감이 증폭된 시기가 있었다. 우연히 포털의 여성 사이트에 연애와 결혼 사연을 읽다 보니 혹 내 미래가 될까 싶어 두려웠다. 다행히(?) 현실 결혼생활은 다이내믹하기보다는 담담한 일상이었다. 시간이 흐르며 여성들이 온라인으로 나누는 이야기가 실제 고민과 오락이 뒤섞였단 점을 알았다. 미디어까지 인용되는 사연은 ‘판춘문예’라 불릴 정도로 잘 짜인 서사구조와 ‘사이다’ 결말을 갖춰야 조회수도 많다. 요즘은 유튜브에 비슷한 사연만 모아 읽어 주는 채널도 적지 않다. 꾸며 낸 내용이라도 네이트판 등의 글은 시대를 알 수 있
1832년 한국에 온 최초의 개신교 목사로도 알려진 칼 귀츨라프(Karl Gützlaff)는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다가 태평천국운동이 벌어질 무렵 20년 만에 유럽 사회에 돌아왔을 때 ‘사회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접하게 됐다. 이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그는 놀라서 외쳤다. “나는 그 유해한 교의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가? 바로 이와 동일한 것이 중국에서 많은 폭도들에 의해 한동안 설교됐다!” 칼 마르크스는 이 일화를 그저 ‘양극단은 일치한다’는 변증법의 원리를 증명해 주는 사례로 넘겨 버렸지만, 이 문제는 훨씬 심각한 것이었다.역사
1. 응답자들은 ‘노란봉투법 부활’를 올해 가장 주목할 노동이슈로 뽑았다고 지난 2일 매일노동뉴스가 보도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노사정·전문가 100명에게 2024년 주목할 노동이슈와 인물에 관한 설문조사한 결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와 3조에 관한 개정안, 일명 노란봉투법이 가장 많은 표를 받아 1위를 기록했다.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의 노조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성사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도 노동현안으로 대두할 전망”이라며 밝히고
”나쁜 놈들 변호할 때 기분이 어떻습니까.“ 약 4년 전, 변호사가 회원 대다수인 노동법 공부모임에서 질의에 답변하던 강연자가 자신도 궁금한 게 있다며 그 자리에 있던 변호사들에게 한 질문이다.그날의 강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질문만큼은 또렷이 기억이 난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튀어나온 그 질문은 솔직하고 노골적이라서 신선했다. 한편으로는 “변호사가 분별력 없이 아무 사건이나 맡는 게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지적이라고도 느꼈다. 예상 외의 질문인지 청중들 사이에 약간의 당황과 얼마간의 정적이 흘렀고 대형로펌의
본지 2023년 12월11일자 14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부당징계 논란” 기사와 관련해 카라쪽은 “다수의 민원 접수에 따라 활동가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징계위원회 소집은 예정됐던 절차로 노동조합 교섭요구와 무관할 뿐 아니라, 해당 활동가 2명이 조합원이라는 사실도 언론보도 시점 이전까지 알 수 없어 표적징계가 아니다. 징계위원 기피
장정을 시작한다. 우리 사회의 해묵은 논쟁, 사회적 대화가 주제다. 사회적 대화는 참여 여부를 둘러싸고 입구에서부터 삐걱거리는가 하면 구성과 운영, 의제 선정과 논의, 그리고 결과의 이행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전주기(life cycle)가 지뢰밭이다. 20여년에 걸친 사회적 대화가 무색하리만치 어느 하나에도 ‘사회적 합의’는 없다.사회적 대화에 대한 견해는 노동 연구자나 활동가의 성향을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우스개가 있을 만큼 예민하면서도 본질적이다. 사회적 대화에 찬성하면 개량주의자이거나 친정부적이며, 반대하면 노동의 전투성
정정운운(政政運運)정치(政治)는 정치답고 운동(運動)은 운동다워야 한다. 정치를 운동처럼 하고 운동을 정치처럼 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정당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민의 이해관계를 조정함으로써 공동체를 유지하는 제도화가 중심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운동은 사회운동을 의미하며 다양한 시민이 권리 주인으로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며 활동하는 주체화가 중심이다.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모든 것을 정치라고 본다면 세상에 정치적이지 않은 영역이 없다. 만물이 운동하기에 정치도 운동이며 정치개혁‘운동’이나 진보정당‘운동’처럼 정치와 운
본지 2024년 1월4일자 3면 “안전모에 혈흔 묻혀 ‘산재 은폐’ 경영책임자 기소” 기사와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아파트 관리업체 관리소장과 업체 법인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의견 송치했다”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해당 업체의 최근 5년간 산업재해조사표를 검찰에 제공했다”고 알려 왔습니다.
대구청년유니온 노동상담소에 어느 순간 ‘프리랜서’들의 상담이 접수되기 시작했다. 상담 유형은 다양했다. 그러나 그들에게 답변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프리랜서들의 법적 지위는 ‘1인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1인 자영업자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래서 대구청년유니온은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최근 청년 세대에서 많이 보이는 노동 유형인 프리랜서 노동 현실을 당사자와 함께 알아보고, 프리랜서 노동권 개선 활동을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프리한 유니온’ 프로젝트로 프리랜서 커뮤니티 활동, 프리
지난달 27일 매일경제신문 12면에는 라는 제목을 단 기사가 실렸다. 횡재세 무용론을 ‘주장’하는 기사를 마치 객관적 사실을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보도했다.사설로 쓸 글을 이렇게 스트레이트 기사처럼 보도할 때 언론은 꼭 빠져나갈 안전장치를 만든다. 기자 개인의 주장이 아닌 취재원의 주장을 담았다고 포장한다. 이때는 쌍따음표만큼 유용한 게 없다. 내(기자) 주장이 아니라 그들이 그렇게 말하니 나는 객관적으로 소개할 뿐이라는 거다.이날 기사는 한국경제학회 설문조사를 옮겼다. 설문은 학회 패널위원 4
메밀은 구황(救荒)음식이다. 흉년으로 말미암아 극심한 굶주림에 허덕이던 극빈층을 구했다.절구질·맷돌질로 메밀가루를 만들었으니 빻고 가는 행위는 생존 그 자체였다. 강원도는 곳곳이 1970년대 내내 전기가 엄청 귀했다. 깊은 산골에서 고운 메밀가루를 만들기란 불가능했다. 메밀의 겉껍질을 벗긴 것을 녹쌀이라한다. 녹쌀은 전기를 이용한 제분 시설 아니면 만들 수 없다. 겉껍질 채로 절구질·맷돌질을 해서 메밀가루를 만들었다. 면 뽑는 유압식 기계는 1980년대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대부분 분틀 형태였다. 이를 그대로 재현한 곳이 강릉 ‘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인 1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찬 이 순간이 4년 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 큰 고통의 시간이었던 기억이 난다. 변희수 하사다. 2017년부터 육군 부사관으로 군에 복무하던 변희수 하사는 성별 위화감으로 군 병원 정신과 진료와 심리상담를 받으며 성별 정정 과정을 밟기로 마음먹고, 부대에 이 사실을 알렸다. 소속 군단장으로부터 성확정수술을 위한 국외 휴가 허락을 얻은 변희수 하사는 2019년 11월 수술을 받았고, 복귀해 여군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군은 변희수 하사를 트랜스젠더(태어났을 때 지정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