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청년유니온은 출범하면서 “책임을 다하는 노동조합, 새롭게 답하는 청년유니온”을 선언했다. ‘공정담론’처럼 격차와 불평등의 세계가 너무나도 정상적인 것처럼 이야기되는 왜곡된 담론 속 청년유니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소명했다. 미래와 노후에 대한 두려움 속에 있는 지금의 동료시민들에게, 더 나은 삶을 상상하고 꿈꾸기 위해서는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는 지역의 청년들에게 우리는 부동산과 주식 그리고 코인 투기에 나서며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은 답이 없다’는 무책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불평등과 차별,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경기도 연천군수가 지난 8일 조선일보 14면에 등장해 “지하철 뚫리면 발전 속도 낼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1980년대 인구 7만명에 달했던 연천군은 지금 4만1천명까지 줄었다. 동두천 소요산역까지 운영하던 지하철 1호선이 지난 16일부터 20킬로미터를 더 연장해 연천까지 들어갔다.아무리 지하철 개통을 앞둔 홍보성 인터뷰라지만 지하철 뚫리면 연천군이 발전한다는 단체장 발언은 답답하다. 지하철은 연천군민을 서울로 빨아들이는 빨대일 뿐이다. 결국 연천군은 서울 사람을 위한 새로운 베드타운이 되고 만다. 덕
비정규직 규모와 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원자료가 지난달 말 공개됐다. 공개 직후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통계를 분석하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와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각각 분석 보고서를 냈다.통계청이 지난 10월에 발표한 비정규직 비율은 37.0%다. 지난해(37.5%)에 비해 0.5%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비정규노동센터와 노동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비정규직 비율은 각각 41.0%, 41.3%였다. 역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0.1%포인트 감소했다.정부와 노동계의 비정규직 통계에서 가장 큰 차이는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
본지 2023년 12월11일자 14면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 부당징계 논란” 기사에서 카라 사측은 11월10일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기에 바로잡습니다.
서울시 통합 노동권익센터의 민간위탁 우선협상 대상자 결과가 지난 14일 발표됐다. 필자가 속한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순위로 밀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서울시감정노동종사자권리보호센터와 함께했던 시간을 올해 말로 마무리하게 됐다. 그리고 12월 19일 서울노동권익센터는 지난 10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평가하는 정기토론회를 진행했고, 필자도 참여하면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 양극화는 심화했다. 수원, 전주, 울산, 대전, 청주, 서울, 안산 등 전국 곳곳에서 비정규직
지난 가을 서울교통공사노조가 받은 집회신고 부분금지통고 처분에 대한 총 3건의 집행정지 신청을 진행하며 세 명의 판사들을 만났다.첫 번째 집행정지 사건에서 노조는 서울남대문경찰서에 대한문 앞 인도 및 하위 4개 차로에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집회신고를 했고, 남대문경찰서는 신고 당일 오전 7시부터 오전 10시에 대해 집회금지 통고를 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2조에 따라 주요 도로에서 하는 집회이므로 출근 시간에 심각한 교통불편을 발생시킬 우려가 명백하다고 판단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집회가 최소한 오
보건복지부가 ‘고립·은둔 청년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에 대한 정의는 연구마다 다르나,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는 고립 청년을 ‘도움을 구할 사람이 없는 정서적 고립 상태 또는 대면교류가 적거나 없는 물리적 고립 상태에 있는 청년’으로 정의한다. ‘2022년 청년의 삶 실태조사’와 통계청 사회조사를 통해 분석된 위기 징후를 보인 청년 비율은 5%다. 전체 청년 규모에 적용하면 54만명으로 추산된다.정부는 고립 상태에 놓인 청년의 문제를 방치할 경우 이들의 경제활동 포기로 인한 손실과 복지
1. “비정규직 규모가 줄고 차별이 개선되던 흐름이 윤석열 정부에서 뚝 멈췄다. 아니 거꾸로 가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12월18일자 ‘윤석열 정부에서 나빠지는 비정규직의 삶’이라는 제목의 기사 첫머리를 이렇게 썼다. 지난 대선에서 특별히 노동존중을 내세운 것도 아니고, 집권 노동존중 정책을 하겠다고 권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당연한 내용을 새삼스럽게 뉴스로 썼다고 생각하면서 나는 무덤덤하게 읽었다. 기사는 17일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발간한 ‘비정규직 실태의 중장기적 변화 분석: 2001~2023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2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가 끝났다. 국제회의가 끝나면 으레 그렇듯 여기저기서 성과와 한계에 대해 분석했다. COP28 결과는 완전한 실패로 평가한다.COP28 성과로 평가할 만한 것은 세 가지다. ① ‘손실과 피해 기금’이 조성됐다 ② 재생에너지 설비를 3배 늘리기로 합의했다. ③ COP 합의문 중 최초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명기했다.성과를 자세히 풀이해보자. ‘손실과 피해 기금’ 조성은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피해에 대해 선진국들이 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것이다. 전체 협약
친한 동기의 퇴사를 축하하며 술 한 잔 기울이던 어느 저녁, 핸드폰 진동이 느껴졌다. 별생각 없이 핸드폰을 열었다가 보게 된 부고 메시지. 나도 모르게 ‘헉’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놀란 나를 보며 동기들은 무슨 일이냐는 눈빛을 보냈고, 나는 그들에게 대답했다.‘김민아 노무사님 돌아가셨대…’처음 노무사님을 뵀던 게 언제였을까?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나의 기억으로는 2017~2018년쯤 국회 토론회다. 노무사님은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책자를 나눠주고 계셨는데, 많은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편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에서 어딘지 모르
본지 2023년 12월18일자 14면 “‘단협 해지 통보’ 유령 배회하는 건설현장” 기사에서 서울·경기·인천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지 않았기에 바로잡습니다.
최근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일하던 원·하청 노동자 4명이 비소 중독 진단을 받고, 이 중 1명이 사망했다. 사실관계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① 영풍 석포제련소 노동자 투입↓② 비소 급성중독↓③ 사망자와 환자 발생①③은 논란의 여지가 없으므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②다. 어쩌다 비소 급성중독 사고가 발생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히 제련소에서 비소가스를 발생시키는 원인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쓰였는지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세 번째 사연은 ‘침묵의 살인자’ 비소에 관한 이야기다.사약의 원료 비소, 가스형태
단테의 에서 단테는 지옥의 문밖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에 대해 묻는 단테에게, 지옥의 길을 안내해주던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치욕도 명예도 없이 살았던 슬픈 영혼들이 이 비참한 길을 간다. 그들은 신에게 충성하지도 반항하지도 않고 거리를 두었던 비겁의 천사들과 이제 함께한다. 천국은 그 아름다움에 누가 될까 그들을 쫓아냈다. 깊은 지옥도, 죄인들이 그들을 보고 영광을 얻을 수 없도록, 그들을 들여보내기를 거부했다(단테 알리기에리 제3악장).”‘지옥의 가장 암울한 자리는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CSDDD)’에 지난 14일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와 유럽의회에서 합의했다. 지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유럽의회의 제안으로 2022년 2월 개시됐다. 이번 합의 의미에 대해 국제사회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첫째, 기업 실사(due diligence)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 대표의 역할이 강화됐다. 합의는 실사 전략과 실사 계획을 수립·실행하는 데 노동조
박정희 정권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선제를 중심으로 한 유신개헌으로 유신체제를 구축했다. 유신체제에서 박정희 정권은 고문, 폭력, 살인 등의 방법으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도 보호받을 수 없을 만큼 억압·통제적 정책을 자행했다. 머리 길이와 치마 길이를 국가가 제한하는 등 인간의 자유를 철저하게 탄압하고 통제했다.1970년대의 한국경제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이라는 전략 속에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양적 측면만 성장했을 뿐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또 비극이다. 이번엔 78살 이모와 50대 조카다. 전남 순천시 행동의 한 빌라에 살던 78살 여성 강아무개씨가 지난 7일 자신이 돌보던 50대 중증 장애인 조카 선아무개씨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조카 선 씨도 며칠 동안 못 먹어 탈진했다.이 집은 20일 이상 외부와 단절됐다. 조카 선씨는 지적 능력이 3~4세인 지적장애 1급이었다. 혼자 움직이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순천시는 지난달 27일 숨진 강 할머니 집에 지원물품인 쌀을 가져갔다가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 앞에 놓고 왔다.강 할머니는 조카가 3살 무렵부터 보
올 한 해 내가 일터에서 겪었던 가장 큰 위기는 고용불안이었다. 내가 일하는 상담소는 한국노총이 고용노동부에서 국고를 전액 보조받아 운영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발하며 노정 간 대립은 격화했고, 정부는 노동계를 길들이기 위한 카드로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을 꺼내 들었다.일터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국노총은 조합비로 우리들의 임금을 책임지고 있다. 부족하지만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계층을 위한 법률상담 서비스도 계속하고 있다. 120만명의 조합원이 마음을 모아 계속하라고 격려해 줬기에 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의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히던 날, 국무총리는 “노조법 개정안은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등 건강한 노사관계를 저해하고,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며,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헌법이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가 노조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했지만, 단체교섭이 활성화되고 노동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상담을 하다 보면 업무부담에 관한 설명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정작 옅은 탄식이 나오는 지점은 따로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가 그렇다. 업무부담이 발병이나 질병의 악화에 미친 영향이 어떤지에 집중할 사안인데도, 개인이 가진 기저질환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업무관련성이 부정돼 지난한 다툼의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탓이다.애초에 과로가 문제가 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온 노동자들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도 패키지 상품처럼
12월18일은 23번째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충남노동권익센터는 이날을 즈음하여 지역 이주민의 노동생애를 톺아보는 책자를 발간한다. 충남에는 2021년 기준, 12만4천492명의 이주민이 살아가고 있다. 총인구 대비 이주민의 비율은 5.72%로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정부 통계에서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민들 존재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이주민들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통계 너머, 숫자 너머 이들의 일과 삶은 어떤 모습일까. 센터는 13명의 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