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은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재집권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영구집권을 위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통한 간선제를 중심으로 한 유신개헌으로 유신체제를 구축했다. 유신체제에서 박정희 정권은 고문, 폭력, 살인 등의 방법으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존엄성마저도 보호받을 수 없을 만큼 억압·통제적 정책을 자행했다. 머리 길이와 치마 길이를 국가가 제한하는 등 인간의 자유를 철저하게 탄압하고 통제했다.1970년대의 한국경제는 중화학공업의 육성이라는 전략 속에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그러나 양적 측면만 성장했을 뿐 ‘자유로서의 발전’이라는
또 비극이다. 이번엔 78살 이모와 50대 조카다. 전남 순천시 행동의 한 빌라에 살던 78살 여성 강아무개씨가 지난 7일 자신이 돌보던 50대 중증 장애인 조카 선아무개씨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발견된 조카 선 씨도 며칠 동안 못 먹어 탈진했다.이 집은 20일 이상 외부와 단절됐다. 조카 선씨는 지적 능력이 3~4세인 지적장애 1급이었다. 혼자 움직이거나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다. 순천시는 지난달 27일 숨진 강 할머니 집에 지원물품인 쌀을 가져갔다가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 앞에 놓고 왔다.강 할머니는 조카가 3살 무렵부터 보
올 한 해 내가 일터에서 겪었던 가장 큰 위기는 고용불안이었다. 내가 일하는 상담소는 한국노총이 고용노동부에서 국고를 전액 보조받아 운영한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에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발하며 노정 간 대립은 격화했고, 정부는 노동계를 길들이기 위한 카드로 국고보조금 지원 중단을 꺼내 들었다.일터가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한국노총은 조합비로 우리들의 임금을 책임지고 있다. 부족하지만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취약 노동계층을 위한 법률상담 서비스도 계속하고 있다. 120만명의 조합원이 마음을 모아 계속하라고 격려해 줬기에 가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의 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결국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히던 날, 국무총리는 “노조법 개정안은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등 건강한 노사관계를 저해하고,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초래하며,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헌법이 노동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가 노조법 개정을 지속적으로 권고했지만, 단체교섭이 활성화되고 노동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한 산재 상담을 하다 보면 업무부담에 관한 설명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정작 옅은 탄식이 나오는 지점은 따로 있다.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만성질환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가 그렇다. 업무부담이 발병이나 질병의 악화에 미친 영향이 어떤지에 집중할 사안인데도, 개인이 가진 기저질환이 원인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업무관련성이 부정돼 지난한 다툼의 수렁으로 빠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인 탓이다.애초에 과로가 문제가 될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 온 노동자들은 고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도 패키지 상품처럼
12월18일은 23번째 세계 이주민의 날이다. 충남노동권익센터는 이날을 즈음하여 지역 이주민의 노동생애를 톺아보는 책자를 발간한다. 충남에는 2021년 기준, 12만4천492명의 이주민이 살아가고 있다. 총인구 대비 이주민의 비율은 5.72%로 전국 1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다. 정부 통계에서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미등록 이주민들 존재를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은 수의 이주민들이 지역사회 곳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통계 너머, 숫자 너머 이들의 일과 삶은 어떤 모습일까. 센터는 13명의 지역 이주노동자들을 만나
노사발전재단은 한국노총이 제안하고 경총과 정부가 동의하면서 2007년 4월 만들어졌다.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 6조는 ‘국가는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노동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 공동으로 설립한 노사발전재단이 노사 주도의 자율적 상생의 노사관계 발전을 도모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재단은 노사정 삼자주의로 설립된 기관이자,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결과물이다. ‘노사발전재단’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가 상호 발전하자는 의미가 크다.노사발전재단이 만들어질 당시 사회적 대화 주체들은 노사가
1. 윤석열 정부가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3일 정부와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참여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다음달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명 이상 50명 미만 기업까지 확대 적용될 예정이던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 기준 규정을 2년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2021년 1월26일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1년 뒤인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건설노조와 언론노조 그리고 여러 무수한 현장에서 노동자의 권익을 대리하고 2018년 노동교육센터 ‘늘봄’을 설립해 노동교육 활동에 헌신해 온 김민아 공인노무사.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노노모) 전 사무국장인 김민아 노무사가 지난 12월7일 44세의 젊은 나이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12월9일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추도식이 있었고, 12월10일 고양의 일산공감수목장에서 마지막 작별을 고했습니다.맑고, 밝은 목소리에 누구에게나 에너지를 주는 작은 거인, 김민아 노무사의 마지막 가는 길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습니다.
2023년이 어느덧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2023년엔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한국 사회의 노동권을 둘러싼 일들도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았다. 그중에서 지난주에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은 당연한 것을 인정받지 못한, 앞으로의 과제를 남겨 준 사건이기에 많은 비판과 논평 속에 한마디를 더 얹어 두고자 한다.대법원은 지난 7일 고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5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중
로스 다우서트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는 지난 2일 ‘한국은 소멸하는 국가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한국 인구가 흑사병 창궐로 인구가 급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 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썼다. “한국의 합계출산율 올해 3분기에는 0.7명” “이 수준의 출산율을 유지하는 국가는 한 세대를 구성하는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줄게 된다” “2060년 말까지 인구가 3천500만명 아래로 급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0.98, 2019년 0.92, 2020년 0.84, 2021년
그깟 손가락 그림그 손가락 모양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많다. 이들은 11월26일 게임업계에서 시작된 손가락 논란도 모른다. 그런데 관련 게임업체 이해관계자와 페미 논쟁에 예민한 사람들은 그것이 지금 세계의 전부인 것처럼 격하다. “관심 없다”며 손가락을 둘러싼 호들갑을 단번에 패대기치는 쿨한 이도 적지 않다.남성을 조롱한 여성이 사용한 손가락 모양은 취하기 쉬운 동작이다. 인터넷을 뒤져 보면 그림자놀이, 광고, 사물을 집는 그림, 크기를 표현한 동작을 찍은 사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누구든 그런 모양을 취할 수 있
다치지 않고 일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대부분 방호장치 설치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굉장히 많은 산업재해 언론보도에서 방호장치 문제를 가장 많이 제기하고 있는 데다, 방호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거나, 설치했더라도 관리가 안 돼 오작동으로 재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하지만 방호장치 하나 설치한다 해도 재해예방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 설비 개조·개선은 안전보건조치의 절반일 뿐이다. 나머지 절반을 채우려면 안전작업지침과 안전작업절차서-표준작업절차서(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가 필요
대학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한국사를 배워 역사전문가처럼 활약하다가 여러 논란 끝에 시들해진 설아무개 스타강사. 그가 한창 잘나가던 때에 내가 일하던 신문사에서 그에게 강연을 요청하니 “저, 한 시간에 2천만원 이하론 안 되는 거 아시죠?”라고 말했단다. 속으로 ‘이 사람 돈독이 올랐군’하며 접었다고 한다.그가 TV에 나오면 늘 불안했다. 역사 속 사건은 대부분 복잡한 여러 원인에서 출발하는데, 너무 단순화시켜 위험했다. 입시학원 일타강사 출신인 그에겐 단순화가 큰 무기였으리라. TV 매체도 복잡한 걸 싫어한다. 그래서 T
‘정상’의 이름을 가장하고 있던 전통적 경제, 사회, 문화, 노동의 해체를 경험하며 사회·경제·문화적 약자로서 청년이 등장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청년을 사회를 이끌어가는 트렌드 또는 브랜드로 상징하거나 기존의 사회와 부조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규정하며 열정을 요구하거나 해석의 대상으로 타자화하는 담론이다. 이런 호명은 지금 ‘MZ 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당사자 참여전략’ 그리고 ‘청년의 문제는 청년이 가장 잘 안다’는 슬로건은 청년단체에 청년문제의 해결은 청년의 삶을 가장 잘 아는 당사자인 청년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이 글을 쓰고 있는데, 단식 35일째인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지부장이 결국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디 지부장의 건강이 많이 상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35일 동안 곡기를 끊은 채 싸우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감히 짐작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그 마음의 절실함을 조금은 알 수 있다. 헤드셋을 놓고 파업하는 것 외에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할 힘이 없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가 건강보험공단에 더 잘 들리게 하고자 농성을 하고 곡기를 끊었다. 이 노동자들의 요구는 ‘단 한 명도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건강보험공단은 노
법률원에 들어와 8년 넘는 기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노동조합을 자문하며 때로는 사건을 진행하며 여러 통로로 만나 왔다. 그 과정에서 개인으로 혹은 노동조합과 집단으로 만나기도 했다. 가능하면 법률 규정을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나의 의견이 사용자 앞에서 쓸 무기가 된다면 했다. 다만 법률 규정에 얽매여 투쟁이 뒤로 밀리는 일은 늘 경계했다.올해 초로 기억한다.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 4명이 한꺼번에 보직해임된 사건을 맡게 됐다. 당시 노조는 이기는 싸움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말은 내내 귀에 맴돌았다. 보직해임된 이유는 평가 점수가
칼럼 중 ‘홍명교의 가까이 또는 멀리’를 다시 한번 읽다 문득 깨달았다. 이 글도 나처럼 4주 간격이잖아!운 좋게 지면을 얻으며 감사한 경험이 많았다. 활자의 힘을 실감했다. 보람도 있지만 그만큼 버거워졌다. 그래서 4주보다 길게 마감 간격을 늘려 달라 몇 번 읍소했으나 매번 교섭에 실패했다. 편집국장님은 1~2주 간격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절대 불가”라고 했다. 근데 지금 보니 4주 간격 기고자가 제법 있다. 뭔가 묘하게 속은 느낌이다.혹시 나는 노조를 경험하지 못해 교섭에 매번 실패할까. 일상의 사소한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한국의 자살사망자는 1만2천906명으로 전년보다 3.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최저치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연령표준화 자살률(OECD 표준인구 10만명당)을 비교하면 한국은 22.6명으로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 자살률 10.6명의 두 배가 넘는다.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자살사망자는 1만2천727명이다. 경찰청 통계는 경찰의 변사사건 조사에 따른 것으로 군인 자살은 제외돼 통계청 자료와 차이가 난다. 경찰조사 결과에 따
1. 예상대로였다. 그래서 놀라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일명 노란봉투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공포하지 않고, 거부권을 행사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유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이날 임시국무회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모두발언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해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크게 저해할 뿐만 아니라, 산업현장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