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이름을 가장하고 있던 전통적 경제, 사회, 문화, 노동의 해체를 경험하며 사회·경제·문화적 약자로서 청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청년을 사회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또는 브랜드로 상징하거나 기존의 사회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규정하며 열정을 요구하거나 해석의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담론이다. 이런 호명은 지금 ‘MZ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당사자 참여전략’ 그리고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슬로건은 청년단체에 청년문제의 해결은 청년의 삶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원주시에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북쪽으로는 뱅이둑물이 굽이돌아 들어온다. 반대편 남쪽에서는 이제는 폐역이 된 중앙선 반곡역 위쪽을 거쳐 온 뒷골 물이 흐른다. 공단 본부 서편에서 두 물줄기가 하나로 만난다. 공단 왼편에 붙어 있는 두물수변공원이란 이름도 ‘두 물줄기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뜻이다. 이 건강보험공단 터가 소란하다. 고객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품고 있는 물줄기가, 공단 물줄기에 하나가 되기 위해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11월1일 시작된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파업과 단식이 이미 한 달을 넘어섰다.공단과 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단식 35일째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지부장이 결국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디 지부장의 건강이 많이 상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35일 동안 곡기를 끊은 채 싸우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 마음의 절실함을 조금은 알 수 있다. 헤드셋을 놓고 파업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힘이 없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건강보험공단에 더 잘 들리게 하고자 농성을 하고 곡기를 끊었다. 이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건강보험공단은 노
법률원에 들어와 8년 넘는 기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노동조합을 자문하며 때로는 사건을 진행하며 여러 통로로 만나 왔다. 그 과정에서 개인으로 혹은 노동조합과 집단으로 만나기도 했다. 가능하면 법률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나의 의견이 사용자 앞에서 쓸 무기가 된다면 했다. 다만 법률 규정에 얽매여 투쟁이 뒤로 밀리는 일은 늘 경계했다.올해 초로 기억한다.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4명이 한꺼번에 보직해임된 사건을 맡게 됐다. 당시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은 내내 귀에 맴돌았다. 보직해임된 이유는 평가 점수가
칼럼 중 ‘홍명교의 가까이 또는 멀리’를 다시 한번 읽다 문득 깨달았다. 이 글도 나처럼 4주 간격이잖아!운 좋게 지면을 얻으며 감사한 경험이 많았다. 활자의 힘을 실감했다. 보람도 있지만 그만큼 버거워졌다. 그래서 4주보다 길게 마감 간격을 늘려 달라 몇 번 읍소했으나 매번 교섭에 실패했다. 편집국장님은 1~2주 간격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절대 불가”라고 했다. 근데 지금 보니 4주 간격 기고자가 제법 있다. 뭔가 묘하게 속은 느낌이다.혹시 나는 노조를 경험하지 못해 교섭에 매번 실패할까. 일상의 사소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자살사망자는 1만2천906명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을 비교하면 한국은 22.6명으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자살률 10.6명의 두 배가 넘는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살사망자는 1만2천727명이다. 경찰청 통계는 경찰의 변사사건 조사에 따른 것으로 군인 자살은 제외돼 통계청 자료와 차이가 난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
1.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놀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일명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규탄하고 촉구할 것이 많아 길에 나선 사람들 구호 따라 입김이 뽀얗다. 맞춰 입기라도 한 것인지 검은색, 또 길고 두터운 패딩점퍼 차림 사람들이 팻말 든 손가락을 파고드는 한기를 어쩌지 못해 자꾸 꼼지락거린다. 그 중 누군가 곡기 끊고 말라가는 사람도 있어 추운 티를 내지 못한다. 동료가 건넨 핫팩을 만지작거리며 발을 동동 구른다. 철 따라 바람 따라 낙엽 구른다.길에 나서 말하기 고된 철이다. 설 곳 좁아 더욱 그렇다. 한때 울긋불긋 농성 천막 줄줄이 많았던 고용노동청 앞자리에, 또 기자회견 줄을 선 대통령실 앞에 질서유지선이 길
부산에는 법인택시 회사가 100개 가까이 있다. 그중 하나인 한남교통주식회사 앞에서 택시노동자들은 2년 넘게 부당한 징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매일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택시노동자가 기본 생활을 위한 임금조차 확보하기 어렵게 만드는 사납금제를 철폐하고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라는 것이다. 완전 월급제를 제도화한 전액관리제를 꼼수로 회피해 사납금제를 유지하려는 목적의 징계처분에 항의하는 것이다.사납금제는 운수노동자가 매일 일정 금액의 사납금을 운수회사에 납부하고 남는 운송수입금과 소액의 고정급을 지급받는 제도다. 이 경우 회사
한때 유행했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환경, 사회, 거버넌스(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CSR이 성공해 진화한 결과물이 ESG일 수 있고, 반대로 CSR이 실패해 대체한 것이 ESG일 수 있다. 기업이 자기 정책을 보다 환경적이고 사회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기업 안팎의 거버넌스를 투명하고 책임 있게 만들고자 하는 노력 자체를 폄훼할 이유는 없다.‘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
동신화학 쟁의 보복 집단해고 사건서울 문래동에 소재한 동신화학은 평균 일당 82원이라는 ‘기아’임금을 지급했던 사업체다. 저임금에 참다못한 노동자들은 ①기본임금 50% 인상해 최저생계를 보장할 것 ②근속연수에 따른 퇴직금누진제 실시 등 5가지 요구조건을 제시하고 1965년 3월19일 쟁의행위를 시작했다. 회사측은 냉각기간을 십분 악용해 집행부에 대한 불신과 노조파괴 공작을 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사용자가 출석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조정안도 제시하지도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였다. 동신화학노조는 냉각(조정)기간 만료일인 그해 4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헌법에 명시된 지방자치제도를 임기 내내 휴지로 만들었다. 박정희는 전가의 보도처럼 악용했던 ‘남북대결’을 이유로 1961년 쿠데타 직후부터 이런 위헌 상태를 만들었다.군사정권이 30년 유보한 지방자치제도는 1991년 다시 지방의원을 뽑으면서 부활했다. 90년대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하고 시민의식도 높아져 의원을 감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관변단체 아닌 시민단체도 90년대 와서 기지개를 켰다.시민단체가 의정을 감시하려고 각종 평가지표를 내놨는데, 이때 나온 게 의원들 출석률과 입법 발의 건수다. 둘 다 정량평
나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공포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금식기도를 시작했다. 지금도 이 믿음에는 변함이 없다. 지금 사람들의 시선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쏠려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절망하게 되거나, 정권 퇴진투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금식기도를 하면서 가다듬은 내 생각을 적어 본다. 개인적인 글이니 감안하고 읽어 주시기 바란다.노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노조법 2·3조 개정운동은 99% 성공했다. 그런데 국회를
각종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드라마 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정신병을 앓는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넘어 ‘나도 정신병을 앓을 수 있구나’를 생각해 보게 한다. 주인공인 정다은은 직장에서 자신의 험담을 듣고 사회불안증세를 겪는다. 정신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 업무의 특성상 감정노동도 심할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와 같은 처지가 됐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얼마 전 노회찬정치학교 동문과 연말모임을 가졌다. 함께하기에 의미 있는 활동을 찾다가 혼자 보면 힘들 것
최근 공유주방업체에서 일하던 청년 노동자 수십 명이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체불당했다. 해당 사건은 사용자가 수십 명의 노동자에게 1억원이 넘는 임금을 미지급하고도 돈이 없으니 나라에서 대신 주는 대지급금을 받으라며 책임을 미룬 사건이다.언론보도를 통해 청년 노동자들의 고통이 알려지자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까지 내고 “30건의 해당 기업 임금체불 사건에 대해 접수해 3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25건은 신고인의 의사에 따라 취하 및 취소했다”고 밝혔다.그런데 노동부 설명과 달리 수십 명의 피해 노동자들은 담당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
한국의 출생률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다. 올해 8월 출산율은 1년 전보다 12.8%나 감소하면서, 이제는 최초의 소멸국가는 한국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다. 저출생의 원인은 간단치 않다. 형제자매와 친밀감을 경험하지 못한 외동의 시대, 많은 혜택만큼 더 경쟁적인 학업과 양극화된 노동시장에서 장기간의 정규직 취업준비와 비정규직 일자리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연애와 결혼의 자유를 저당잡히고, 부모될 권리를 선택하기에 일터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실타
총선이 130여 일 앞으로 다가오고 양당 정치가 희망을 주지 못하자 여기저기서 ‘제3지대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는 유승민 전 의원과 더불어 보수신당 데드라인을 제시하며 몸값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사이를 오갔던 금태섭 전 의원은 이미 지난 여름부터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은 지난 11월 10일 김종인 국힘 전 비대위원장과 함께 점심 회동을 가진 바 있고, 함께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둘 말고도 다양한 버전의 ‘제3지대론자’는 넘쳐 흐른다. 이들은 각
본지 2023년 10월23일자 9면 “[논쟁: 길을 묻다] 형식적 토론 넘어 민주적 공론장은 가능할까” 기사에서 사회진보연대가 참여를 고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습니다. 사회진보연대 구성원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1. 11월 13일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는 ‘근로시간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 52시간 상한제가 문제라고 개선하겠다고 지난 대선에서 공약하더니 윤석열 정부는 노동부가 중심이 돼 집권 초부터 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확대하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자 국민 여론을 반영해 추진하겠다고 물러섰던 것인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일정 부분 이런 정권의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볼 수가 있다.노동부는 이번 설문조사에서 “연장근로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노사
바야흐로 K컬처 전성시대이다. 국내·외 다양한 기관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원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183개 대학 부속 한국어 교육기관에서 일하는 한국어 교원 3천302명 (2021년 10월1일 기준)의 노동실태는 매우 심각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를 통해 국·공립대 26곳에 대한 ‘한국어 교원 현황,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 4대 보험 납입 여부’를 묻고 ‘계약서’ 내용을 모두 받아 검토한 결과 한국어 교원의 노동권이 얼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