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막스 베버는 독일의 에리히 루덴도르프 장군과 민주주의에 관해 대화를 나눈다. 베버가 “인민은 그들이 신뢰하는 한 사람의 지도자를 선출한다. 이어서 대표로 선출된 사람이 말한다. ‘지금 당신들은 아무 소리 말고 복종하라. 인민과 정당들이 지도자와 상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하자 루덴도르프는 “그런 민주주의는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베버는 “그런 다음에 인민은 심판할 수 있다. 만약 지도자가 잘못한다면, 그를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막스 베버, , 박상훈 역, 폴리테이아
이글에서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이르기까지의 경과를 정리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합의한 구성 및 운영원칙과 그것을 반영한 경사노위법을 근거로 설치됐기 때문이다. 노사정대표자회의는 민주노총도 참가한 ‘완전체’였다.양대 노총이 빠진 노사정위원회로 출발하다상임위원으로 취임한 건 2017년 8월29일, 노사정위(현 경사노위)는 한 마디로 잡초 우거진 폐가였다. 민주노총은 18년 전인 1999년 2월, 노사정위원회를 떠났다. IMF 외환위기의 충격 속에서 국가와 자본에 의한 일방적인 구조조정과 노사정위 합의사항의
착하게 보이는 말‘약자’라는 단어를 자주 접한다. 지하철 방송에서도 나오고 시내버스 ‘교통 약자’ 좌석 표시에도 있다. 서울시는 “약자와의 동행”을 말해왔다. 작년 말, 대통령은 14개 기부·나눔 단체를 초청해 “사회적 약자 지원 약속”을 했다. 국무총리는 쪽방촌을 방문해 “사회적 약자를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했다. 국회에서 예산이 통과되자 기재부는 “재정건전성의 개선뿐만 아니라, 서민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이 증액 반영됐다”고 설명했다.총선이 다가올수록 약자를 겨냥한 공약이 부쩍 늘어난다. 늘 이
몇 달 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참여했을 때 일이다. 당시 회의는 정신질환이 대상이었는데, 한 자살 사건에 눈이 갔다. 해당 사건의 피재자는 공공기관에 소속된 여성 예술가로, 연습 중 부상을 당해 휴직했다가 뒤처지는 느낌에 압박을 받다 사망했다.이 자료에 눈이 머문 까닭은 그날이 내가 인지행동치료를 종료한 지 보름이 흐른 시점이라서였다. 그러니까 나는 해당 사건의 산재여부를 판단할 의사이기 전에, 예술적 열망이 스스로를 어떤 식으로 해하는지 생생히 겪은 한 소설가였다. 주어진 정답 없이 결과를 창조해야 하는 작업은 무한한 선택지 사
새해 첫날, 부산 한 아파트에서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치우던 작업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머리부위를 다친 작업자는 다음날 숨졌다. 새해 첫날부터 사다리로 인한 중대재해가 발생했다.사다리는 2~3미터 수준의 고소작업치고는 낮은 높이에서 주로 쓰인다. 이용이 간편하고, 보관도 용이하니 광범위한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그만큼 친숙한 고소작업 장비다. 최근 5년간 사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노동자는 200명이 넘는다. 한 해 40명꼴로 사다리에서 떨어져 숨졌다. 사망사고가 아니더라도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치는 사고는 수도 없이 많다.2
강원도 평창 용평에 ‘옛날공이메밀국수’가 있다.메밀은 검은색 삼각뿔 모양을 하고 있다. 삼각뿔의 한 가운데에 씨눈(16%)이 들어 있다.씨눈을 둘러싼 씨젖 부분을 '속가루층(내분층)'이라 하는데 1번 가루로 나온다. 흰색이다. 씨젖은 메밀 전체에서 53%를 차지하는데 씨눈과 함께 1번 가루로 빠져나가고 남은 씨젖 부분을 갈아 2번 가루(중층분)를 만든다. 옅은 누런색이다. 마지막이 속껍질가루(12%)인데 3번 가루(표층분)로 나온다. 선도가 좋은 녹색을 띤다. 일본의 소바(=메밀)는 1, 2, 3번 가루를 구분해서 면을 만든다. 우
지난 11일 서울고법이 가습기살균제 사건 피고인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에게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유죄를 선고했다. 공식 사망자만 최소 1천258명이고, 사건이 공론화된 지 1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2018년 유죄가 확정된 옥시의 전 대표는 이미 형기를 마쳤다. ‘내 몸이 증거’라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외침은 ‘뒤늦은 정의’에 허탈하다.한겨레는 다음날 ‘가습기 살균제 SK케미칼·애경 항소심선 유죄’라는 1면 기사에 이어 5면 모두 할애해 ‘내 몸이 증거, 13년 호소 끝에… 모든 가해 기업들
우리나라에서 가장 노조원 비율이 높은 업종과 직업은 무엇일까.지난해 노조에 새로 가입한 노동자는 어떤 직업에 종사할까? 이런 것들이 궁금해도 노조원에 관한 정보를 업종과 직업 수준에서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거의 드물다.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하는 노동조합 조직현황은 상급단체와 조직형태별로 노동조합 현황을 알려준다. 하지만 상급단체들이 어떤 산업과 업종에서 노동자를 얼마나 포괄하는지는 알기는 어렵다.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서 고용형태별 노동자수와 노조 가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산업과 직업은 대분류로
국세 통계에 의하면 ‘거주자의 사업소득 원천징수 신고현황’(2021년)으로 집계된 총인원은 787만8천928명이다. 명칭대로라면 해당 사업체(징수의무자)에 의해 사업소득세(소득의 3.3%)가 원천징수되는 사업소득자의 숫자다. 이들은 2011년(327만7천898명)에 비해 2.4배 늘어났다. 전년대비 83만명이 더해져 연간 증가율(11.9%)도 두 자릿수가 됐다. 이런 추세로 후속 통계가 나오면 ‘3.3 천만시대’ 정도가 기사 제목으로 붙을 것이다. 첫 칼럼의 제목은 근로소득이 아닌 사업소득 관련 숫자다. 이 숫자의 정체를 따져 묻는
노동상담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제가 겪은 일이 직장내 괴롭힘인가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직장내 괴롭힘 문제는 속 시원히 해결되는 사례가 드물어 대답 또한 속 시원하게 하기 힘들고 법의 실효성에 대한 한계를 느낄 때도 많다. 그러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없었다면 직장의 무수한 을들이 자신의 고통에 대해 어떻게 얘기를 꺼낼 수 있었을까. 노동자의 머리 길이가 귀를 덮으면 공장 경비가 바리캉으로 머리카락을 자르던 시절을 지나 내가 사회 초년생이던 시절에 여성은 화장을 안 하면 회사에 출근할 수 없었다. 지금은 어떤가. 외모
2022년 5월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57. 공정하고 사각지대 없는 예술인 지원체계 확립(문체부)”을 위해 “(예술인 복지 안전망 강화)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자 확대, 산재보험 적용 확대, 저소득 취약예술계층 국민연금 지원 강화, 예술인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 주요 추진내용을 밝혔다. 예술인에 대한 지원 확대를 통해 국내 예술시장의 성장 등 예술생태계의 자생력 확보, 안정적인 예술 창작여건 조성과 장애예술인의 제약 없는 예술활동 기회 보장 등 기대효과를 제시했다.산재보험은 원칙적으로 근로자를 대상
판결요지망인에게 업무상 스트레스로 우울증상이 발생·악화했고, 망인은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돼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망인은 2017년 11월25일부터 2018년 6월23일까지 R의원에서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을 처방받아 약 6개월 동안 복용했다. 6개월 동안 원고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나 개인적으로 남긴 글에서 망인이 불안감, 우울감
대상판결 : 창원지방법원 2022구합52919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사건1. 사실관계망인은 2005년 1월17일 증권사에 입사해 그때부터 2008년 3월23일까지는 A지점, 2008년 3월24일부터 2017년 12월17일까지는 B지점, 2017년 12월18일부터는 C지점에서 근무하다가 2018년 7월3일 오전 주거지 방에서 목을 맨 상태로 발견돼, 배우자가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같은 날 오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사망했다.원고(망인의 배우자)는 망인이 영업실적에 대한 압박을 받아왔고, 2017년 12월18일 소속 지점 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의식이 있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 한 해 동안 잘한 일과 내년에 할 일을 고민해 종이에 적고 이야기를 나눈다. ‘올해도 수고했다’고 서로 응원하고 ‘내년에도 즐겁게 지내자’고 다짐한다. 이 모임을 하고 나야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오는 기분을 맞이한다.올해의 다짐 열 가지에도 아이 생각은 없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20대 초부터 내 꿈은 아이 셋이었다. 복작복작하게 다섯 식구와 내 방 하나 없이 지내다 혼자 독립해 사니까 쓸쓸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온 그대로 불이 꺼진 집에 돌아갔다. 아무 영상이나 틀지 않으면
1월17일 수요일중앙노동위원회 한국노총 전국연대노동조합-에이치에프파트너스 주식회사(쟁의조정) 오후 2시, 주식회사 알펜시아(부당해고) 오후 2시30분, 주식회사 지성이엔지(부당해고) 오후 3시30분, 주식회사 덴탈비서(부당해고) 오후 4시30분서울지방노동위원회 티웨이항공노동조합-주식회사 티웨이항공(쟁의조정) 오전 10시, 주식회사 이패스씨앤아이(부당해고) 오후 2시, 더 피움 필라테스 정릉점(부당해고) 오후 3시, 주식회사 비앤비(부당해고) 오후 4시 1월18일 목요일중앙노동위원회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롯데카드 주식회사(쟁의조정
요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에 대한 문의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한 각 사업장에 시정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공권력 행사의 명분은 “법치확립”이다. 이성희 노동부 차관은 “노사법치”를 강조하면서, 노사합의로 작성한 단체협약일지라도 형식적으로 노동부 고시보다 면제 한도를 높게 잡기만 하면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저해하는 불법행위”라고 선언한 바 있다.기계적으로 해석하면 노동부의 말이 맞다. 노조법 24조4항 문언상 노동부 고시에서 정한 근로
1.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휴대폰에 문자메시지가 들어와 있었다. 연차휴가였는데 판결 결과를 알아보러 사무실에 연락하려던 참이었다. 문자메시지를 읽고서 안도했다. 혹시나 했는데 다행이다. 1심 판결을 기다릴 때보다 더 긴장이 됐다. 사측이 1심에서 하지 않은 주장까지 추가해 다툰 터라 도대체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가 제대로 인정할지 걱정이었다. 소송대리인인 내가 이랬으니 당사자들은 오죽했을까. 피고 사측 준비서면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 나는 원고 대표 임○○에게 이러 저런 증거 자료를 수시로 요청했는데 그는 대표로서
“그 사업장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되는 곳이 아닌가요?”지난해 여름 한 근로자위원이 중앙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출석한 사용자측에 한 질문이다.기간제법은 기본적으로 5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된다. 5명 미만 사업장 쟁점이 있는 사건도 아니었는데, 왜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사건의 내용은 이렇다. 사업장에서 기간제로 고용돼 근로를 제공한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은 2022년 12월31일 사용자에게 기간제 근로계악 만료를 통보받기 전 2020년 7월1일
전설(legend)의 사전적 의미는 옛날부터 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다. 요즘엔 어떤 일이나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이나 성과를 냈을 경우 오랫동안 그 사람을 기념하기 위해 전설이라 부른다. 한국축구의 전설 차범근, 한국야구의 전설 선동렬, 한국영화의 전설 신성일 등이 대표적이다. 전설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싸움의 전설이다. 혼자 17명과 싸워서 이겼다는 내용이지만 ‘뻥(허풍)’이 다분하다.윤석열 정부에서도 전설이라고 부를 일이 생겼다. 물론 싸움은 아니다. 17명보다 280배 많은 4천829대 1의 전설이다. 경찰이 역대급 특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무리한 부동산 개발사업을 하다가 채무상환을 하지 못하게 된 탓이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매우 화가 나고 가슴이 아팠다. 태영건설이 대주주로서 추진한 부동산 개발사업으로 마을과 땅을 빼앗긴 사람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충북 진천군 이월면 사당리에 있는 관지미 마을 주민들은 지난해에 살던 마을을 떠나야 했다. 태영건설이 ‘진천테크노폴리스’라는 산업단지를 추진하면서 마을이 통째로 산업단지 부지에 편입됐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민간기업이 추진하는 산업단지에도 토지강제수용권을 부여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