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베테랑 정비사들이 신뢰로 모시겠습니다. 고객 등쳐 먹는 카센터 말고, 쌍용차 해고자들의 희망의 삶터인 이곳 한성카센터로 오세요.” 지난 16일 저녁 서울 구로동 506-4번지. 쌍용차 구로정비사업소 해고자 10명이 1천만원씩 출자해 인수한 카센터 개업식이 한창이다. 돼지머리와 떡과 술이 한 상 차려졌다. 따로 선전을 하지 않았
15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삼성 나노시티 기흥캠퍼스). 외신을 포함해 9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삼성측이 고 박지연씨 등 노동자들의 잇단 백혈병 발병으로 비난이 높아지자 이날 반도체 공정을 공개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7조에 편성된 기자는 이날 오후 12시40분께 5라인으로 들어갔다. 먼저 탈의실에서 방진복으로 갈아입었다
김하민(31·남)씨는 스리랑카인이다. 오똑한 콧날에, 큼지막하고 새까만 눈과 눈동자, 까무잡잡한 피부까지 영락없다. 그런데 그는 한국인이다. 한국이 좋아 어학연수를 받았고 그 와중에 만난 지금의 아내와 3년 전에 결혼했다. 6월이면 첫째 아이를 얻는다. 김씨는 의정부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의정부센터)에서 상담과 통역을 한다. 그가 상대하는 이들은 스리랑
컨베이어 벨트 속도가 다소 늦춰지면서 빠른 손놀림도 덩달아 느려졌다. 낯선 이들의 출현이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작업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잠시 한숨을 돌린다. 기자들이 현장에 들어서니 현장 관리자도 신경이 쓰였는지 컨베이어 벨트 속도를 다소 늦췄다. 그래도 컨베이어 벨트는 쉼 없이 돌아간다. 움직이던 손놀림도 멈출 수는 없었다. 제조업 공장 얘기가 아니다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시민생활복지과 민혜숙입니다." 7년차 의료급여관리사 민혜숙(44)씨의 오전 업무는 여느 사무직 공무원들과 다를 바 없다. 민씨는 수북한 공문철과 서류더미 속에 앉아 의학영어로 쓰여진 초진 차트 등을 보며 하루를 시작했다. 그는 방문간호사에서 메신저를 거쳐 형사가 됐다가 다시 행정업무로 돌아오는 등 멀티플레이어로 활동했다.
사방이 어둠에 휩싸인 공장 안. 촛불을 켜고 홀로 앉아 책을 읽는 노동자의 모습은 어째 좀 생경하다. 생전 책 한 번 제대로 읽어 본 적이 없다는 이병철(43)씨. 그는 요즘 손에 잡히는 대로 책을 읽고 있다. 책 읽기에 서툰 이씨는 장르를 따지지 않는다. 전날 ‘세계사’ 교과서를 읽으며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헤집더니, 오늘은 ‘어머니의 힘’이라는 처세서에
최근 1~2년 새 서울에서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장소를 찾으라면, 전철역을 꼽을 수 있다. 우선 지난해 7월부터 노란색 승차권이 자취를 감췄다. 역무원 대신 무인발권기가 승객을 상대한다. 폐쇄된 역무실(매표실)은 편의점이나 화장품 체인점 같은 상가로 화려하게 변신 중이다. 뿐만 아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직원들은 요즘 장안의 화제라는 ‘스마트폰’을 하나
새해 연휴가 끝나자마자 기록적인 폭설이 서울을 삼켰다. 무릎까지 쌓인 눈길 위에 버스와 자가용들이 뒤엉킨 채 멈춰 섰다. 도로는 기능을 잃었고, 서울은 마비 상태에 놓였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6일. 꽁꽁 얼어붙은 날씨 탓에 쌓인 눈은 녹지 않았지만 도로는 빠르게 제 모습을 찾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눈과의 전쟁’을 벌인 서울시 도로보수원들이 있었
"뭡니까?", "그래픽입니다" 지난 11일 오전 7시 인천 김포시 아파트신축공사장 앞. 페인트 등 공구를 트럭에 싣고 달려온 손정익(52)씨는 공사장 입구를 막는 경비를 향해 이같이 외쳤다. 손씨는 아파트 등 고층건물 외벽에 숫자·상호 등의 글씨와 그림을 그리는 '슈퍼 그래픽 도장공'이다. 슈퍼 그래픽 도장이란 건물 표면에 색채와 조형언어로 이미지를 개
“손을 번쩍 들어주세요. 조장이 됐으면 하는 분을 향해 정중하게 손을 내밀어 주세요. 자, 그럼 조장의 사회로 토론을 시작하십시오.” 들려진 손들이 일제히 누군가를 가리키며 내려갔다. 서로를 마음에 품은 남녀가 처음으로 속내를 확인한 것 마냥 사람들의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자신이 가리켰던 사람이 조장이 됐고, 또 누군가는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기도 했
쌍용차 파업참가 노동자가 프로 마술사로부터‘카드 마술’을 배우고 있다. 사진제공=노동건강연대 “여기 석장의 카드가 있습니다. 가운데 카드는 스페이드Q 카드군요. 자 그럼 앞에 계신 분이 가운데 카드를 뽑아서 관객들에게 보여주세요.” 관객들의 눈앞에 나타난 카드는 당연히 스페이드Q가 아니다. 카드는 하트에이스로 바뀌어 있었다. “어라?”,
“부모가 거동이 불편하시면 간호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렇다고 요양시설에 맡기기도 힘들죠. 부모를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현실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이 도입되고 나서 사회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지난해 7월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어느덧 1년을 훌쩍 넘어섰다. 아직은 우리에게는 낯선 노인장기요양보험. 하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합니다. 그것이 자본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노동의 위기에서 파생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올해는 경제위기 한파가 일자리를 끊임없이 위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는 노동운동의 위기를 극복하는 해법이 ‘현장’에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감정원 종합상황실 회의실. 김주현
지난달 30일 오전 8시, 관세청 인천본부 제2지정장치장. 공식업무가 시작하려면 1시간이나 남았지만 인천세관 별관에 위치한 이사화물팀 민원실은 두터운 서류뭉치를 들고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해외에서 살다가 국내로 들어오는 주재원과 유학생·이민자들의 이삿짐은 이곳을 거친다. 세관에서는 1년 이상 해외에 주재했던 이들의 이삿짐 가운데 귀금속이나 외제차를
국정감사는 전쟁이다. 방어하려는 정부와 공격하는 국회의원이 곳곳에서 부딪힌다. 그래서 국정감사장은 전쟁터다. 방어 진지는 너무 견고해서 누가 어떤 무기를 가지고 공격하느냐에 따라 승패에 달라진다. 퇴로를 차단하고 허를 찌르는 전술 또한 중요하다. 탁월한 무기가 없다면 '총탄'이라도 많이 준비해야 한다. 물량공세로 적장을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
미디어에 투영된 ‘오토바이’에 대한 이미지는 대개 부정적인 것이다. 폭주족이나 건달, 그도 아니면 겉멋만 잔뜩 든 재벌 2세는 어김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다. 하지만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바이크족의 절대 다수가 재래시장 상인이나 배달업 종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실 속 오토바이는 부나 과시욕의 상징이 아닌 생계형 교통수단이다. 지난해 말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급증하면서 온 나라가 비상이다.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최근 신종플루 감염 사망자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신종플루를 계기로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의 지침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공병원에 시설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더라도 신종플루 확산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주장도 많다. 가 지난 10일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 내려면 민간교류를 확대해야 합니다. 점진적으로 개방을 유도해야지요. 개방을 압박하면 오히려 갈등만 유발할 수 있어요.” “한반도의 통일은 동독과 서독의 사례를 잘 검토해 추진해야 합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엄청난 통일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4일 밤 10시 울릉도 해변가
지역 노사민정 협력으로 탄생한 최초의 맞춤형 직업훈련학교. 전남 광양시에 위치한 광양만권HRD센터(이사장 김재무)를 설명하는 말이다. 지난달 10일 개원한 광양만권HRD센터는 조선과 철강산업이 발달한 지역의 실정에 맞춰 노사민정이 기획하고 재원을 모아 만든 전국 최초의 지역 일자리 창출 모델이다. 가 지난달 15일 광양만권HRD센터를 찾은 이
ⓒ 매일노동뉴스 부산지하철노조(위원장 김태진)의 파업이 5일째로 접어든 1일 오전 8시 부산시청 앞. 부산지하철 노동자들이 피켓을 들고 출근하는 공무원들을 맞고 있다. 통근버스에서 우르르 공무원들이 내릴 때마다 이종민(42) 노조 기술지부 조합원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부산지하철노조의 파업으로 공무원들 업무가 배로 늘었어요. 부산시와 부산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