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은 1990년대부터 식자재 납품 일을 했다. 병원과 학교가 주요 고객이었다. 지금처럼 학교가 무상급식을 하기 전이었다. 당시엔 위탁 급식을 실시했는데 동생은 학교장 등살에 힘들어했다. 언론에는 이따금 식자재 납품 비리가 오르내렸다. 결국 동생도 20년 가까이 운영하던 사업을 접고 자격증을 따 지금은 10년차 일식 요리사로 일한다.민주노동당이 2000년대 초 무상급식을 처음 들고 나왔을 때 거대 양당과 주류 언론은 정신 나간 소리라고 했다. 비리의 온상이었던 위탁급식을 없애자고 가장 큰 목소리로 외친 것도 진보정당이었다.이들의 노
지난 주말 미국에서 열리는 초대형 팝 뮤직 페스티벌인 코첼라 페스티벌이 생중계됐다. 공식 명칭은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로 지난해 헤드라이너(대표 출연자)로 한국 아이돌 그룹인 블랙핑크가 초청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전 세계 최대의 상업 축제 중 하나로 평가되며 일반 입장료 가격이 499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코첼라는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공연을 생중계해 먼 거리에 있는 이들도 함께 페스티벌을 즐길 수 있다.물론 재미와 몰입도 면에서 직접 현장에서 콘서트를 감상하는 일과 비교할 수 없지만, 물리적 거리와 비용을
총선이 야권 압승으로 끝났다. 민주노총과 노동운동 내부는 정권심판은 환영하지만 진보정치 미래를 떠올리면 속내가 복잡하다.민주노총은 논란 속에 의미있는 총선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결국 비례위성정당을 통한 연합노선, 녹색정의당과 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독자노선으로 나누어 각자도생 선거투쟁을 진행했다. 그 결과는 아는 바 그대로다. 이미 민주노총 단일 선거방침이 무용지물된 지 오래된 마당에 총선 평가를 같이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내년 민주노총 3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지난 1세대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을 돌아보고 2세대 노동자 정치
“유도리 있게 일해라” 모두가 한 번씩 들어본 말일터다. 유도리는 일본어로 ‘(시간·금전 여력 등의) 여유’를 뜻하는 말이다. 일터에선 쓰임이 조금 다르다. 업종에 따라 사람을 대하는 ‘융통성’일수도 있고, 건설·제조업종에서는 미세한 오차라도 큰 문제가 나지 않을 것이니 ‘넘어가자’는 의미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일터에서 ‘유도리’ 있는 업무수행은 미덕으로 받아들여지곤 한다.놀랍게도 원칙과 절차가 중요한 안전관리 업무도 예외가 아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 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뿐 아니라 80여 가지의 안전보건 관련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야당이 다수 의석을 가졌지만 22대 국회에서 불안정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입법이 이루어질지는 알 수 없다. 21대 국회도 야당이 다수의석이었지만 대통령 거부권으로 무산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제외하고 의미 있는 노동 입법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그런데 노동조합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의 경우 제도의 변화만으로도 권리가 조금은 진전되기도 하며, 제도를 바꿈으로써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투쟁하는 데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노동법제를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일은 필요하고, 노동자들
22대 총선이 끝났다. 총선 다음날 공교롭게도 경기지역 단위노조 대표자들을 상대로 2024년 노동 정세와 노동조합의 대응 방향을 주제로 강의를 했다. 총선 다음날이라 화제는 자연스레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참패한 총선 결과를 두고 노동현장에서 표출된 민심에 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총선에서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모인 지점은 불공정한 국정운영 방식이었다. 해병대 병사의 순직에 책임이 있는 피의자인 전 국방부 장관을 도피성 출국시킨 행위나 배우자 범죄 의혹에 관대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태도를 두고 대다수 국민이 분노의 투표를
건설기능인의 직업전망을 제시하고자 3년 전에 도입된 건설근로자 기능등급제에 대한 당사자의 참여가 저조하다. 문제의 핵심은 기능등급의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황에 대한 잘못된 진단으로 제도의 불씨가 꺼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크다.사람 대접의 기본 ‘경력 입증’, 비정규직은 소외필자는 약 30여년간 건설노동자를 연구하고 있다. 초기에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건설노동자는 사람 대접을 못 받는다”는 것이었다. 지위나 임금, 그리고 사회복지 등 제도적으로 대접받으려면 ‘그 사람이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A의 마지막 출근일이 결정됐다. A는 위로할 일이라 했지만, 나는 축하 케이크를 사오겠다고 했다. 다시 취업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을 때까지는 매일 불안하고 막막하겠지만, 그래도 A의 퇴직은 본인이 더 행복할 수 있는 일상을 선택하겠다는 의미이니 하루 정도는 그간의 고생을 알아주고 미래를 축하하는 날로 함께 보내고 싶다.A가 의원면직(공무원 자진 퇴직)을 결정할 때까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주변에서는 ‘더 노력해 봐’라고 하고, 본인은 ‘후회할까 봐’ 망설였다. 공무원으로 일한 경력이 새로 취업할 때 도움이 될지 하는 걱정, 새로
부천은 경기도에서도 면적이 그리 넓지 않은 도시다. 그러나 80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일과 생활을 하는 도시다. 서울과 인천의 경계에 있는 만큼 도시를 넘나들며 일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름을 알만한 대기업은 많지 않지만, 규모가 작은 사업장도 전국 그 어느 곳 못지않게 많다. 50명 미만이 전체 사업장의 99.2%를 차지한다.자본이 취약하니 복지제도는 사실상 전무하다. 시급으로 계산되는 임금은 최저임금을 넘는 경우를 찾기 어렵고, 그렇게 길게 일하지 않으면 생활을 할 수 없기에 노동시간도 길다. 잘리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것에 만
2024년 4월 총선 결과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이 총 175석을,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가 108석을, 그리고 조국혁신당이 12석을 획득하며 범민주진영이 무려 187석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 총선의 역사적 의의는 윤석열 정부가 노무현 정부 이래로 이어지던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의 형성에 실패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단점정부'란 쉽게 말해 여대야소를 의미한다. 대통령 소속의 여당이 과반에 가깝거나 과반의석을 차지해 의회 제1당인 경우를 '단점정부'로, 반대로 여소야대 형국을 '분점정부'(divid
1.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지나갔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 야당이 192석을 차지한 반면,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했다. 정권 심판을 내세운 야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에 대해서 4월11일 이 나라 양대 노총도 논평했다. 그 첫머리를 민주노총은 “민중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다”고, 한국노총은 “여당 참패‧야당 압승으로 끝났다”고 썼다.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지만, 모두가 2년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정권심판의 의지로 표출돼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참패
“우리가 하나의 아이디어와 협소한 비전에 고착해 있다면, 많은 경우에 이것은 선택지가 부족해서는 아니다. 그보다 의제 설정력과 사회적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아이디어와 비전을 우리에게 부과했기 때문이다.”저명한 경제학자 대런 아세모글루의 얘기다. 그의 지적은 2024년 봄 총선이 있었던 한국 현실에 정확히 부합한다. 시민들이 살면서 느끼던 모든 고민과 고통의 사연들, 사회의 변화를 열망하는 이들이 숙고하고 토론했던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치적 공론장에서 경합하고 논쟁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 공론장은 자신들이
궁금했다20대를 벗어나기 직전인 그들을 지역에서 만났을 때, 젊은 그들은 만만치 않은 조건에서 단체 활동을 하고 있었다. A는 스스로를 활동가로 생각하면서 대화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얘기를 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활동가로서 어울리는가에 대한 얘기다. 그런데 활동가가 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활동가를 무엇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B도 스스로를 활동가로 생각하고 있었다.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중간에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활동가라는 말을 자주 쓰시는데 활동가를 어떤 의미로 쓰시나요” 그는
4월10일 실시된 총선에서 여당은 참패했다. 노동계는 거부권을 남발한 대통령에 대한 준엄한 심판이라 꾸짖고 고용노동부 장관을 비롯한 내각이 총사퇴하고 국정 기조를 전면 수정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추진과 근로기준법 전면적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22대 국회의 최우선 의제로 ‘노란봉투법 재추진’을 올렸다. 민주당의 이번 22대 총선 온라인 정책 공약집에는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및 근로자 개념 확대’ ‘노동조합의 노동기본권 행사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및 가압류 제한’ 등 노란봉투법의 핵심
“민주적 과정은 다수결 원칙만을 배타적으로 적용하기를 요구하는가?”‘민주주의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옹호자’(박상훈, 2017)라 불리는 미국의 정치학자 로버트 달(1999)의 도발적인 질문이다. 다수결을 채택하는 중요한 이유의 하나는 “틀림없이 어떤 결과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주적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다수결은 유일한 해법일 수 있다. 그렇다면 사회적 대화도 선거에서 당선자를 가리듯 반드시 집합적 결정을 내려야 할까.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구속력이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최종적인 판단 기구가 아니다. 경
앞다퉈 피어난 눈부신 하얀 꽃잎 어느새 우수수 떨어져 날린다. 연초록 새잎이 곧 빈 자리를 채운다. 절정은 순간이다. 꽃 축제가 끝났다. 파랗고 빨갛고 노랗던 현수막에 적힌 온갖 약속과 확성기 타고 날리던 다짐과 바람 소리 시끌벅적했던 잔치도 끝나고 환호와 탄식이 길에 남았다. 여러 가지 새로워, 과연 봄이다. 보도블록 사이 좁은 틈에, 오랜 건물벽
조국혁신당을 포함해 시민의 삶에 별반 도움이 안 되는 두 거대 정당이 295석을 독식한 채 22대 총선이 끝났다. 민주당은 175석이 됐고 조국혁신당(12석)과 합치면 187석이다. 국민의힘도 100석 이상을 받아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 앞으로 4년간 한국 정치는 당선된 의원들 재산 증식 외에는 아무것도 못 바꾼다.동아일보는 11일 1면 머리에 “‘불통정권 심판’ 與 최악 참패 … 범야권 180석”이라고 윤석열의 불통을 준엄하게 짚었지만, 소통이 뭔지 모르는 대통령에겐 ‘쇠귀에 경 읽기’다.막말과 막장 후보가 속속 국회에 입성했지
냉면 레시피의 최초 기록은 규합총서(閨閤叢書, 조선 후기 유일한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가 순 한글 고어체로 집필한 생활 백과사전. 1809년). 냉면 역사상 가장 뜻깊은 책이다.“잘고 모양 예쁜 늦가을 무를 꼬리째 깨끗이 깎아 간 맞추어 절인다. 하루 지나 다 절거든 독을 묻고 넣는다. 어린 오이와 가지를 재에 묻는 방법으로 두면 갓 딴 듯하니 무 절일 때 같이 절였다가 넣고, 배와 유자를 통째로 넣는다. 흰 뿌리째 한 치 길이씩 잘라 열십자 칼집 넣은 파, 생강 편, 씨 없이 반듯하게 썬 고추를 위에 많이 넣는다. 좋은 물에 소
대망의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가 끝났다. 필자처럼 여론조사로 생계를 잇는 연구원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선거였다. 몇 번 여론이 출렁였는데, 특히 출구조사를 힘들게 한 결정적인 메시지는 뭘까. “개헌선 막아 달라”는 절박한(?) 외침선거 말미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메시지가 뭔지 생각해 본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개헌선은 막아 달라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외침이다. 지도부뿐 아니라 총선에 출마한 여당 중진 의원 몇 명도 모여 기자회견을 하면서 개헌선이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고 읍소한 것 같다. 더군다나 여당 원내대표는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5일, 쿠팡캠프의 산재포기 각서와 사회보험 미신고 관련 보도에 답하는 언론자료를 공지했다. 위탁업체를 조사해 산재·고용보험 미신고 사실을 확인하고, 미납 보험료에 이어 과태료도 부과 예정임을 알렸다. 아울러 쿠팡의 배송위탁 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위법 적발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 했다. 또한 국세 소득자료를 활용해 미가입 근로자들을 발굴하는 등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대응방침을 내놓았다. 쿠팡캠프의 4대 보험 미가입과 가짜 3.3 문제를 제기한 지 2년 만에 이뤄지는 전수조사 소식이다.“분류작업에